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윤한로

자꾸 씨팔이니 조팔이니 찾지만
검정 비닐봉다리 하나
구슬프구나 그 속엔 막상
작고 시금털털한 것들
울퉁불퉁한 것들, 연약한 것들
볼품없는 것들
방구 냄새나는 몇 푼 안 되는 것들
애오라지 허접스레한 것들
뭐 굶어 죽거나 큰 아픔
큰 불행 따위 있는 건 아니나
어디 가서 쪽도 못 쓰는 것들
오오냐
, 얘들아, 이제 곧 간다
끽해야 똥골목 한가운데 갈짓자
휘젓고저 누비고저
도대체 오늘 하루
이보다 누가 더 진실하냐
더 깨졌냐 지쳤냐
누가 더 잘 쓰냐
웃기는 짜장면들
!
또 씨팔이니 조팔이니 찾을지언정

저들 위하고픈 마음
나 불쑥 성호를 긋네
 

 


시작 메모
오늘도 내 화살기도에는 산 사람, 죽은 사람, 친구, 친척, 선배, 후배, 아픈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이, 못 배운 이, 가난한 이, 부유한 이, 겸손한 이, 교만한 이, 패배한 자, 이긴 자, 이방인, 외인, 쓰라린 자, 사랑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쓸쓸한 사람, 그리운 사람, 안타까운 사람, 가까운 사람, 먼 사람, 아주 머나먼 사람, 문득문득 만나는 사람까지. 그래서 내 화살기도 지향은 날마다 늘어만 가네. 줄어들 줄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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