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시] 가난에 대해서
[윤한로 시] 가난에 대해서
  • 윤한로 시인
    윤한로 시인 jintar@hanmail.net
  • 승인 2020.06.2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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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대해서
   윤한로

옷도 못 입고 내 맘대로 밥도 못 먹고
똥오줌 못 가리고
곧 팔도 다리도 머리도
마음까지 못 쓰는 시간이 오겠지
시도 못 쓰고 못 읽고
웬 안경을 밥 숟가락이라
그걸로다 밥을 퍼먹으려
댁들은 뉘신가요
사랑하는 아내도 아들도 친구도
다 잃은 시간
다 떨어져 나간 시간
마지막 기도, 믿음도 다 떨어져 나갔구나
죄도 고하지 못하는구나
무엇이 어떤 죄인지조차 홀라당 알 배 없는데
그래
, 이제부터다 우리 영혼 그 누구보다 밑바닥
맑고 착하고 자유롭다
집도 절도 없지만 모든 곳이 다 집이어라
버스도 타다가 전철도 타다가
나도 타다가 바람도 타다가
걸레 스님보다 더 걸레돼서
천상 시인보다 더 천상돼서
걷다가 기다가 놀다가 날다가
나도 모르는 내 갈 길
맹목적
, 가다니 얼마나 좋을까
세상은 온통
아버지 같은 사람들 어머니 같은 사람들
아들 딸 친구 애인 같은 사람들
마침내 바람 구름 새 나무 같은 이들
꿀 일이 있나 꿔 줄 일이 있나
쓸 일이 있나 읽을 일이 있나
주면 주는 대로 주워 먹으면 될 뿐
에걔
, 땡전 한 푼 없는 완전한 시간이 오겠네
바야흐로 그분께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진실한 시간이 오겠네

 


시작 메모
그런데 그때가 되면 조금은 추우려나, 배 고프려나. 그런데 그리움이나 외로움, 이런 것들은 어째 좀 남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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