[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 – 번외편5] “과자가게가 고객 입맛 사로잡는 진짜 공장 됐죠”
[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 – 번외편5] “과자가게가 고객 입맛 사로잡는 진짜 공장 됐죠”
  • 이용준 기자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m
  • 승인 2020.01.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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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인 어머니 위해 창업한 오세정 설탕없는과자공장 대표 인터뷰
대기업 관두고 40가지 ‘슈가프리’ 디저트 만들어…간편 대용식 각광
3년 만에 6평 매장이 90평 공장으로 확장…“위생은 곧 고객 신뢰”

<말산업저널>은 네이버·카카오 뉴스 검색 제휴 기획 시리즈로 ‘역마살 낀 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말산업 전문 기자라고 꼭 승마클럽, 관련 업종만 다루지 않습니다. 전국을 쏘다니며 알게 된 맛집, 일상에서 만나게 된 소소한 장소, 추천받은 명소, 지역 인사 등을 다룹니다. 이번 호는 번외편 다섯 번째 이야기로 가족을 위해 창업한 오세정 대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6차산업의 대표주자인 말산업도 창업, 일자리 창출에 목메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산업처럼 초기 투자가 어렵거나 방향을 잡지 못해 금세 폐업하거나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 우리 롤모델은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실패담도 좋지만 성공스토리면 더없이 좋다. 아픈 어머니를 위해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두고 ‘나홀로’ 창업한 오세정 대표를 만났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초코 케이크를 꼭 먹고 죽을 거야.”

어머니는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딸을 보며 말씀했다. 딸은 당신의 생일 케이크도 먹지 못하는 어머니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어머니는 임신 이후 평생 당뇨를 앓고 있어 단 음식을 드실 수 없었다. 훗날 딸은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처럼 마음 놓고 달콤한 맛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기능성 식품 스타트업 기업인 (주)설탕없는과자공장 오세정 대표(32)의 창업 계기는 어머니였다. 16일 만난 오 대표는 “30년 넘게 당뇨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식단관리의 고통으로부터 구출하고 싶었어요. 효녀 심청스럽죠”라며 웃었다. 20㎡(6평) 남짓한 곳에 시작한 설탕없는과자공장은 어엿한 식품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오세정 설탕없는과자공장 대표(앞줄 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프로틴 그래놀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설탕없는과자공장).
오세정 설탕없는과자공장 대표(앞줄 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프로틴 그래놀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설탕없는과자공장).

혼자 개발한 40여 가지 무설탕 레시피
설탕없는과자공장은 과자와 빵은 설탕이 들어가야 맛있다는 통념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과자와 빵 레시피를 보면 설탕을 거의 들이붓다시피 해요. 물론 맛있지만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분은 안심하고 먹을 수가 없죠. 미국이나 유럽에선 당뇨 환자를 위한 무설탕 제품이 마트의 한 코너를 이룰 정도로 많지만, 우리나라엔 없잖아요. 저는 거기서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오 대표는 혼자 슈가프리 제과제빵 레시피를 연구했다. 오 대표가 설탕 대신 선택한 것은 대체감미료 말티톨과 에리스리톨, 스테비아다. 말티톨과 에리스리톨은 당알코올, 스테비아는 허브 식물에서 나온 감미료다. 혈당지수와 열량이 설탕보다 낮아 빵과 초콜릿 등 가공식품에 널리 쓰인다. 오 대표는 “레시피 중 설탕만 대체감미료로 바꾸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반죽 배합의 물성이 달라져 과자와 빵의 식감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오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오 대표에게 세상에 없던 레시피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제과제빵 학교를 다니고 이름난 베이커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본기를 익혔다. 혼자 반죽을 만들어 굽고 맛본 후 버리기만 수천 번 반복했다. 노력한 끝에 40여 가지 무설탕 과자와 빵 레시피가 탄생했다.

처음엔 주로 설탕만 들어가지 않은 크리스피 쿠키류를 만들었다. 지금은 설탕과 밀가루 둘 다 안 쓴 식품으로 제품의 범위를 확장했다. 밀가루를 대신하기 위해 콩브라우니와 콩쿠키, 파운드케이크(단단파운드)는 콩가루를, 스콘은 아몬드 가루를 쓴다. 현재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W쇼핑 등에서 소비자 반응이 좋은 20여 가지의 슈가프리 빵, 과자, 시리얼 제품을 판매 중이다.

오 대표는 “어려서부터 옷 사는데 돈 아껴도 먹는 데는 안 아꼈다”고 말할 정도로 식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 첫 직장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전략기획실에 입사했지만, 자원해서 외식사업부로 자리를 옮길 정도였다.

“창업하고 어머니께 무설탕 케이크를 만들어드렸는데 우시더라고요.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두냐며 나무라셨던 적도 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창업하길 잘했다고 느꼈어요.”

오세정 설탕없는과자공장 대표는 “고객에게 건강함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드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사진 제공= 설탕없는과자공장).
오세정 설탕없는과자공장 대표는 “고객에게 건강함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드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사진 제공= 설탕없는과자공장).

3년 만에 작은 가게가 제조 공장으로
오 대표가 계속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은 아니다. 2015년 미국에서 무설탕 초콜릿을 수입하는 사업에 먼저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그는 “슈가프리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수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다. 차라리 내가 식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겠다고 방향을 바꾼 이유”라고 했다.

설탕없는과자공장의 문을 열고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돌아서는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설탕보다 비싼 대체감미료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기에 제품을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고객 의견을 반영해 제품의 품질을 높여왔다”고 했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식품제조업 면허를 받고, 지난해 300㎡(90평)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6평짜리 매장에서 시작했을 때보다 규모만 15배 커졌다. 오 대표 혼자였지만 지금은 직원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명 백화점 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 까닭에 20·30대 젊은 고객이 많지만, 최근에는 당뇨 간식을 찾는 50·60대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설탕없는과자공장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획득했다. 오 대표는 “식품을 온라인으로 거리낌 없이 사는 시대가 된 만큼 위생적인 생산시설이 곧 고객 신뢰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의 꿈은 더 다양한 슈가프리 간편식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디저트 위주 라인업이 다수였던 설탕없는과자공장은 지난해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함량이 더 많은 시리얼 ‘그래놀라39’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식단 관리할 때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간편 대용식 제품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탕없는과자공장은 나한과와 같은 천연 감미료를 적용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총 4종의 신제품을 올 상반기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역마살 낀 말(馬) 기자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여행이 일상이었다. 성인식을 기념해서는 전국을 무전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대학과 대학원 재학 때는 전 세계를 두루두루 살폈다. 연봉 일억 원을 줘도 사무실에 갇힌 딱딱한 조직 생활, 책 속에 갇힌 연구 생활이 싫다는 그는 조만간 제주에 정착해 해남(海男)에 도전하고 예수처럼 목수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미디어피아 미디어사업본부 팀장이자 ‘다시문학’ 출판사 편집 위원으로 소설 『여자가 대통령이다』(2017)를 발표했고, 청소년기 자전 소설인 ‘일몰의 시작’을 탈고, 출판 준비 중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media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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