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
   윤한로

나 그대에게
옵니다

그대 나에게
갑니다

그대 나보다
더 빨리 늦습니다

나 그대보다
더 늦게 빠릅니다

이제야 그대, 말할 줄
모르는 법을 압니다

이제야 나, 들을 줄
모르는 법을 압니다

나 그대 그립지
않습니다

그대 또한 내가 그립지
않습니다
 

 


시작 메모
김득신은 워낙 노둔하여 10세에야 글을 깨쳤다. 웬만한 글은 수십 번, 수백 번은 읽어야 했다. 옆에서들 아예 학문을 때려치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천성이 성실하여 이곳저곳 책상을 지고 떠돌며 공부를 놓지 않았고 마침내 문과에 합격한다. 그때 나이 59세이다. 그리곤 바로 벼슬 따위에는 뜻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가 초당 한 채를 짓곤 오로지 시와 독서에만 힘쓴다. 이 초당 이름이 취묵당이니, 술에 취해서까지 입을 다문다는 게다. , 나무처럼 아름다운 김득신의 노둔, 침묵이다. 재주 좀 있다고 깔짝거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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