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태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마역, 동물 전염병 안전지역은 없다
[특별 기고] 태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마역, 동물 전염병 안전지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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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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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수의학박사 김현정
김현정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사
김현정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사

지난 2월 24일 태국에서 원인 미상의 경주마 폐사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12개 말 농장에서 추가 폐사가 잇따랐고, 담당 수의사의 신고로 태국 당국은 원인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태국 국립동물위생연구소(NIAH)는 말의 폐사 원인이 아프리카마역(African horse sickness, AHS)임을 확인했고, 이 사실을 3월 27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했다. 동아시아지역 최초 발생이다. 그간 질병은 태국 내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여 4월 8일 현재 총 6개 지역 37개 농장(955마리)에서 217마리가 감염되고 그중 192마리가 폐사하여 치명률(case fatality) 88.5%를 기록하고 있다. 질병이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질병이었기 때문에 최초 신고와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질병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질병의 근원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 원래 사하라 사막 아래 중앙아프리카 및 남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고 북아프리카로 확산하여 발생하기도 하는 질병이다. 간헐적으로 아프리카지역을 벗어나 이란(1959년), 파키스탄 및 중동지역(1959-63년)과 인도, 터키까지 유행하기도 하였다. 1965년에는 알제리와 모로코, 1966년에는 튀니지와 스페인에서도 발생 된 바 있고 특히 스페인에서는 이후에(1987-1989년) 또다시 발생한 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지역에서 발생은 처음이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마역은 마과(馬科) 동물에서 고열과 함께 경련성 기침,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거나 심장근육의 출혈 등 순환기 장애로 폐사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태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말에서 폐사율이 최고 95%까지 나타날 수 있는 악성 질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OIE에서도 관리대상 질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특히 OIE는 구제역, 소해면상뇌증과 같이 가축위생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질병 6종을 선정하여 이에 대해서는 청정국 여부를 직접 평가하고 공식적으로 인증해 주는데, 말 질병 중에서는 아프리카마역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마역 발생국의 말은 국제적으로 이동이 철저히 제한되어, 수출뿐만 아니라 국제경주도 참가할 수 없는 등 말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질병의 원인체는 레오바이러스과(Reoviridae), 오르비바이러스(Orbivirus)로 분류되는 아프리카마역 바이러스(AHSV)로, 현재까지 9개의 혈청형(serotype)이 보고되었다. 주로 등에모기(Culicoides biting midge)에 의해 매개되는 비접촉성(non-contagious) 전염병으로 아프리카에는 Culicoides imicola, Culicoides bolitinos (두 종 모두 우리나라 미기록종)가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도 다양한 종의 등에모기가 서식(국내 기록종 32종)하고 있어 이들에 의한 질병 전파의 위험성은 높다고 생각된다.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이다 보니 질병 매개체인 곤충의 서식에 유리한 따뜻한 지역에서 계절적인 발생을 보이고, 그 유행은 곤충의 생장에 유리한 기후조건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기후는 이미 아열대 기후구로 분류가 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이 질병의 매개체인 등에모기는 기류를 타고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 국가 간, 대륙 간 질병을 전파할 수 있어 매개체를 통한 국내 유입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OIE가 공식인정한 아프리카마역 청정국이다. 2007년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말 전염병 방역 관리, 원활한 수출입 검역을 위해 한국마사회와 협력하여 아프리카마역을 포함한 말전염성질병 7종에 대해 혈청학적 예찰을 시행하고 있다. 연간 1,300마리 이상의 국내 사육 말을 대상으로 검사하여, 지금까지 국내 감염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아프리카마역과 같은 질병을 옮길 수 있는 매개체의 국내 유입을 감시하기 위해 매년 전국 공항만 및 가축농장을 중심으로 매개체(모기, 등에모기 등)와 이들이 옮길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번 태국의 아프리카마역 발생과 관련하여 말 농장에 대한 매개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작년 9월 갑자기 겪게 된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감염성 질병에 대한 완벽한 안전 지역이란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 매개 생물 종의 생태 변화와 개체 수 증가, 국경 간 사람과 물류의 이동 증가 등으로 기존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신종전염병의 발생 및 전파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국경검역을 통한 질병 유입 차단과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질병 조기 검색 그리고 무엇보다 농장 단위의 방역 조치와 이상 감지 시 신속한 신고가 질병 발생과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현정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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