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베시를 떠나는 날 아침에야 해가 나왔다. 맑은 겨울 아침 같은 햇살 속에 나오니 몸도 가벼워진 듯 했다. 여러 날 쉬고나서, 아직도 약에 취해 있는 몽롱한 상태에서 길을 걷는 일은 오히려 즐거웠다.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에 걸쳐 산책 같은 걸음으로 나징 마을 삼거리 주막집에 도착했다. 차를 마시며 들여다보니 부엌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음식에 관한 사우니(주부의 높임말)의 자부심을 보는 듯했다. 이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리라 작정하고서 달밧떨커리를 주문하였다. 사우니는 쌀을 씻고, 사우니의 초리(딸)는 반찬거리를 다
과연 아침 차 마시는 시간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젊고 잘 생긴 그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진료를 한다면서 그 사이에 진료소로 오라고 했다. 진찰권은 외국인의 경우 50 루피, 내국인은 15루피이며, 약은 무상으로 준다고 했다. 준베시의 이 진료소는 3년 전부터 오스트리아 사람이 스폰서가 되어 주고 있다고 했다. 카트만두의 트레킹 회사 대표인 앙 치링 셰르파가 대표하는 NGO에서 관리하는 이 스폰서쉽은 의사 1명, 간호보조사 1명, 그리고 각종 의약품을 지원해 주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우선 툽텐 체링 곰파를 거쳐 팡
이따금 아침마다 도는 산책길 운동장 주변이 어제부터 온통 쓰레기로 뒤범벅이 되었다.엊그제 대학교 축제가 시작되고나서 벌어진 일이다.산책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학생들의 쓰레기 처리에 대한 의식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현장에서 만난 청소부 A씨(71)는 학생들의 이 같은 행태를 나무라자 "아저씨들도 우리가 이렇게 어질러 놓아야 먹고 살 것 아니냐?"고 내뱉는 손자뻘 되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듣고 혀를 끌끌 찼다.한 청소부 K씨(67)는 "아침 6시에 순찰차가 와서 싸움질 하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국내 유소년 및 학생승마의 든든한 버팀목인 한국학생승마협회(회장 최병욱)가 오는 6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경북 상주 국제승마장에서 ‘2019 춘계전국학생승마대회 겸 제7회 1차 유소년전국승마대회’를 개최한다.학생승마협회가 주관하는 올해 첫 대회로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서기 전에 학생들이 신나게 말을 달릴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국산마 및 어린 말(Young Horse) 경기가 열려 학생뿐 아니라 일반 승마동호인들도 참여할 예정이다.사흘간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출전
이 날 밤 이 집에는 많은 손님들로 제법 북적였다. 우리가 디히로를 먹기 전부터 옆집 소녀 장무 셰르파(15세)가 와 있었다. 그녀는 일손을 도와주러 왔는지 오자마자 부엌일을 거들었다.디히로를 먹고 난 후에는 독특한 행색의 아버지와 딸이 하룻밤 유숙을 위해 찾아 들었다. 좁끼오(야크와 물소의 교배종) 등에 쌀을 싣고 팔러 다니는 셰르파 부녀였다. 이들 부녀는 이 날 새벽에 고리(나울에서 차울라카르카 가는 도중에 있는 마을)에서 출발하여 밤중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아버지를 따라온 소녀 다띠 셰르파는 열 살이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일곱
오다 말다 하는 비를 맞으며 주인을 부르고 있자니 초로의 부인이 흙이 잔뜩 묻은 손을 털며 나타났다. 채마밭에 쭈그리고 앉아 김을 매다 온 것 같았다. 앙 다와 씨가 부인에게 숙식이 되겠냐고 물으니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쌀이 없다고 했다. 그녀의 생각에는 우리가 쌀 아니면 안 먹는 부자들이었던 거다. 내가 나서서 네팔 말로 거들어 봤다. - 사우니, 써머시아 차이나. 하미레 알루 뻐니 카누 훈차, 먹거이 뻐니 카누 훈차. (부인, 문제없습니다. 우리는 감자도 먹고 옥수수도 먹습니다.) 내가 네팔 말을 하자 아낙네는 놀랍다는
나울의 새벽도 피케 마네 못지않게 추웠다. 날이 밝기 전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날이 밝으면서 구름이 흩어지고 햇살이 났다. 설산 가우리상칼의 뾰족한 봉우리 끝이 나타나고, 룸불 히말도 그 위용을 드러냈다. 산책 삼아 나울 마을의 능선 길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아침 식사는 샥빠(셀파 스튜, 수제비 비슷한 음식)였다. 화덕 앞에서 샥빠를 먹다가 눈을 들면 부엌문 밖으로 햇살에 빛나는 설산이 보였다. 날이 개는 걸 보니 다시 피케 정상에 올라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이 무겁고 기침이 심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앙 다와
