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에비쇼” 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에비나 마사요시” 기수가 34년간의 레이스 생활을 2월 28일 마감했다.(사진=nikkansports)

통상 “에비쇼” 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에비나 마사요시” 기수가 34년간의 레이스 생활을 2월 28일 마감했다. 기수라는 직업의 끝과 함께 새로이 시작하는 제2의 인생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조교사라는 직업이다.

JRA 통산 21,183 레이스에 참가했고, 역대 4위인 2,541승을 기록했다. 우승 가운데 중상경기는 129승 그리고 GⅠ레이스의 승리는 무려 26개의 별을 남겼다.

“에비나 기수”는 말(馬)의 고향이라 불리는 홋카이도 출신의 1967년생으로 올해 52세가 된다. 1981년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보러 간 제1회 재팬컵 관람이 처음 경마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어 기수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일본 말(馬)들의 참패가 작은 소년의 마음에 경마에 대한 뭔가 모를 분함의 불씨를 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결국 에비나 소년은 경마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레전드 기수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경마학교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아메리카 경마 연구를 위해 월 1회 들어오는 “레이싱 월드” 비디오를 접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고, 손에 넣은 비디오를 보고 또 보고했다는 글귀를 접하다 보니 필자는 “에비나 기수”가 언젠가 넓은 대륙에서의 활약의 꿈에 실현을 준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경마학교 졸업과 동시에 1987년 3월 1일 데뷔하였고, 한 달 반여만인 4월 12일에 첫 1승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기세를 몰아 30승을 거두면서 생애 한번 밖에 탈 수 없다는 “신인 기수상”의 수상의 영광을 거두기도 하였다.

“기억을 남긴 자키 에비나마사요시” 기수 생활을 마감하는 그에게 전하는 팬들과 경마관계자들의 타이틀 문구다. 동년배로 경마학교 동기이며 같은 해에 기수 데뷔를 한 천재 기수라 불리는 다케유타카의 화려한 기록에 가려졌던 그에게 타고난 노력형 스타일의 기수 쟁이라 통칭되었던 “에비나마사요시”에게는 최고로 어울리는 찬사가 아닐 수 없다.

레전드라 불리는 다케유타카 기수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1998년 엘콘토파사(El Condor Pasa )와 2010년 나카야마페스타(Nakayama Festa)와의 콤비로 이루어낸 개선문에서의 2번에 걸친 2착의 성과이다.

“에비나 기수” 본인도 개선문에서의 2번의 2착은 우승에 대한 미련과 함께 마음은 씁쓸하지만, 일본말(馬)과 일본 기수가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세계경마 대회 특히, 개선문 상에 열렬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일본 경마에 있어 “에비나 기수”의 2번의 2착 기록은 위대한 기억을 남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개선문 상에 가까웠던 일본말과 일본 기수의 콤비를 멋지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월 28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무관중 은퇴식으로 개최된 “에비나마사요시” 기수의 눈동자에는 34년의 기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작지만 강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인터뷰에서 필자에게 감동적으로 남았던 하나의 대답이 있었다. 기수 생활에 있어 인상적이었던 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필자의 얇은 생각으로는 1996년 버블껌펠로(bubble gum fellow)와의 콤비로 처음 데뷔 9년 만에 잡은 GⅠ 우승의 이야기이거나, 엘콘토파사와의 개선문 2착, 아니면 2010년 아파파네(Apapane) 와의 콤비로 역사를 만든 일본 경마 사상 3번째 암마 클래식 3관 등 우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대답이 너무나도 의외여서 놀라기보다 “에비나마사요시”다운 그리고 프로다운 그러한 반응에 존경심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많은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만, 레이스에 패했던 기억이 제일 인상에 남습니다. 특히 2002년 매하탄카페(Manhattan Cafe) 와의 콤비로 출전한 니케이쇼(日経賞) 에서 1.2배의 인기 탑에도 불구하고 6착으로 패했을 때는 마치 빈껍데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된 자신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는 멋진 인터뷰였다.

승리의 기쁨보다 패에 대한 반성으로 기수라는 직업을 이어온 프로페셔널한 진짜배기 기수의 명 정답과 같은 대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김기현 전문기자

3월 1일 새로이 “조교사 에비나”로 변신하는 그에게 앞으로의 트레이너로의 꿈으로는 기수 생활 통산 2,541승을 하면서 이루지 못한, 단 하나의 대상 경주였던 “재팬 더비”의 타이틀을 조교사로 이루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때로는 친우 또 때로는 라이벌이었던 다케유타카 기수는 “에비나 조교사”에게 기수 생활 은퇴에 대한 수고의 메시지와 함께 기수 생활에서의 라이벌 관계에서 조교사와 기수로 개선문 상에 동반 도전의 꿈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고 “에비나 조교사”는 유타카 기수의 마치 연애편지와 같은 러브콜에 그렇게 됐으면 더없이 좋겠다는 응답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었다.

2018년 7월 필자는 매년 홋카이도 노던호스파크에서 개최되는 셀렉트 세일에서 “에비나 기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 마주들과 담소를 나누던 그에게 조심스럽게 사인과 함께 사진 찍기를 부탁했었는데, 차가운 외면적 이미지와는 달리 너무나도 친근한 대답으로 활짝 웃어주며 두 가지 부탁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들어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외국인이라고 더 반겨주었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기회가 대면 KRA가 개최하는 코리안 컵에 꼭 참가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은퇴를 했으니 이제는 기수로서가 아닌 조교사로서 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일본의 그 어떤 기수보다 개선문 상에 가까웠던 “에비나 마사요시”기수 이젠 조교사로 새로운 인생의 막을 열었다.

경마의 세계는 너무나도 험한 길임이 보이기에 감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경마에 대한 “에비나 마사요시”가 가진 신념이라면 “재팬 더비”도 “개선문”도 기수로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조교사로서는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져보고 싶은 생각으로 필자는 “조교사 에비나마사요시”를 앞으로 응원해 보려 한다.

화이팅! 기억을 남긴 기수 그리고 제2의 인생 트레이너 에비나마사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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