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개봉된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14번째 작품인 <뷰투어킬>은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마지막 영화로 마이크로 칩을 독점 판매하기 위해 산 안드레아 단층을 이용,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수장시키려는 사이코패스 악당 맥스 조린의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이다. 영화 초반 제임스 본드는 프랑스 대재벌인 막스 조린을 염탐하기 위해 그의 애마 페가수스가 출전하는 영국 왕실 공식 경마 행사인 Royal Ascot에 근사하게 턱시도를 입고 참석한다.

영국 왕실 공식 경마 행사 Royal Ascot, 사진 갈무리: 영화 007 뷰투어킬

프랑스의 다국적 기업 회장인 죠린은 수십마리의 말을 소유한 마주이며 자신의 주택에 어마어마할 정도의 사육장을 짓고 승마와 경마를 즐기는 애호가이다 .조린의 대저택에 말을 구입하기 위한 사업가로 위장해서 잠입한 제임스 본드는 조린의 애마인 페가수스에 호르몬제를 투입해 승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면서 조린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파헤쳐 나간다. 원작이 된 단편소설의 제목은 <From a View to A Kill>로 영화화된 <유어 아이즈 온리>, <퀀텀 오브 솔러스> 등을 포함한 다른 4편의 단편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이 제목은 1800년대초 영국의 유명한 농부이자 사냥꾼인 John Peel을 소재로 한 노래 "D'ye ken John Peel"의 가사에서 따왔는데 제목 부분만 의역하면 '발견해서 사살하기까지" 정도 될 것이다. 즉 휘황찬란한 액션 버스터로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하는 영화에서의 내용이 아닌 냉전 시대 스파이의 냉엄한 암살을 그린 소설의 내용을 함축한 제목이다.

영화 내 악당 조린이 소유하고 있는 수십마리의 말과 사육장, 사진 갈무리: 영화 007 뷰투어킬

영국 MI6 소속의 스파이 활약물인 007은 영국이 배경이다 보니 영화 내에서 영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뷰튜어킬>에서의 왕실 경마 장면은 경마가 단순히 사행성 오락이 아닌 복식부터 관람 매너까지 우리 한국 경마산업이 나아가야 할 모범적인 길을 짧게나마 보여주고 있다. 푼돈 몇 푼에 인생 역전을 꿈꿔 올인하고 자제심을 잃어 오락과 레저의 영역을 넘어 패가망신이라는 경마의 부정적인 단면 말고 말 자체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지축을 흔들리고 달리는 말들의 질주에 원초적인 희열과 승리의 짜릿함을 패배의 아쉬움을 곱십는 결국 인생은 '말대가리' 하나라는 희노애락을 경마를 통해 풀 수 있다. 도박이 아닌 스포츠로 인식하며 즐기는 스포테인먼트로서의 경마 문화로 인식이 바뀌고 경마산업계도 그런 분위기 조성에 전력해야 한다.

정장 차림의 경마장 관중들, 사진 갈무리: 영화 007 뷰투어킬

2월 말부터 중단된 경마로 인해 경마산업계가 고사 직전에 있는 이때, 위기는 기회라는 마인드로 인식 전환과 이미지 개선 그리고 사회 각층에 경마인식 제고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영화 주제곡의 가사처럼 우리나라에서의 경마는 섶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Dance into the fire)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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