치즈 공장을 지나 나울 마을 어귀에 이르자 또 다른 마네가 보였다. 마을 가까이 있어서인지 장식이나 구조에 훨씬 정성을 드린 듯했다. 식전에 두 시간, 식후에 두 시간, 모두 4시간을 걸은 이 날 일찌감치 여장을 푼 집은 바로 나왕 린지 라마네 집이었다. 이 날은 종일 날이 흐려서 몰랐는데 날이 갠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부엌 문 밖으로 설산 눔불 히말과 가오리상칼이 보였다. 여장을 푼지 두어 시간 후에 나왕 린지 라마가 피케 마네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마을 곰파를 보여 주었다. 나왕 린지 라마가 거처하는 방도 있는 그 곰파의 대웅전에
그날 나는 운전만 70㎞를 했다. 주행 시간은 총 4시간이었다. 경기도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문상을 갔다 오는 코스였다. 내비게이터가 친절하게 안내해 준 최적 경로는 아주 지루한 강변북로 퇴근길이었다. 30분간 시속 10㎞로 달리는데 중간에 멀미가 날 정도였다. 후배 K의 부음을 어제저녁에 전해 듣고 우선 황망했다. 나이도 어린놈이 뭐가 급해서.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황망함 뒤를 이어 미안한 감정들이 따라왔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한 번밖에 못 갔다. 병원비가 부족하다고 그의 아내가 전화했을 때 도와주지 못했다
기온이 영하일 때에는 배터리가 오래 가지 않는다. 그걸 잘 몰랐던 때에는 괜히 배터리 가게 주인만 욕했다. 사용 가능 기한이 다 됐거나 불량품을 팔았다고 생각했다. 산에서 내려가면 불량 배터리를 판 카트만두의 수퍼마켓 주인을 찾아가 따져보려고도 했다. 나는 내 조그만 디카를 우모복 속 겨드랑이에 끼고서 샛별을 바라봤다. 샛별이 흐릿해지기 시작하면서 능선 주변의 하늘이 시시각각 오묘한 색채로 변하고 있었다. 나는 겨드랑이에서 디카를 꺼내어 한 두 방 찍고는 다시 겨드랑이에 넣어야 했다. 내 디카는 봄 순례 때 고장 나서 버린 것과 같
이곳 불부레에서 두 시간을 내려가면 똘루 곰파가 나온다. 지난봄에는 똘루 곰파까지 왔다가 눈이 너무 쌓여 있어서 불부레로 오지 못하고 자프레로 빠졌다. 자프레도 이곳 불부레에서 두 시간 거리다. 똘루 곰파로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갈라지는 길이 자프레로 가는 길이다. 불부레에서똘루 곰파 쪽으로 두어 시간 거리인 마이다네에는 앙 다와 씨의 농막이 있다. 앙 다와 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현재 마이다네의 농막에 머물며 가축을 기르고 밭농사를 짓고 있는데, 눈이 오기 전에 빠쁘레 마을로 철수했다가 봄에 다시 마이다네로 올라온다고 했다. 앙 다와
'정문섭 책읽기'는 유튜브를 통해 더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구독중으로 꼭 눌러주세요. ^^정문섭의 책읽기'성공하는 네트워커들의 7가지 습관' 지은이 스티븐코비, 옮긴이 강경수'조그만 변화를 원한다면 행동을 바꾸면 되지만, 아주 큰 변화를 원한다면 패러다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효과적인 성공은 7가지 습관에 달려 있고, 7가지 습관을 몸에 익히려면 근본적인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습관은 지식과 태도, 그리고 기술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기보다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라는 것이 이
어젯밤, 재봉틀 빈대에게 시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김 선생은 집 뒤에 텐트를 쳤다. 카트만두에서 구입한 이래 여태 배낭에 달고만 다니다가 이 날 처음 펼친 것이었다. 고산병 예방약을 먹은 김 선생은 낮잠 한 숨 잘 잤다는데, 안 먹은 나는 호흡이 편치 않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이 들락말락 할 때마다 호흡이 딱 멈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고소에서 오는 아주 가벼운 고산병 증세 중의 하나였다. 따굴릉에서 곧장 피케 베이스캠프로 갔다면 틀림없이 고산병으로 고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불부레에서 종일 빈둥대
2019년 5월, 잊지 못할 미디어피아 1박 2일 워크숍에 다녀왔다. 회사 내 기자분들, 그리고 다른 전문기자님들과 친분이 없어 모든 게 어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다른 차에 동승하여 파주로 출발한다. 통일대교를 건너는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신분증을 검사하고 민간인 통제 구역인 통일대교를 건너간다. 먼 길을 달려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쉽게 발을 내디딜 수 없는 곳으로 들어오니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장단콩마을 식당에서 만든 다양한 콩요리가 긴장했던 배와 마음까지
