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국산 암말 강자로 손꼽히는 ‘그레이스퀸’의 정이철 마주를 만났다. 당당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50대 꽃중년의 금융투자 전문가인 정 마주는 최근「멀티 AI 프로그램 LSTM Networks을 활용한 금융시장과 경마시장의 유사성에 관한 실증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시장 투자와 경마 우승 예측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 논문이 발표되자 학계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이었고 또, 마주가 쓴 논문이라니 더 관심이 모아진 것. 기업을 운영하며 몇 년 동안 논문을 준비한 정이철 마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백말띠 꽃중년의 마주가 된 이유?

아버지의 선물 같은 ‘그레이스퀸’

 

정이철 마주는 지난 2017년 마주로 데뷔했다. 미국 유학시절 말과 함께 친화적으로 생활하는 미국인들의 문화를 접하며 막연히 마주를 동경해왔던 그다. 그러다 몇 년 전 싱가폴에 있을 때 우연히 마주 모집 광고를 보게 됐다. 2017년 마주로 데뷔한 그는 그해 싱가포르계 금융사 ‘UOB’의 한국지사 대표를 맡게 되었고, 부산마주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의 추천으로 꿈꾸던 마주가 되었다.

애지중지했던 첫 애마를 부상으로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6개월여 상처를 다독여야 했던 정이철 마주는 인생의 큰 버팀목이었던 사랑하는 아버지의 임종 후 제주경매에서 유찰된 말 1두를 구매하게 됐다. 낙찰가 1,500만원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작은 암말에 유독 마음이 갔던 그는 나름대로의 혈통분석과 안목, 조교사의 조언 등을 토대로 ‘그레이스퀸’과의 동행을 결정했지만 어쩐지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서 인연을 만들어 준 느낌이었다고. 데뷔 후 암말 강자로서 입지를 다지며 승수를 쌓아가고 있는 기대주 ‘그레이스퀸’은 올해 2월 21일, 홍대유 조교사에게 300승 기록을 선물했으며, 정이철 마주에게도 연이은 우승 소식을 전하며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국 선물옵션 0세대

국내 선물옵션 시장을 개척한 정이철 마주

 

경제계 뉴스를 살펴보면 정이철 마주의 그동안 걸어온 길을 엿볼 수 있다.

정이철 마주는 싱가포르계 금융사 UOB의 한국지사 대표와 브이아이 금융투자 파생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빅스나인 주식회사 부회장과 연세대 정보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새로운 자산운용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젊은 시절 우주항공 공학도의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던 그였지만 귀국해서는 얄궂게도 금융이라는 전문 분야로 생업을 바꾸며 한국 선물옵션 0세대라는 명성도 얻게 됐다. 삼성선물옵션에서 국제팀을 처음 만들었고, 도이치증권에서 선물옵션본부를 처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국 선물옵션 시장의 초기 태동기부터 세계 1위 규모로 크는 과정, 침체기와 극복기, 최근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던 그다.

우리나라 선물옵션 시장은 2012년을 기점으로 몇 년간 크게 위축되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국내 선물옵션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이게 오히려 UOB에는 기회가 됐다. 2017년 UOB의 한국지사 대표가 된 정이철 마주는 한국에 기회가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며 국내 선물옵션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 UOB그룹은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거래소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유렉스·EUREX)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에 모두 회원사로 가입했다. 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 Aa1, 2015년 12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25조7천862억원 수준의 회사인 UOB는 메릴린치, 소시에테제네랄(SG) 등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정이철 마주가 주도한 UOB 한국지사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 아웃바운드 영업에 주력했으며, FX마진 등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장내 선물옵션상품을 취급하며 국내 증권·선물사·연기금들의 파트너로서 입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경마 우승 예측도 인공지능 시대?!

금융시장과 경마시장의 유사성에 관한 연구

 

지난해 정이철 마주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투자정보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우주항공 공학을 공부했고, 이어 국제경영과 산업공학, 금융공학, MBA과정까지 모두 마쳤다.

