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馬主)는 아니지만 마주와 같은 기분으로 경마의 삶을 즐기는 경마 찐팬”

2020년 코로나 19라는 힘든 상황에서도 일본에서는 한번도 경마가 멈춘 적이 없었다. 레이스 관계자들은 엄격한 방역 기준을 지켜가며 경기에 임하였고, 팬들은 아쉽지만 온라인 마권 구입을 통해 경마를 응원해야만 했다. 의외로 호응을 얻은 온라인 마권 판매는 전년 대비 101.5% 업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경이로운 결과를 남기기도 하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경마팬들과 탄탄하게 일궈온 경마 산업 관계자들에 노력의 결과가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드디어 10월 10일 경마장에서 관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2월 29일 시작한 무관객 경마에서 무려 224일 만에 사전 예약 추첨제로 당첨된 1651명이 전국 3개의 경마장에서 멋진 서러브레이드들과 뜻깊은 재회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쁜 소식과 함께 오늘 필자는 일본 말산업 부흥에 많은 일조를 하고 있는 일본어로 1구 마주(一口馬主)라 불리는 “한계좌 마주”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한다.

23개 한계좌 마주클럽법인 승부복(자료= https://owner.netkeiba.com 갈무리).
23개 한계좌 마주클럽법인 승부복(자료= https://owner.netkeiba.com 갈무리).

“마주(馬主)는 아니지만 마주와 같은 기분으로 경마의 삶을 즐기는 경마의 찐팬을 한계좌 마주”라고 말하고 싶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올해의 말, 기수, 조교사, 마주” 등 각 리딩 발표에서 근래에는 마주 부분에 “한계좌 클럽법인”들이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질 만큼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어떤 조직 구성인지 잠깐 설명을 하자면, 애마회(愛馬会)법인과 클럽법인(馬主)의 2개의 법인에 의해서 성립되어 있는데, 클럽법인과 애마회법인은 금융청과 농림수산성에서 상품투자판매업자 허가번호를 부여받은 후 그 자격이 시작된다. 단 여기에서 클럽법인이 마주 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계좌 마주”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애마회법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출자를 하면 되고, 애마회는 출자금을 이용하여 취득한 경주마를 클럽법인에 현물로 출자를 한다. 클럽법인은 현물로 출자된 경주마를 경주에 출전시켜 획득한 상금을 애마회법인에 배당을 하고, 애마회법인은 받은 배당을 회원에게 분배를 하게 된다. 출자는 애마회법인이 사전에 취득한 경주마별로 이루어지며, 회원은 자신이 출자한 경주마가 획득한 상금에 따라 손익분배를 받는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1필의 말을 40에서 500계좌 정도로 분할 해서 출자를 모집하고, 말값은 한계좌당 싸게는 수만에서 비싸게는 100만엔 정도이며, 출자자는 말값 외에도 클럽의 입회비용이나 월회비, 축사나 목장의 경비, 보험료, 해외 원정 비용 등을 부담하는데 안타깝게도 “한계좌 마주” 회원은 마주가 아니기 때문에, 경마장의 마주석 입장이나 트레이닝 센터나 축사 방문, 은퇴 결정 등 마주가 가지는 권리는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2004년부터 투자한 말이 우승을 하면 기념촬영 참가가 1클럽 5명까지 허용되었고, 현재는 중상경주에서 최대 20명, 그 외의 경주에서도 최대 10명까지 우승 기념촬영 참가가 가능하게 되었다.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일본도 처음부터 “한계좌 마주 클럽”이 잘 운영되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공동 마주로 말을 소유하는 일이 있었지만, 1971년 경마법상 명의대여 금지가 시행되어서 공동 마주가 해산을 피할 수 없게 된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1975년, 공유마클럽의 하나인 유순호스클럽(友駿 Hores club)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익명조합을 클럽에 적용하는 것을 고안해서 국가의 담당부처에 보고함으로써 공유마 클럽으로 인가되었고, 이후 비슷한 방식으로 철수했던 공유마 클럽도 재등록을 하면서 1988년경부터 불었던 일본의 “경마붐”에 일조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7년 시점에서 최대 20개에 한정되어서 기존 클럽의 해산이나 양도가 없는 한 신규 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지만, 2010년 “G1레이싱(G1Racing)”의 신규 참가를 시작으로 가깝게는 2017년 “DMM드림클럽”이 참여에 가세하면서 현재 23개의 “한계좌 마주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한계좌 마주”라는 법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마도 경마를 좋아하는 팬들의 멋진 “슬기로운 경마팬 생활”이 베이스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액의 서러브레이드를 소유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 만큼 꿈같은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마를 좋아하는 찐팬의 입장에서 그냥 팬으로서가 아닌 같은 팀으로서 말을 응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좌 마주”는 경마를 즐기는데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올해 은퇴를 앞둔 GⅠ7개 타이틀을 보유한 5세의 여왕 “아몬드아이(Almond Eye)”, 암마(牝馬) 클래식 3관에 도전하는 무패의 3세 “달링텍트(Daring Tact), 컨트레일(Contrail)과 함께 3세 수마(牡馬)의 원톱으로 불리고 있는 현역 최고의 말 “사리오스(Salios)” 등 많은 명마(名馬) 들이 “한계좌 마주클럽” 소속으로 “한계좌 마주”들에게 경마의 기쁨을 나눠주는 아름다운 레이스를 종횡무진 펼치고 있다.

“슬기로운 경마생활” 이 그리워지는 날들이다. 4호선 경마공원역에서 내려 경마장까지 걷는 동안 “오늘은 어떤 말을 응원해야 할까”라는 생각의 기쁨을 가질 수 있는 날들이 우리에게도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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