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티가 이기려면 히트를 마킹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나는 어느새부턴가 너트플레이를 너티라고 부르고 있었으며 다른 이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 주장을 설파했다. “적어도 같은 선에서, 아니면 앞서나가야만 해.”그 주장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주관적 근거가 있었다. 그것은 한 달 전 해럴드경제배때의 경험이었다. 그 경주 당시 너트플레이와 조재로 기수는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를 바로 뒤에서 마킹한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고, 그것을 눈치챈 김혜선 기수가 글로벌히트의 질주를 늦추면서 후발주자들이 감히 그녀의 호흡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봄은 정말 빠르게 모습을 바꾼다. 마치 도둑이 봄을 훔쳐 달아나는 것만 같다. 비는 내리지도 않았는데 꽃잎이 진다. 가지에서 새 잎이 돋아나고, 우리는 문득 길을 걷다 초록색으로 바뀐 거리를 보며 벌써 봄이 저 멀리 도망치고 있음을 깨닫는다.재빠른 봄의 달리기를 쫓을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수많은 특별경주가 겹친 SBS스포츠 스프린트의 일요일은 맑은 하늘과 땡볕을 머리 위에 두고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에겐 오직 겨울과 여름뿐이라고 했던가. 일주일의 시간은 봄에겐 너무 빠른 시간이었고, 수많은 관람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사진가들은 봄 벚꽃 철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벚꽃 스팟을 찾아다닌다. 나는 매번 같은 곳에서 다른 벚꽃을 맞이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사람이라 많은 스팟을 돌아다니진 않는 편이다. 기껏해야 여의도의 윤중로와 그곳의 벚꽃이 지기 시작할 때 즈음 집 주변의 수 킬로미터 뻗은 벚꽃길을 카메라와 함께 걸어 다니곤 한다.하지만 작년 여름 때부터 경마에 입문하여 그 해엔 그곳에서 벚꽃을 볼 일이 없었던 내 눈에 띈 렛츠런파크서울을 홍보하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벚꽃야경 게시글은 충분히 기대끌만 한 것이었다. 그 풍경을 기억하는 몇몇 사람들도
렛츠런파크부경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꽃봉오리가 막 올라온 수도권과는 다르게 부산은 이미 포슬포슬한 벚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사뭇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리의 분위기는 마음을 들뜨게 했다. 렛츠런파크서울은 벚꽃 없는 벚꽃잔치중일 때 부경은 좀더 빠른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경의 여왕의 이름을 딴 대상 경주가 있는 날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부경의 경마는 서울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다. 관람대가 조금 더 작았고, 놀라운지 대신 어린 자녀를 동반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루키존이 있었으며,
퀸즈투어의 첫 관문 동아일보배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즐거운여정과 원더풀슬루의 라이벌리즘에 대한 것이었다. 즐거운여정은 원더풀슬루와 맞붙어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전부 우승을 따내었다. 원더풀슬루는 언제나 즐거운여정의 뒤를 바짝 쫓는 추격자였지만, 트리플 티아라를 뛰어넘는 것은 오직 한 번뿐이었다.나는 그 둘 중 즐거운여정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즐거운여정의 트리플 티아라의 마지막 여정인 경기도지사배는 나의 첫 대상경주 촬영이었고, 그때의 열기가 내 마음 한켠에 불꽃을 지폈다.
황사가 들이닥친 봄의 어느 날이었다. 바람이 불었지만 황사를 걷어내긴커녕 오히려 쌀쌀함만을 더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맑고 더웠다. 나는 하루 만에 얼굴을 바꾸는 날씨에 의문을 표하고 황사 너머로 뿌옇고 흐릿한 관악산을 보며 예시장으로 향했다.바깥공기가 좋지 않더라도 재빨리 예시장으로 가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경마 팬들이 예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부경의 다섯 번째 경주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예시장의 가장 낮고 가까운 자리로 갔다.부경의 경주가 끝나자 팬들이 몰려들어 예시장을 가득 채웠다. 그
2020년 이후, 2월 마지막 주말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아지즈 경마장(King Abdulaziz)이 세상의 이목을 끄는 추세가 되었다.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안다는 세계적인 “사우디컵” 레이스가 있기 때문이다.“사우디컵”은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총상금 2천만 달러의 규모로 상금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데 무려 우승 상금이 1천만 달러, 한화 120억원의 국제적 레이스이다. 한국 경마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KRA의 걸작 닉스고(Knicks Go) 가 2021년 출주해 4위로 입상하면서 화제를 부르기도
한 경주에 출전한 말들 중 2두가 같은 조교사 소속이거나 동일 마주의 말이 출전하는 것을 가끔 볼 수가 있다. 이러한 경우 경마 고객은 어떤 관점에서 경마 예상을 하는지 궁금하다. 막연하게 두 마리가 모두 입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어느 한 마리는 입상을 하고 어느 한 마리는 입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2마리가 1착과 2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런 경주에서 조교사의 작전은 어느 한 마리를 우승시키기 위해 다른 한 마리를 희생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조교
우리나라 경마공원의 전체 기수들 중에 낙마를 해 보지 않은 기수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그만큼 기수에게 낙마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과거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 중 낙마를 해서 저세상의 별이 된 기수가 4명이나 된다. 그리고 낙마의 충격으로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기수도 있었다. 필자도 기수시절 경주 중 낙마사고로 4개의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러서 호흡곤란에 이르렀고 급히 지정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해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응급실에서 마취할 시간도 없이 바로 양쪽 옆구리를 찔러 관을 삽입하여
말복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말의 행동이다. 그러나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던가, 의미없는 반복적인 행동이나 앞니나 발굽이 닳게 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정상적이지 않는 행동을 이상행동 또는 행동장애라 한다. 여기에는 생산자나 조교사의 명령에 대한 불복종, 물거나 뒷발로 차는 공격적 행동 또는 마사 안에서 나타나는 행동장애 등이 있지만 사람에 위협이 되는 행동장애가 위험하고,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장애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말에서 나타나는 행동장애에는 앞니로 울타리나 마사시설 등을 물고 끙끙거리
