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자조금위원회가 배우 이서진 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장면.
소비 홍보와 수급 안정·유통 구조 개선·정보 제공 효과 기대
말산업육성법 제14조에도 명기…자정 위한 제도 역할 가능


한우·닭고기·낙농(우유)·한돈·계란·오리… 말(馬)을 제외한 타 축산업계에는 ‘자조금’ 제도라는 게 있다. 자조금(self-help cost) 제도란 특정 사업의 수행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그 사업의 효과를 인식하고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뜻한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시장 개방, 자유무역협정(FTA)의 물결 아래 자국의 산업을 보호·지원하고자 농가 스스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우나 닭고기 등 각 축산업계는 ‘자조금관리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다양한 형태의 기금(회비·찬조금·기부금)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11506호·2013년 4월 23일 시행)’을 만들어 그 목적과 정의를 밝히고 위원회의 구성부터 의무자조금, 임의자조금에 관한 내용을 명시, 관리하고 있다.

축산자조금 법률에 따르면, 축산자조금은 “축산물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등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축산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조성·운용되는 자금”이다. 축산 단체가 축산자조금을 설치할 경우에는 축산물별로 의무 또는 임의축산자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하나의 축산물에는 하나의 자조금을 설치해야(쇠고기는 한우와 육우로 나뉨) 한다.

각 축종별 관련 자조금은 △소비 촉진 홍보 △축산업자와 소비자, 중도매인 등에 대한 교육 및 정보 제공 △자율적 수급 안정과 유통 구조 개선 및 수출 활성화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안전성 제고를 위한 R&D 등의 사업에 쓰인다.

예를 들어, 한우 농가는 도축장에 한우를 출하할 때 1두당 2만 원의 자조금(농가거출금)을 부담한다. 이렇게 거출된 자조금은 지난해 354억7700만 원(농가 180억5000만 원·정부 지원 72억8000만 원·이월금 101억4700만 원)이 조성돼 TV와 신문 등 광고를 포함한 한우 소비 홍보, 수급 및 가격 안정, 유통구조 개선, 농가 교육 및 정보제공, 조사연구 등의 사업을 펼쳤다.

■거출 자조금 이익 생산농가에 돌아가
이렇게 발생한 이익은 고스란히 생산농가에게 돌아온다. 설날과 추석 명절에 실시한 한우선물세트 할인 판매 당시 자조금에서 세트당 9000원을 지원해 22만 세트의 판매 실적을 올릴 수 있었고, 한우 소비 촉진에 따라 수급 안정 효과를 누려 소 값 회복도 가능했다. 이 외에도 △이동 판매 차량 구입 △한우 농가 해외 연수 △한우산업 정책설명회 △소식지 발행 △직거래 장터 개설 등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된 것. 또 가수 이승기 씨를 ‘한우 지킴이’로 위촉하고, 광고 모델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국악소녀 송소희 양을 발탁하는 등 홍보에도 앞장설 수 있게 됐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최근 홍보대사로 탤런트 이서진 씨를 위촉하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미세먼지에 역효과가 난다’는 유해론이 일자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돈산업계를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기도 했다. 이외에 비교적 농가 참여가 적어 자조금 거출률이 낮은 계란과 낙농(우유)에서는 해당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조금 거출 금액을 인상하거나 농가 인식 전환, 명칭 변경을 통해 생산 농가 지원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오리산업계는 올해 의무자조금 사업 시행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말산업계는 어떨까. 2011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말이라는 단일 축종에 대한 법률을 시행·발효하고 본격적으로 산업화에 나섰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가 산업화를 ‘낯설어’하는 기관·단체·생산농가 등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놓고 소모적 경쟁을 하는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KRA한국마사회법 제25조 및 행정 지시에 따라 1974년 설치된 축산진흥기금 이후 여러 개정 과정을 거쳐 현재는 축산법 제44조와 47조 등에 따라 ‘축산발전기금’이 운영되고 있다. 경마를 시행하는 KRA한국마사회는 특별적립금의 80%를 축산발전기금 조성에 사용하는데 1974년부터 2012년까지 조성된 총 6조 9,464억 원 가운데 1조 8,831억 원(27%) 내고 있다. 이외에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계속되는 경마산업 규제로 인해 지방세 등 세수 감소 우려와 정부가 편성한 말산업 관련 예산의(지난해 98억 원, 올해는 201억 원) 부족 등도 말산업계 재원 마련과 관련된 난제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말산업계가 자조금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일은 재원 마련의 대안일 수 있다는 중론이다. 특히 말산업육성법 제14조 ‘말의 수급·가격 안정 및 유통 활성화’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말의 이용 상황에 따른 원활한 수급 및 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말의 수급 조절,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조금의 조성 지원, 말 시장의 개설 및 말 유통 활성화 등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말 자조금 제도를 도입해 말 두수의 수급 조절 기능을 하고 생산농가의 자발적 참여로 인한 독립적인 경쟁력 확보를 통해 ‘말 주인이 진짜 주인 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비정상적 관행이 만행한 말산업계의 자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향후 말고기 시장의 소비 촉진과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조금, 말산업 주체가 ‘주인’되게 하는 제도 역할 기대
실제 2010년 내륙생산자협회는 생산농가의 자조금 제도 추진을 검토한 적이 있다. 말 생산농가에서 자조금을 조성해 말산업 대국민 홍보와 브리더스컵 후원 등을 타진하려고 했었던 것.

(의무)자조금 제도를 도입하려면 우선 해당 축종의 생산·사육 농가들이 대의원회를 구성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관리위원 선출과 농가 부담액, 재원 확보 방안 등 사업 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출된 대의원(한우 250·돼지150·산란계80·말산업은 50명)의 2/3 이상이 투표하고 찬성을 얻어야 하며, 각 자조금위원회로부터 위탁 받은 거출금 수납 기관(도축장 등)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좀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임의’자조금은 자조금 설치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 후 관련 축산업자 100분의 5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된다.

이와 관련 국내 축산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한우를 개량해 산업화에 성공한 것처럼 말산업도 혈통 등록 관리와 선별, 검증 심사 기준 등 계획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업적 이용 가치가 큰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조금 제도를 서둘러 검토·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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