따굴릉의 카지 셰르파 씨에 의하면 이즈음 피케 지역은 낮 12시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하여 밤 12시가 되면 구름이 서서히 걷힌다. 새벽 4시 경에 소변보러 마당에 나와서 본 밤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었다. 보라색이 감도는 쪽빛 하늘에 별들만 가득했다. 특히 하늘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은하수에는 별들이 하도 촘촘하여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었다. 여명에 따끈한 차를 마시고,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퍼지기 시작한 7시 경에 불부레를 향해 따굴릉을 떠났다. 따굴릉 능선에 난 길은 봉우리 하나를 남쪽으로 에돌아 반대편에서 오는 능선으로
출근길에 살해당한 아프가니스탄 국회 자문관지난 토요일 아침 카불 시내 한복판에서 두 명의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한 여성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죽은 여성의 이름은 미나 망갈(Mina Mangal), 여성인권을 옹호해온 페미니스트 언론인이었으며 현 국회 자문관이다. (Euro)뉴스 등 언론들은 그의 죽음은 살인이 아니라 암살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미나 망갈의 시신 옆에서 어머니는 그를 죽인 범인들은 바로 전남편 측이라고 울부짖었다. 파슈톤(Pashtun)족 출신인 그녀는 2년 전에 이혼을 했지만 전남편에 의해 끊임없이 살해 협박
밤중에 온 사내들과 소년들은 날이 새기 무섭게 행장을 꾸려 비탈길을 내려갔다. 두 시간 후, 우리가 마일리 가웅의 바스넷 씨 집을 떠날 때 바스넷 씨의 외동딸은 광에서 맷돌로 옥수수를 갈고 있었다. 선물로 줄 게 없어서 볼펜, 연필, 색연필 등이 든 내 필통을 줬더니 예쁘게 웃었다. 길은 경사가 급한 산비탈 경작지 사이로 이어졌다. 숨이 차서 자주 멈춰서야 했는데, 멈춰 서서 돌아볼 때마다 앞산 너머 설산이 쑥쑥 커지고 있었다. 산비탈 따망 마을의 주막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일어서 걸으니 길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속으로 이어졌
절쿠 셀파 호텔을 나선 시각은 7시. 전 같으면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했겠지만 차만 마셨다. 먹으면 몸이 무거워 질 것이기에 식전 산책삼아 걷다가 도중에 먹기로 한 것이다. 금방 갈림길이 나왔다. 곧장 이어지는 길은 봄에 걸었던 푸싱가 - 킹쿠르딩 곰파를 거쳐 오컬 둥가 지방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왼쪽 비탈로 올라서는 윗길은 보우다 고리 - 마일리를 거쳐 피케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윗길로 올랐다. 윗길은 아랫길보다 공기도 신선하고 전망도 좋았다. 날이 청명하여 설산도 잘 보였다. 어제 아침 우리가 있었던 데우라리 능선 위에는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든 탓에 새벽 세시 경에 잠에서 깼다. 더 이상 잠은 안 오고 오히려 말똥말똥해졌지만 일어나 봤자 춥고 캄캄해서 할 일이 없었다. 김 선생도 그 즈음에 잠이 깬 듯했지만 서로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냥 누워 있었다. 우리가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일어난 시각은 5시 10분. 소변이 마려워서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었다. 날은 아직 어둑했지만 마을 뒷산에 올라가 일출을 보기로 했다. 방한복을 껴입고 롯지를 나서서 입김을 헉헉 뿜으며 뒷산 산비탈을 30 분 쯤 올랐다. 데우라리의 해발 고도가 이미 2710 미터, 더
4시 10분에 기상, 5시 30분에 롯지를 빠져나왔다. 이제 막 동트기 시작한 길을 걷자니 상쾌했다. 새털처럼 가벼운 침낭과 우모복 등으로 부피만 큰 배낭이건만 비탈길을 오르자니 묵직했다. 내 뒤에 오는 김 선생 사정도 나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앙 다와는 앞장서서 걷다가 언덕바지 꼭대기에 이르면 한참씩 서서 기다렸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자신의 긴 그림자 끝에 우뚝 서 있는 그의 실루엣은 강인하고 믿음직해 보였다. 치뜨레의 주막집에서 차를 마셨다. 지난 봄 순례 때 총누리와 함께 들렀던 주막집이다. 근처에 다른 주막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