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셀렉트세일에서 자마 총 36두, 합산 금액 27억1800만엔 낙찰...한 필당 평균 7550만엔 기록

지난 이야기에서 필자는 '딥임펙트(Deep Impact)'와 '킹카메하메하(King Kamehameha)'가 세상를 떠난 후 열린 2020 셀렉트세일에서 남겨진 자마의 낙찰 행보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올해 씨수말 넘버원 '하츠크라이(Heart's Cry)'에 대한 스토리를 전개해 보려 한다.

이틀간 진행된 행사에서 만1세마 경매 첫날이 마지막 자마를 남긴 '딥'과 '킹카메' 잔치였다면, 0세마 경매인 둘째 날은 낙찰 두수와 낙찰 금액 모두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한 '하츠크라이' 파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츠'의 자마는 경매 이틀간 총 36두, 합산 금액으로는 27억1800만엔에 낙찰됐다. 한 필당 평균 7550만엔이라는 가격으로 계산되는데 숫자만 봐도 인기를 실감하는 결과를 남긴 행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하츠크라이(Heart's Cry)'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건 이름이었다. 'Heart's Cry', 뭔지 모르겠지만 슬픔과 애달픔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그냥 응원하고 싶어지는 뉘앙스의 이름이라는 느낌이어서 색다르다는 생각으로 좋아했던 것 같다. '하츠' 이름의 유래는 모마(母馬)인 '아이리시댄스(IrishDance)'에서 연상된 것으로 아일랜드 댄스 퍼포먼스 음악인 리버댄스(Riverdance) 제1주제곡인 “The Heart's Cry”라는 테마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름이 아닌가 싶다!

지난 글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하츠'는 유일하게 '딥임펙트'에게 “패”라는 흑역사를 안겨준 말이다. 모마가 다르긴 하지만 '하츠' 또한 '선데이사일렌스(Sunday Silence)' 자마로서 딥과 같은 화려한 경력은 없지만 딥의 형제답게 임펙트 강한 경주로 팬들에게 기쁨과 사랑을 받은 명마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경마팬에게는 '딥임펙트'가 어떤 레이스에서도 기대를 어긋나지 않게 하는 “천재형” 말이었다면, '하츠'는 천천히 발전해서 건강하게 아주 잘 뛰어준 '무던한' 말로 표현되곤 했다. 3세 때의 '사츠키배'를 시작으로 하는 클래식 레이스에서는 매번 참패를 경험했지만, 성장과 함께 마체(馬体)가 좋아지고, 4세가 되면서 잠재하고 있던 경주마의 본능이 발휘되면서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으로 평가 상승되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2005년 4세 이상 부분 JRA최우수마에 선정됐고, 대기만성형 명마답게 은퇴전 빅레이스인 아리마기념(有馬記念)과 듀바이시마클래식(Dubai Sheema Classic) 우승을 거머 쥐며 현역 생활의 화려한 막을 내렸다.

'하츠크라이'에게는 2014년 월드서러브레드랭킹(World Thoroughbred Rankings) 1위인 수마(牡馬) '저스트어웨이(Just a Way)'와 2019년 최우수연도마의 타이틀로 은퇴를 한 암마(牝馬) '리스그라슈(Lys Gracieu)', 2014년 일본오크스와 더비를 나란히 제패한 '누보레코드(Nuovo Record)'와 '원앤드온리(One and Only)' 그리고 일본 생산마 처음으로 2018년 미국GⅠ더트레이스에서 우승한 수말 '요시다(Yoshida)' 등의 명성 높은 자마들이 있다. 화려한 이력의 자마들 중 필자의 개인적 사심이 들어간 소견이긴 하지만. 이번 셀렉트세일에서 '하츠' 자마가 최고 가치로 평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아름다운 백합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가지고 있는 '리스그라슈(Lys Gracieux)'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심에 힘을 얻어 '리스'의 얘기를 해보자면 그녀는 현역 경주에서 22전 7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경주마에 있어 승리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리스'에게는 7승을 제외한 남은 15전의 성적이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주와 조교사, 기수 그리고 마권을 구입하는 팬들에게 있어 유능한 경주마란 뭐니뭐니해도 건강하게 달려주면서 상금권 획득 순위를 많이 지켜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리스'는 100만점의 엘리트 경주마임에는 틀림이 없다. 단 두 번의 레이스를 제외한 남은 경기 전부가 5등안에 드는 성적으로 생애 약13억5000만엔을 벌어들였고, 경주에 대한 안정감과 관계자들에게 기쁨을 동시에 선사하는 잘 자라준 “경주마계의 엄친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스'는 마주 클럽 법인인 캐롯팜(Carrot Farm)에서 2014년에 모집액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400계좌로 나누어 일부를 한 계좌 일반 마주들로 모집해 결성된 다마주 말이다. 특이한 케이스의 마주 탄생 이야기가 있었는데, 2016년 홋카이도 노던홀스파크(Northern Horse Park) 주최 마라톤 경기에서 여자 우승자에게 '리스'의 한 계좌 마주 권리를 경품으로 수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 짧기는 하지만 1년에 한 번 10KM 마라톤을 뛰는 필자 마음이 “나도 달릴 걸~!” 하는 아쉬움을 내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 마주가 되는 권리를 경품으로 제시하는 일본 경마산업의 통큰 액션이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영상 출처= JRA 공식 유튜브 채널

'리스'의 경기 중 경마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는 아마도 제64회 아리마기념(有馬記念)일 것이다. 당시 5세의 '리스'는 은퇴를 앞두고 있었고, '리스'를 관리하던 야하기(矢作)조교사는 '리스'의 은퇴 레이스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유인 즉 만약 아리마기념 레이스를 선택한다면 2018년 암말3세 클래식 3관의 현역 최고의 경주마 '아몬드아이(Almond Eye)'와의 운명의 결전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은퇴 경기에 따라 최우수연도 대표마 타이틀의 행방이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야하기 조교사는 “정면돌파”라는 결정으로 아리마 기념 레이스에 임하게 되었다. 무적의 '아몬드아이'를 비롯해 '사툴레리아(Saturnalia)' 등 GⅠ타이틀의 초호화 맴버11두가 집합된 가운데 벌어진 경기는 출발 후 중간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고, 라스트 직선 코스에 들면서 최속의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해 2등의 '사툴레리아'를 5마신차로 압승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히로 인터뷰에서 야하기 조교사는 리스에 대해 “은퇴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냥 리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도 리스는 진화를 멈추지 않았고, 아마도 역사에 남을 멋진 암말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기쁨에 젖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레이스를 무적의 '아몬드아이'와 정면돌파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 장식을 한 '리스'는 올해부터 번식빈마(繁殖牝馬)라는 제2의 생을 걷기 시작했다. 첫 상대는 GⅠ6승을 보유한 2015년 최고단거리 경주마 '모리스(Maurice)'라고 한다.

필자는 이번 셀렉트세일에 젊은 씨수말들의 등장에 뛰는 가슴을 억제할 수 없었다. '모리스'를 비롯해 현역 최고의 경주마인 '아몬드아이'와 사툴레리아의 부마(父馬) '로드카나로아(Lord Kanaloa)', 2015년 사츠키와 일본 더비를 우승하며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듀라멘테(Duramente)', 2011대일본 지진 피해 극복의 염원을 담아 이름 붙여진 2013년 더비마 '키즈나(Kizuna)' 그리고 일본 최고 상금 기록을 보유하고있는 '키타산블랙(Kitasan Black)' 등 2세대 명마들의 자마들이 어떠한 행보를 할 지 2021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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