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세 마리가 월 150만 원을 먹어치웠다…노동자들 한 달치 월급이었다”

최기영 한국마상무예훈련원·주몽승마장 대표.
사람들을 모아 승마를 가르쳐라, 솔깃했다. 그렇잖아도 말을 구할 때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한 마리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월 40만 원이었다. 매일 타는 말을 똥간에 방치할 수 없어 톱밥까지 깔아주는 비용까지 말 세 마리가 월 150만 원을 먹어치웠다. 당시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입의 절반이었고, 공장 생산 노동자들의 한 달치 월급이었다.

집에서는 내년에 딸아이 대학에 가야 하는데 학비가 얼마다, 아비란 자가 아무리 미쳤어도 집안은 돌봐야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몇 번을 다투는 동안 그녀는 결국 딴살림 차린 것 아니냐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말(馬) 때문이라며 말을 치우기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말 대신 내가 집에서 쫓겨나올 수는 없어 방법을 찾고 있던 중에 일반 승마장처럼 회원을 받아 승마를 가르쳐 보려고 했다. 체육시설로 등록하지 않아 머리 아플 건 뻔했다. 그래도 충청북도 마필 담당 공무원이 내민 제안이었다. 한줄기 빛 같았다. 질서 없이 자란 풀꽃들이 나와 함께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

현수막을 걸고 회원을 모집해 승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말을 배우며 마상무예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을 따라 청주 뿐 아니라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승마동호인들이 다녀갔다. 내 밥 값과 사료비가 해결됐다. 말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 무렵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에서 승마 인구 확대를 위한 승마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국민말타기운동’을 시범 사업으로 실시한다는 공문이 왔다.

공문을 받고 사업신청서를 쓰고 있는 나에게 한 지인은, “욕심 많으면 광란난다. 그냥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가르치시지?”라고 말했다.

“뭐 어때서. 그래도 여긴 도청에서 허락해 준 곳인데.”
“어이구, 최 선생! 그 말을 믿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그들인데. 나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시범사업 한번 하면 탈의실이라도 지을 수 있지 않겠어.”

그는 내가 미련을 버리지 않자 나에게 순진하다며 분명한 것은 이곳 승마장이 체육시설로 등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인이 말린 이유도 있지만 괜히 미신고 사업장이라고 선전하는 것 같아 사업 공모를 포기했다.

그리고 며칠 후, 모처럼 목돈이 생길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놓지 못해 말등에 올라 괜히 말을 괴롭히고 있을 때였다. 한국마사회에서 용역을 맡은 생활체육 승마연합회 측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승마장 허가를 받고 싶어 몇 번을 반복해서 신청서를 제출해도 승마장 규정 미달로 반려를 당한 곳인데, 정부 사업을 해달라고 했다.

실태 조사를 나왔다. 아직 여름 더위가 한창이었다. 그들은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들어와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고 검정 양복에 넥타이를 맨 자들 셋이서 거드름을 피우며 내렸다.

“여기 최 사장이 누구여?”
다짜고짜 반말이었다. 난 그들의 태도가 재미있어 동작 하나를 놓치지 않고 입을 다물고 바라보았다. 그들은 민망했는지 협회에서 나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책임자로 보이는 자가 자리에 앉았고, 나머지 둘은 마구간과 안전 도구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에게 난 없었다. 난 내심 내키지 않았으나 그들이 찍은 사진 한 장과 말 한마디에 탈의실이 왔다갔다 한다는 생각에 강아지처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설명했다. 그리고 한껏 자세를 낮추고 모르는 예의까지 갖추며 차(茶)를 권했다.

“여기 충북 지역에 10억 마필 정부 지원 사업으로 세워진 승마장도 있는데 제가 어떻게 시범사업을 할 수 있겠어요?”
“최 사장이 말을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아이구, 무슨 말씀을. 고맙습니다. 그래도 승마는 시설이 우선인데 저희 승마장은 허접해서 지원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요.”
“시설 좋으면 뭐해. 실태 조사한 결과 여기가 주변 승마장 중 초보자에게 가장 안전하게 승마를 지도하고 있는 곳으로 확인됐더. 참! 체육시설보험 가입은 했나?”
“네, 마상무예 훈련의 위험성 때문에 말을 키우면서부터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는 며칠 후 마사회에서 안전 교육이 있으니 꼭 참석하고 지원자를 받아 교육을 시키라며 갔다.


최기영 한국마상무예훈련원·주몽승마장 대표.

교정·교열=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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