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거주 교민들의 귀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2월 중순, 대구 경북의 신천지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한국이 제일 위험하다고 여길 때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요즘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제일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투명한 방역시스템과 행정을 칭송하고 있다. 그때는 나 몰라라 하던 유학생, 교포들이 서둘러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광경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최근 해열제 복용 후 입국 검역대를 통화한 사례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으니 가관이다.

특별기편으로 귀국한 입국자들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버스 탑승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캔자스에서 입국한 10대 유학생은 인천공항 입국 전인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비행기 탑승 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를 20정 정도 복용, 미국 내 탑승 전 발열 검사대와 인천공항 입국 검역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 뒤 부산 자택으로 이동한 뒤 다음날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객 20여 명은 뒤늦게 접촉자로 분류됐다. 또 제주도에서는 지난 2일 영국에서 유학 중인 20대 유학생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 종합 감기약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유학생은 입국 과정 문진표 작성에 종합 감기약 복용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무증상으로 검역대를 통과했고, 제주공항까지 도착했지만 공항 내 도보 이동형(워킹 스루)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전 세계에 산재된 한국 유학생들로 이들이 예정에도 없던 본국으로의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급속한 감염속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간단한 짐만 챙겨 서둘러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입국하면 2주간의 격리라는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귀국행을 감행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확실한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안전한 곳에서 잠시 머물다 가려는 목적이다. 치료비를 떠나 증상을 몰래 숨기고 들어와서 다른 이들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게 문제다.전세기까지 띄워 기껏 데리고 왔더니만 정부의 자가격리 방침을 어기고 돌아다니고 자유와 혜택을 받은 만큼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몇몇의 이기적인 이들이 혀를 차게 만든다. 대한민국이 퍼져 나갈 때는 외국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더니 거기가 위험하니 들어온다. 그럼 검사비, 자가격리 비용, 확진 시 치료비까지 다 본인이 부담해야 된다. 

해열제 먹고 자신의 병을 숨기고 귀국해도 국민이니까 공짜? 사진제공: 연합뉴스

스포츠 용병들이2월 27일, 한국에서 코로나19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중국 다음으로 많은 1700명을 넘어선 날, (지금이야 하루 확진자가 50명 선 밑으로 내려왔다 안심이지만 그때의 증가 체감 폭은 엄청 무서웠다), 한국에서 뛰던 스포츠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감에 팀을 떠났다. 그런데 그 후 20일 후 이탈리아를 비롯,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에 이어 미국도 확진자가 엄청나게 급증하는 상황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뻔뻔하게 돌아오고 있다. 왜? 한국이 자신들의 고국보다 더 안전하니까...

앞다퉈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더니 이제는 안전게 한국에 돌아가서 돈도 벌고 싶다는 스포츠 용병들, 사진 갈무리: MBN 뉴스

2월과 3월 초순만 해도 대학가의 유학생들은 돌아갈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두문분출했다. 그리고 언론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서 이런 사태에 왔다고 연일 흥분해서 떠들어대고 국민감정을 조장했다. 그런데 지금 대학가의 유학생들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될 때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꼽고 있다.

성경 구약의 출애굽기는 노예생활을 하던 히브리인들이 모세의 인도하에 애굽을 빠져나가는 대규모 탈출 이야기(Exodus)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수가 날로 늘어나면서 감염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대탈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종착지가 대한민국이라서 우려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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