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마팬들은 정당한 경마소비자로서 당당하게 대접받기를 원하고 있다. 남의 이목이 두려워 몰래 숨어서 주어진 환경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과거의 경마팬이 아니라 소비자 주권을 떳떳이 내세우는 그런 마니아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지만 한국마사회의 행정과 환경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종일 서서하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경마, 마권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경마, 능력마가 전력질주 하지 않아 고배당을 터트린다거나 몇 개월 동안 능력을 숨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승해 버리는 경주가 난무한 경마, “간다, 안간다”가 정설로 자리매김되어 가는 경마환경에서 어느 누가 경마의 참 맛을 느낄 것이며, 주위의 누구보고 경마를 하자고 권유할 것인가.

신규 경마팬을 양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이제는 느끼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산경남경마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기존 경마팬의 이탈을 막는 것이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탈을 막는 것 이전에 기존고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다 보면, 단순히 경주수 만을 늘리는 눈앞의 매출 확대 전략보다는 경마의 토양을 튼튼히 하는 경마환경의 획기적 개선만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 유치하는 첩경이라는 것을 깨닫고 명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혜로운 농부는 많은 수확을 위해 씨를 뿌리기 전에 미리 밭을 갈아 통풍을 시키고, 두엄을 많이 주어 기름진 땅을 만드는데 온 정열을 쏟는 반면, 지혜롭지 못한 농부는 사전에 기름진 땅을 만드는 것은 등한시한 채 씨 뿌려 가꾸는 데에 만 온 정열을 쏟는다. 기름진 땅은 두고두고 소출이 좋지만, 그렇지 못한 땅은 아무리 열심히 가꾸어도 소출이 형편없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고 이치다.

현재 한국경마 현실도 이와 비슷한 환경에 있다. 그동안 한국경마를 책임져왔던 한국마사회는 경마만 개최하면 관중이 구름같이 몰려오다 보니 경마의 기본적 토대를 튼튼히 하기 보다는 그 열매만을 따 먹기에 열중하여 왔다. 지금도 그러한 습성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 진정한 경영과 혁신 보다는 눈앞의 이익만 쫒고 혁신하는 척 시늉만을 하는 사이비 경영을 하고 있다. 매출액이 급감하고 경마인구가 감소하면 일반기업의 경우 벌써 강력한 처방이 나오고 그동안 관행으로 흘러왔던 기업문화나 조직정서도 과감히 혁파하며 위기관리 경영을 발동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의 핵심과제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아직도 정확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경영 수지 개선에만 눈이 어두운 정책을 일삼고 있는 것 같아 경마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등기업의 성공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이들 기업들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내부에서 찾았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그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소비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하여, 그 취향에 맞는 경영을 해왔기에 오늘날 우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마사회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핵심과제들의 면면을 보면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외부환경에서 찾고 있으며, 그리고 이들 과제들이 지금 당장 소비자, 즉 경마고객이 원하는 과제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행이 최근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법 제정, 승마 활성화를 통한 말산업발전 계획 등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국마사회의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종사원 모두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에 호응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할 때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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