이때 발표한 인공지능 관련 논문은 그에게 학위 취득을 넘어 인생에서 무언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정이철 마주의 논문 제목은「멀티 AI 프로그램 LSTM Networks을 활용한 금융시장과 경마시장의 유사성에 관한 실증연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시장 투자와 경마 우승 예측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획기적인 발전과 기술적인 개발로 인하여 실용적인 생활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고 그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적용 가능성의 판단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연구 분야의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경제의 바로미터인 금융시장을 예측하려는 시도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하지만 이미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한 금융시장의 예측연구들은 보편화되어 있는 상태라 좀 더 학문적인 연구의 실험성과 새로운 영역에 대한 연구적 호기심을 갖고, 멀티 AI 프로그램인 LSTM(Long short term memory) Networks를 활용하여 금융시장과 경마시장의 유사성에 대한 실증연구를 추진하고자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각종 빅데이타를 토대로 금융시장을 예측하듯 경마도 일정 부분 인공지능을 통한 우승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이철 마주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 기준 KOSPI 200 선물 총 계약금액은 약 4,236조원이며, 일평균 계약금액은 약 17조이다. 또한, 경마산업도 국내 사행산업의 약 33.7퍼센트를 차지하는 규모가 큰 산업이다. 지난 수년간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LSTM을 이용해 시계열 또는 주가 데이터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LSTM을 활용한 주가 예측에 관한 연구는 LSTM을 주식 시장에 단순히 적용하거나 LSTM과 다른 방법론의 비교 또는 결합 정도에 그치고 있어 정이철 마주는 이번 논문을 통해 선행연구 분석과 함께 실증분석을 추가하였다. 기존의 연구와 다른 점은 여러 가지 기술적 지표 중에서도 주가 예측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지표만을 추려서 입력 변수로 추가하고 LSTM parameter의 조정을 통한 예측 성능 향상을 보였다. 또한, 경마 순위 예측 문제를 이진 분류 문제로 변형하여 LSTM을 적용하고, 마찬가지로 LSTM parameter의 조정을 통한 예측 성능 향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데이터인 KOSPI 200 선물 데이터는 KOSCOM의 CHECK Expert+를 통해 얻었으며, 2000년 1월 4일부터 2019년 8월 6일까지의 일별 시가, 고가, 종가, 저가, 거래량 데이터 4,838개를 연구에 사용하였다.

 

본 논문에 따르면 경마 데이터는 정부 공공데이터포털에 등록된 한국마사회의 개방데이터를 사용했고, 2016년 1월 2일부터 2020년 1월 19일까지 7,236 경기의 경주마 기본정보와 경기 기록 데이터 79,211개를 연구에 사용하였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샘플로 확보함으로써 통계적 유의성을 높이고, 유의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선물시장 데이터와 경마 데이터의 통계적 분석 및 전처리를 수행하고, 적절한 예측 모델을 수립하기 위해 python을 이용해 LSTM Networks을 구현하였다. 또한, 모델의 예측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선물시장 데이터에는 RMSE(Root Mean Squared Error)와 MAPE(Mean Absolute Percent Error)를, 경마데이터에는 정밀도(Precision)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로 선물시장의 예측실험 결과는, 기존 결과 대비 RMSE는 48.75% 그리고 MAPE는 40.83% 감소함을 보여주었고, 경마시장에서의 예측실험 결과는, 기존 결과 대비 말의 등수가 1등만 예측하는 단승식의 경우 약 1.72배 그리고 3등까지 예측하는 연승식의 경우 약 1.44배 높은 적중률을 나타내면서, 금융시장과 경마시장 모두 LSTM의 hyperparameter 조정을 통해 예측성능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291달러의 의미,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열정

 

정이철 마주는 오래전 유학시절에 대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고 말한다. 1985년 8월 시카고 오헤어공항에 도착한 만 18세의 청년. 그에게는 달랑 현금 291달러가 있었다.