과거에는 말과 관련된 동물보호에 대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으로 오면서 말과 관련된 동물보호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말에 대한 학대를 꾸준하게 문제로 제기해 왔다. 그중 기억나는 것은 경주 첨성대에서 관광용 꽃마차를 끄는 “깜돌이”을 학대하는 마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적이 있다. 공개된 영상에는 꽃마차 영업이 끝나고 마부가 말을 인정사정없이 매질하고 폭행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제주도에서는 은퇴한 경주마가 도축장에서 학대당했다는 논란과 관련하여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동물이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고, 인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한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집단기억을 말한다. 그러나 동물들은 고통 없이 살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고통보다는 통증이 더 맞는 표현이다. 통증이 있는 동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 통증을 표현하는데 우리가 관심만 가지면 인지가 가능하다. 말은 독특하게도 그 통증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무뚝뚝한 동물이다. 강아지는 살짝 꼬리가 밟혀도 엄살인 듯 엄살 아
경주마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말이 갖고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워낙 능력치가 높아 연승을 계속 이어가는 말을 제외하고는 경주성적에 굴곡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경주성적이 상승과 하향곡선을 어떻게 그리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인간도 아무리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슬럼프가 있을 수 있는데 하물며 동물이 하는 경마에서 경주마의 상승세와 하향세는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승세와 하향세를 어느 시점까지 이어가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즉, 상승세와 하향세의 변곡점을 찾는
지난해 일본 경마는 다방면에서 기존의 최고 기록을 깨뜨리며 뜨거운 반응으로 해를 마감했다. 2022년 12월 25일 축복받은 성탄절 나카야마(中山)경마장에서 개최된 그랑프리 GⅠ아리마기념(有馬記念)에서 520억엔이라는 마권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이라고 하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숫자를 보이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10년 만에 판매기록을 경신하였다.그리고 최강의 말(馬)을 가리는 이 그랑프리 레이스에서는 막강한 고마(古馬)들을 제치고 팬 투표 2위, 현장 인기 순위 1위였던 3세 수마(牡馬) 이쿠노익쿠스(Equinox)가 우
경마에서 절대적으로 우승이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경주가 있다. 모든 예상지에서 축으로 잡히는 경주마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주에서 축으로 잡힌 말이 1착과 2착을 할 확률은 대략 7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30퍼센트는 무너진다는 뜻이다.그러면 이런 말이 왜 무너지는 것이며 경마팬의 입장에서는 어떤 관점에서 예상을 보아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대다수의 경마팬은 연승하는 말은 또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심리상태가 존재한다. 그 말이 어떤 상태에서 우승을 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이번
사자성어에 용호상박과 같은 의미로 창과 방패라는 단어가 있다. 창과 방패의 어원은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고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고 이야기 한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끝난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언론에서는 창과 방패라는 표현을 썼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를 두고 한 말이다. 결승전 경기는 언론에서 이야기 한데로 창과 방패가 돋보이는 경기였다. 메시가 2골을 몰아넣고 승부차기
말산업현장에서 생산자나 조교사, 마주, 수의사(수의대생) 혹은 경마시행체 직원 등의 말관련자들은 자주 전문용어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전문용어란 일반인이 거의 평생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의미하는데 그들이 ‘좌전지 외측근위종자골 원위단’이라는 용어를 쓸 일이 만무하다. 위 해부학 용어를 제대로 쓰면 ‘왼앞다리 가쪽몸쪽종자뼈 먼쪽끝’이 된다. 말은 205개의 뼈를 가지고 있는데 머리뼈에서 꼬리뼈까지 각각의 뼈에도 고유한 이름이 있다. 그렇다면 오래전부터 ‘대롱뼈’라 불리는 뼈는 어느 순간 잠식되어버렸고, 일본식 용어 ‘중
지난 11월 9일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3차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경마 온라인발매 법안(4개법안)의 속기록을 보면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류됐음"을 확인했다.온라인 경마를 도입하려면 장외발매소를 줄이고 부작용 저감대책 등을 내놓아야 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통과 안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소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차관 (김인중)은 현재 농식품부법안을 거의 완성해 놓고 있다면서 " 온라인이기 때문에 1) 청소년 접근성 차단문제 2) 과몰입 문제 3) 불법 경마 문제 4) 온라인 총량이나 장외발매소 축소 문제
긴 코로나의 영향으로 닫혔던 하늘의 길이 열리면서 나라 간의 왕래가 조금은 자유롭게 시작되었고 그런 시기의 틈을 탄 필자는 10월 첫째 주 도쿄 경마장을 기분 좋게 방문하고 돌아왔다. 일본 경마의 역사를 보존시켜 놓은 경마 박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3세 클래식 최고의 정점 일본 더비와 오크스가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경마장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로즈가든이라는 곳이 있는데 아름다운 장미꽃과 함께 일본 더비 역대 우승마들의 사진과 말들의 역사를 풀어주는 설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로즈가든 입구에는 일본 더비 우승마를
역사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건 대단한 정성과 역사적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개인이 역사적 소장품을 관리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경마장에서 30~50년 한평생을 지낸 조교사, 기수 들 중에는 자신의 수상품 등을 지금도 간직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들의 소장품중에는 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경마장구, 기념상패, 기념상장, 기념트로피, 기념 메달, 기념 마상 등 실로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자신의 한평생 소장품을 간직해 전 마사인의 귀감이 되고 있는 퇴직 조교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