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살랑살랑한 5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경마 개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명실상부 경마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경마축제 기간을 맞이하였다.(사진=race.sanspo)

봄바람이 살랑살랑한 5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경마 개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명실상부 경마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경마축제 기간을 맞이하였다.

5월 첫째 주 봄 텐노우쇼(天皇賞)를 시작으로 재팬더비와 오크스 등 5개의 GⅠ레이스와 더비 트라이얼 경기인 아오바쇼(青葉賞)와 교토신문배(京都新聞杯) 등 8개의 중상레이스가 경마축제 기간이라는 이름에 맞게 화려하게 배치되었고 그 시작을 알렸다.

먼저 일본 최고의 권위의 레이스라 불리는 “제163회 봄 텐노우쇼(天皇賞)” 는 교토경마장의 리뉴얼 공사로 인해 올해는 자리를 옮겨 한신경마장에서 개최되었다.

일본 장거리 최강의 말(馬)을 가려내기 위한 “봄 텐노우쇼”의 올해의 왕좌는 위대한 부마 딥임펙트((Deep Impact)의 자마인 5세의 수마 월드프레미아(World Premiere)가 그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월드프레미아를 기승한 후쿠나가유이치(福永祐一)는 기수였던 아버지에 이어 우승을 하면서 “부자간 텐노우쇼 제패”라는 기록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세계 최고 장인 정신이 남다른 나라라고 하는 일본이라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의 가치를 대를 이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프로다운 정신력에 그저 필자는 감탄할 따름이다.

“텐노우쇼”, 우리말로 직역하면 “천황상”이라는 뜻으로 봄과 가을의 연간 2번 개최되는 일본에서 시행되는 경마에서는 최고의 등급이 되는 GI 중에서도,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고마(古馬) 최고의 영예의 레이스로 불리고 있다.

“천황상”의 제1회 경기라고 알리어지고 있는 것은 1937년에 개최된 “제실어상전(帝室御賞典)”이다. 그런데 JRA에서는 “천황상”의 근원을 “더 엠퍼러스컵(The Emperor's Cup)”으로 말하고 있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점이 1905년으로 무려 116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상금의 가치를 넘어 권위의 가치를 부여받는 일본 최고의 레이스로 불리는 “천황상”의 배경에는 “천황 방패”가 하사되는 이유로 인해 부여받은 가치의 위력은 정해진 형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본에서 경마를 접하는 인마(人馬)가 함께 수여 받은 영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영예라는 단어에 맞게 “천황 방패”를 수여 받을 때는 맨손으로 받을 수 없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승을 한 마주는 방패를 받을 때 꼭 하얀색의 장갑을 끼고 하사를 받는 관례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왕의 존재와 유지가 역사이면서 그 전통성을 추구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에서만의 풍경이 돋보이는 전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천람경마(天覧競馬)​” 이 사자성어는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말(語)이다. 천황이 친히 경마장에 발을 옮기어 관람하는 뜻의 별칭이라고 한다. “천황상”이라고 해서 천황이 경마장에 매번 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일이다. 그래서 이 행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다. 최 근래가 2015년인데 제125대 카미노아키히토(上皇明仁) 천황이 엠페러스컵 100주년 기념으로 참석을 한 것인데, 무려 106년 만에 황실에서 경마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7년 후인 2012년 근대 경마 150주년 기념으로 두 번째 방문 후 “천람경마” 행사는 지금까지 행해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 19로 인해 기약 없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천람경마”에서 우승을 한 기수는 천황을 향해서 최고의 경례를 해야 하는 의식도 있는데 필자의 기억 속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면 2012년 제146회 “가을 천황상”에서의 경례의 의식이었다. 당시 5세의 수마 에이신프라슈(Eishin Flash)를 기승을 해 우승한 이탈리아 출신 기수 미르코데므로(Mirco Demuro)는 위닝 런을 마친 직후에 메인스탠드 앞 코스에 도착해 말에서 내려와 천황과 황후에게 무릎을 꿇은 형태의 경의의 예를 행하였다. 천황과 황후는 박수로, 경마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예의가 넘쳐 흐르는 외국 기수에게 답을 보냈다. 푸른 잔디 그리고 옆에 서 있는 검은빛이 반짝거리는 에이신프랴슈의 마체(馬体)에 투과되어 나오는 듯한 빛이 미르코데므로 기수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는 필자가 본 가장 멋진 경례의 풍경이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스토리 같은 장면의 뒤에는 조금 아찔했던 이야기도 있었는데, 말에서 내려온 이 행동, 하마(下馬)가 경기 후 검량 전에 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심의대상이 되어 화제를 뿌리기도 하였다. 본래 이러한 행위는 기승 마가 다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주 후에 코스 내에서 기수가 하마 하는 것을 금지하는 JRA 경마 시행규정에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너무나 다행하게도 이를 이유로 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결과에 필자도 한순간 멍했던 기억이 있다.

“천황상”은 봄은 교토 경마장에서 가을은 도쿄경마장에서 진행되고, 거리는 봄은 3200M의 장거리, 가을은 2000M의 중거리로 우승 상금은 1억5천만엔, 한화로는 약 17억원이 되는 레이스이다. 같은 해에 봄과 가을의 “천황상”을 제패한 말(馬)은 일본의 국민가수 키타지마사부로(北島三郎)씨가 소유했던 키타상블랙(Kitasan Black) 등 단 5마리만이 지금까지 존재하는데 키타지마사브로씨는 어떤 인터뷰에서 더 없는 권위의 레이스에서 우승을 해서 기쁘고 인마(人馬)가 함께 영예스럽다는 말(語)을 남기기도 했다. 멋진 국민 마주라는 평을 받는 국민가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최고의 우승 상금 2억5천에서 3억엔을 자랑하는 아리마기념(有馬記念)이나 재팬컵(JAPAN CUP)의 레이스보다는 조금 낮은 상금이라고는 하지만 금전의 가치를 떠난 권위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본 경마인들의 “천황상”에 대한 태도는 일반적인 경마에서는 볼 수 없는 묵직함을 가진 좀 특이한 다른 경마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 같다.

지금은 늘 하는 얘기지만 코로나 19로부터 빨리 해방되어 경마장에서 이 아름다운 경례를 다시 볼 수 있는 날들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상=JRA公式チャンネル(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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