“단돈 291달러, 그게 제 독립인생의 첫 모습이었어요. 지금 같으면 참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지만 그때의 무모함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 모습은 아마도 꿈보다는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갑에 291달러 이상만 있으면, 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저입니다.” 그런 그의 기준에 따른다면 본인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정이철 마주지만 젊은시절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여정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보물 같은 시간이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은 항상 힘겨웠다. 20대 중반까지 그는 할렘가에서의 야간 막노동에서부터 수학조교 등 33번의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하며 수십 번 혼절하고, 배고픔과 사고도 겪으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일주일 내내 아껴서 금요일 오후마다 49센트로 가능했던 맥도날드 콘아이스크림의 행복과 가끔씩 스니커즈와 캔콜라의 점심 만찬은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육체적 괴로움, 외로움 그리고 배고픔보다도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이 제겐 더 고통이었습니다. 매일 대학기숙사 식당의 새벽 5시 근무에 늦지 않기 위하여 새우잠을 잤던 습관으로 지금도 불면증으로 수면제의 도움을 받지만, 아이오와주 새벽 별들의 반짝이던 별빛 응원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열정을 나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그 젊은 청년의 291달러는 도전, 열정 그리고 자립이라는 인생 밑천을 가져다주었고, 지금의 정이철 마주를 있게 했다.   

 

 

어린왕자의 꿈을 찾아서

마주활동의 매력은 ‘모험과 도전’

 

1943년 프랑스의 공군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떽쥐베리가 발표한 소설 ‘어린왕자’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명작이다. 엔진 고장으로 어느 사막 한가운데에 불시착한 조종사와 어린왕자의 대화는 때로는 우리 삶의 좌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정이철 마주는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왕자의 감동을 자신의 삶의 모티브로 삼았다. 그에게 어린왕자의 상상력, 꿈 그리고 추진력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어린왕자처럼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는 것, 사막 한가운데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열정으로 삶을 개척해온 정이철 마주의 인생 여정이다.

  그의 인생 여행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취미생활마저도 그렇다. 승마를 비롯해 철인 3종 경기, 백두대간 종주, 세계 7대 트레킹 도전, 모터사이클 세계여행, 대륙횡단 등 어렵고 힘든 현실의 삶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통해 인생을 배워나가는 그다. 마주 활동 역시 그에게는 모험적 욕구를 자극하는 취미다. 더구나 말과의 교감과 선배 마주님들과 인생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더없는 매력이라고. 그의 오랜 꿈처럼 어린왕자를 만나기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취미는 바로 클래식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 올해 안에 면허를 따는 것이 목표다.

 

 

 

여행은 계속된다!

'나눔'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정이철 마주의 더 큰 도전 중 하나는 ‘나눔’에 대한 원대한 꿈이다.

“유학시절 너무나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미시간 호수의 밤바다와 별들을 보면서 기도와 다짐을 했던 시간들이 떠올라요. 그때 이 시기를 극복하게 된다면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실천하는 게 목표죠.”

그 시절 다짐은 궤도 변경없이 현재진행형이다. 평소 소외 계층을 위한 기부나 자원봉사도 활발히 펼쳐온 그는 몇 년 전부터 다짐했던 사회공헌사업의 기반을 차근히 만들어가고 있다.

“장애인학교와 재활병원, 사회갱생 쉼터의 설립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중입니다.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25년 전 잘 나가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금융, 특히 파생시장에 첫발을 들였을 때 모두가 반대했지만, 어린왕자의 꿈과 추진력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내 인생을 이끌어 준 어린왕자의 상상력을 가지고 저는 또 새로운 꿈을 꾸어 보고자 합니다. 다음 목적지엔 또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이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사춘기 시절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이야기를 가슴에 품었던 정이철 마주, 그것이 꿈의 시작이었다. 우주 공학도의 꿈도, 금융전문가로서의 꿈도 마찬가지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여행했듯 그의 인생도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자체였다. 그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을까. 지치지 않는 열정과 도전으로 점철된 정이철 마주의 별이 언제나 아름답게 반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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