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시] 발 묵상
[윤한로 시] 발 묵상
  • 윤한로 시인
    윤한로 시인 jintar@hanmail.net
  • 승인 2020.07.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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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묵상
   윤한로

우리보다 가난하지도 않고
우리보다 진실하지도 않고
우리보다 깊지도 그윽하지도 않고
우리보다 굵지도 거칠지도 않고
우리보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우리보다 크게 잘 나지도
우리보다 크게 못나지도 않고
더 게으르고
더 탐욕스럽고
더 무지하고 무식하고
더 겁 많고 연약하고
더 졸렬하고 말도 많고
더 뻔뻔하고
따지고 보면
거개가 그렇고 그런
온통 거기서 거기인
저 말대가리 성인이여
끊임없이 교만하고
끊임없이 비열하고 비굴하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끊임없이 돌아가려 하고 때려치려 하고

그러나 그대 그래서
세상을 이겼구나 밟았구나
터덜터덜, 어느 날 문득, 저도 모르는 새
 

시작 메모
산티아고 길은 먹고 자고 누고 걷는 일 밖엔 없다. 거기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때려치려 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고. 처음에는 괜찮았던 사람이 마침내 가장 쨈맛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또 가장 쨈맛없던 이가 오히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2천 년 전에 그 길을 걸어갔을 야고보 성인 마음을 묵상해 봤다. 성인은 과연 언제나 진실하고 겸손하고 단순하고 평화롭고 행복했을까. 아니면 우리처럼 시기하고 질투하고 교만하고 그런 자신에 터덜터덜, 거듭 실망하고 절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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