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넘어 180석에 육박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둠에 따라 정국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오는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이행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4월15일 실시된 제21회 국회의원 선거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에 대한 심판보다는 남은 3년에 대한 기대에 더 많은 국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여대야소의 정치 지형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주요 국정과제의 성과 창출에만 전념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제 위기 해소라는 무겁고 험한 과제가 놓여 있다. 열린민주당의 의석까지 더하면 180석 이상을 확보,  전체의원 300명의 5분의 3인 180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상정돼 의결할 수 있다. 반면 통합당은 총선 참패로 황교안 대표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대표는 당직은 물론 종로구의 지역구 선거에서도 민주당 이낙연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져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불투명하게 되었다. 통합당은 선거 막판에 정권심판에서 견제론으로, 언더 독(Underdog) 전략으로 급 선회, 보수층을 결집시키면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영남권과 서울 강남3구 등만 차지하였다.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선 서초1동 제3투표소의 광경

2월 대구, 경북의 신천지 환자를 통해 급격히 확진자가 전파되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여론이 극도록 안 좋았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아서 이와 같은 사례를 초래했다느니, 자본주의 국가에서 마스크 값이 오르자 그걸 정부가 잡지 못했다느니, 그래서 마스크를 국가에서 재난물품으로 간주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려고 요일제와 할당량을 정하니 공산당과 같은 배급제라느니, 시장경제가 국가가 개입했다느니, 재난 극복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반대만 하는 당' '으로 발목만 잡았다. 3월이 되어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선진국이라 여긴 나라들의 얼토당토 않은 대처능력을 보면서 우리 정부의 위상과 신용, 방역 관리의 우수성만 들어나 버렸다. 그럴 때 잘못을 인정하고 협조하면서 국민화합과 재난극복에 전념해야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온게 패착이었다. 중도층이 저버리자 강성 보수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친박(親朴) 청산과 중도로의 외연 확장 내지는 개혁보수를 요구하는 당내 압력이 커지면서 노선 투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이석연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국민의 선택에 절망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내며 입장문을 통해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되돌아올 것"이라고 한탄했다. "우리 사회를 떠받쳐왔던 자유와 창의의 헌법적 가치가 퇴보하고 결과의 평등을 앞세운 철저한 나눠 먹기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며 "목을 놓아 통곡하고 싶은 심정(시일야방성대곡, 是日也放聲大哭)이지만 절망 속에서도, 칠흑 같은 어둠의 끝에 와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그간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걸려있는 현수막, 그들이 정부여당에 철저히 비판적이고 단 한 석도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국민인 그들을 저버리면 안되고 끝까지 도와줘야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기들끼리 똘똘뭉쳐 지역주의를 심화시킬 것이지만.....

서울 강남 & 서초가 자기들 세금 늘어나는 분배정책을 표방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건 이해 가능한 범위다. 돈과 부동산이 빨갱이 프레임마저 깨뜨렸다. 영남은 이번에 무능과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후보들에게 무작정 몰표를 몰아주었다. 이석연 부위원장은 국민을 협박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여당이 또 오만해지고 이성을 잃어 무리수를 두면서 이념논쟁이나 벌이고 민생을 외면한다면 그의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꼴 밖에 안된다. 실정을 거듭하고 신천지가 속출한 대구경부에서도 그리고 그 대구경북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도 결국엔 우리가 남이가~~ 우리끼리라도 귀막고 눈막고 더욱 뭉치자는 오기만 발동한다. 이석연과 함께 같이 목을 놓아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여당은 더욱 겸손하고 진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고 총력을 다해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면서 위기의 경제를 살려나가야 하고 야당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국정농단과 반대를 위한 반대, 발목잡기 정치를 반성하고, 혁신과 성찰의 길, 상식과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이게 이번 선거를 통한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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