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칼럼] 불법 경마 근절 노력, ‘지금 여기에’
[말산업 칼럼] 불법 경마 근절 노력, ‘지금 여기에’
  • 이용준
    이용준 cromlee21@horsebiz.com
  • 승인 2020.02.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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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 합법 사행산업, 민간 감시 필요한 이유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한 주를 기다렸다는 듯 별의별 문자들이 쏟아진다. 안 그래도 볼 것 많고 쳐낼 것 많은데 “제주에서 부산 출발 11:30분 집결지”, “한국마사회 온라인 마권 구매 장소 일만 바로 입금”, “31$ 환 처리 가능” 등 문구를 보면 아침부터 짜증이 확 치민다. 맞춤법 틀린 거야 애교로 봐준다지만, 불법 사이트를 가 본 적도 없고 당연히 등록한 적도 없는데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는지 사업 수단 참 교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사 후 그다음 주부터 바로 시작했던 거로 기억한다. 처음엔 회신 번호도 뜨지 않았고, 링크 주소만 남겨 두는 식으로, ‘불법’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조심스럽게 문자를 남겼다. 그러던 게 2015년경부터는 아예 일반 전화로 연락해서는 “사장님, 오늘 한구라 하시는 데 도움이 될···” 등등 멘트를 남기며 대놓고 홍보했다. “됐다” 하고 바로 끊었지만.

일반 국민에게 경마는 불법 사설이든 합법이든 별반 차이 없다. 하는 사람만 아는, 아는 사람만 하는 게 ‘불법’이다. 나쁜 짓은 보고 빨리 배운다고,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특히 문제다(사진= 한국마사회 자료 갈무리).
일반 국민에게 경마는 불법 사설이든 합법이든 별반 차이 없다. 하는 사람만 아는, 아는 사람만 하는 게 ‘불법’이다. 나쁜 짓은 보고 빨리 배운다고,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특히 문제다(사진= 한국마사회 자료 갈무리).

사실 일반 국민에게 경마는 불법 사설이든 합법이든 별반 차이 없다. 돈을 걸고 베팅하는 경마는 모조리 불법이고 도박이라니까. 즉, 하는 사람만 아는, 아는 사람만 하는 게 ‘불법’이다. 나쁜 짓은 보고 빨리 배운다고,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특히 문제.

경마, 토토, 카지노 등 사행산업에 처음 발 들이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재미는 그다음이다. 다만 몇 백 원이든 돈을 따야 재미를 느끼지 계속 잃기만 하면 ‘손절’은 뻔하다. 초심자가 운이 좋아 돈을 따도 문제다. 구조상 모든 내기는 베팅한 쪽이 지는, 즉 돈을 잃기 마련이니 잠깐 그 악몽의 굴레가 미뤄졌을 뿐이라는 걸 모른다.

결국 청소년들은 불법 스포트토토에 내몰리고, 어른들은 불법 사설 경마에 빠진다. 어떤 수를 써서든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법 시장이 광고 및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불법은 온갖 매력으로 치장하고 나섰으니 얼마나 좋은 ‘놀이터’인가. 렛츠런파크 서울·부산·제주와 30개 장외발매소에 한정된 합법 시장과 달리 불법은 장소 제한 없이 집에서든 어디든 언제든 할 수 있다. 구매 한도도 없고 기타 소득세도 안 내도 되니 가만 있어도 돈 버는 듯하다. 7개 승식으로 제한된 합법과 달리 불법은 해외 경마장에서는 일상인 다양한 승식을 적용하니 ‘꿀잼’이다. 가입하거나 돈을 잃었을 때 마일리지로 일부 금액을 보상해 주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합법 경마 매출액은 7조 7천억 원이었던 반면 불법 시장은 13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에 따른 조세 포탈, 즉 세금이 누수된 금액도 무려 2조 1억 원대. 그래서 결론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뻔한 논조도 식상하다. 저항도 계속 있는 데다 이제 경마계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없던 색안경 끼고 볼 만큼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불법 시장을 단속하고자 사법 처리 강화 및 신고제 등을 통해 양성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사후약방문’ 수준이다.

그렇다고 실적이 나쁘진 않다. 2018년 이후부터는 불법 경마 연루 사법 처리 및 단속 건수, 사이트 폐쇄가 대폭 늘어났으며 특별 단속 기간이 있었던 2019년에는 9월까지 각각 630명, 97건, 3,75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부터는 신고 포상금 제도를 추가 개선해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금액을 상향하는 등 적극 신고제와 더불어 자체 정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차 개선에 이어 9월 2차 개선한 이후 현장(고객) 신고 건수가 대폭 늘어난 점도 긍정적이다. 1,300여 회에 이르는 신고 건수에 비해 10여 명이 집중 신고(1,100건)했다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수사기관 공조 확대나 불법 자금 회수 그리고 온라인 마권 발매나 환급률 인상도 분명 불법을 줄이고 양성화하는 데 일조하겠지만 ‘프로파간다’식 접근으로는 근절 못한다. 여전히 대중과 언론은 “국가가 불법 경마를 키우고 있다”고 되뇌기만 하고 불법 시장은 비웃듯 다른 쥐구멍을 찾아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료 출처= 한국마사회).
(자료 출처= 한국마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불법경마대책협의회를 운영하는 한국마사회는 우수 신고자를 자문단으로 위촉, 시민 감시단으로 활용해 검색 및 채증 노하우 등을 배우고 자체 단속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불법 온라인 사행산업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포럼’에서 나온 “민간인과 민간단체를 통한 감시 기능 강화(유상엽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와 같은 맥락인데 실효성을 기대해 볼 대목이다. 불법은 아는 사람이, 내부 고발자가 폭로하지 않는 이상 그 밑바닥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말(馬)을 사랑해서, 자기 말이 일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혹은 경마 경주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베팅하는 사람을 꽤 알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관심 있는 경주마가 뛰는 경주에 아주 적은 소액을 그저 응원하는 마음으로 베팅한다는 점이다. 경마의 본질, 어렵지 않다. 베팅은 경주마의 밥이 되고 피가 되고, 관련 인프라 및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재원을 주는 행위지 욕심에 눈멀어 ‘인마이포켓’ 하는 수단이 아니다. 주제를 모르고 분수에 맞지 않는 오욕을 부리다 결국 패가망신하는 사람들, 멀리 있지 않다.

뜬구름 잡는 먼 나라 얘기지만,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말 쪽에도 많아질 때에야, 경제 동물이자 반려동물인 말에 대한 국민 인식과 의식이 높아질 때야 즉, 선진 문화가 정착될 때야 불법 경마도,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도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놓고 매력적인 곳을 찾게 만드는, 현장을 못 따르는 미비한 제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불법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성숙한 의식과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민간과 함께 불법 경마 단속 홍보 및 캠페인을 통해 인식 제고에 나선 건 그래서 긍정적이다. 당장 해결하지 못해도 시간이 필요한 일인 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일, 뻔하지 않은가.

말산업저널 이용준


※ 불법 경마 신고 채널

- 인터넷 신고 : 한국마사회 홈페이지(바로 가기)
- 유선 신고 : 080-8282-112
- 이메일 신고 : kra8282112@k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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