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시인 김종삼을 다시 만난다
캘리그라피가 빚어내는 독특한 ‘종삼 미학’

도서출판 북치는소년 / 28,000원.
도서출판 북치는소년 / 28,000원.

여백과 잔상의 시인 김종삼의 작품들이 캘리그라피로 다시 태어났다. 『캘리그라피로 읽는 김종삼-내용 없는 아름다움』은 캘리그라피 작가 오민준씨가 김종삼의 시들을 캘리그라피로 재현한 작품집이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아름답게 쓰다'는 뜻으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아름다운 상형문자”라고 불렀다. 김종삼과 오민준이 만나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적 세계에서 두 장르와 두 매개체, 그리고 두 예술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 오민준은 상호 텍스트의 관계에서 볼 때 김종삼의 독자였다가 작가로 변신하는 존재다. 이 자리 바뀜은 두 예술가의 대화처럼 진행되었는데, 이 책은 김종삼의 시세계에 머물렀던 독자에서 더 확장된 새로운 독자의 탄생을 의미한다.

김종삼 시의 아름다움은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절묘한 시구에 정수를 담고 있다. 시 「북치는 소년」의 한 행인 이 말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가치 없는 아름다움이라 치부하기에는 자구적이며 인상적 판단이다. 특정한 의미에 갇혀 있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굳이 의미를 따져 상응시켜 놓을 수 없을 만큼 열린 미학적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이 책에 담긴 오민준의 캘리그라피는 내용 없음에 또 하나의 의미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김종삼의 시 60편을 독특한 캘리그라피로 재현한 한 권의 도록이며, 시편마다 종삼포럼 대표인 이민호 시인의 산문이 곁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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