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전 약 10-12분전이 되면 예시장에서의 주회를 마친 출전마들은 기수가 기승한 채 하나둘 경주로에 입장하면서 긴장감은 고조되기 시작한다.

이 것을 “주로출장”이라고 하며, 통상적으로는 출발번호의 순서에 따라 경주마들이 입장하지만 평소 악벽이나 흥분 가능성이 있는 말들은 유도마에 이끌려 가장 늦은 순서로 입장하기도 한다.

경주마에게 있어 주로출장은 실전을 앞둔 워밍업의 개념이다. 그러한 점에서 예시장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예시장에서는 단지 걷고 있는 모습의 경주마를 볼 수 있지만, 주로에 출장한 말은 걷기도, 껑충껑충 뛰기도 혹은 전속력으로 달리기도 하면서 컨디션을 점검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준다.

말의 주행 방식(보법)에는 크게 4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평보’, ‘속보’, ‘구보’, ‘습보’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예시장에서의 걷고 있는 걸음을 평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평보보다 빠르게 걷는 것을 속보, 그리고 3절도 운동이라고 하는 구보는 한쪽 뒷다리가 먼저 땅에 닫은 후 앞다리 그리고 다시 나머지 뒷다리 순으로 발을 내딛는 방식으로 보기에 껑충껑충 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습보는 실전 경주에서처럼 전속력 혹은 그에 준하는 속도로 달리는 주행 방식을 말한다.

빠르기로 본다면, 평보→속보→구보→습보 순이 되겠다. 말의 걸음 방식은 앞으로 주로출장과 관련한 강의에서 많이 쓰게 될 용어이므로, 반드시 숙지해놓길 당부 드린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과연 주로출장과 예시장 가운데 어느 곳이 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보다 효과적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예시장에서 상태를 확인했다면 굳이 주로출장까지 볼 필요는 없다”라는 견해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예시장 보다는 주로출장에서 보다 확실한 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시장 70% · 주로출장 30%

예시장 편에서 전술한 것처럼, 말의 군살이 있고 없음을 판별하거나 파행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수가 기승 전에 점검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말의 심리상태를 보기 위해서라도 예시장에서 봐야 할 부분이 많고, 시간적으로도 예시장에서 주어지는 시간은 15분 정도의 여유가 있는 반면, 주로출장은 그저 2-3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확실한 말 상태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예시장에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로출장 시에는 예시장에서 볼 수 없는 평가재료들이 있다. 속보나 구보 혹은 습보 등 걸음의 변화에 따른 자세의 좋고 나쁨을 판별할 수 있고, 기수와 말과의 호흡은 주로출장이 아니고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예시장과 주로출장은 모두 소홀히 해선 안되는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굳이 비중을 두자면, 예시장을 70%, 주로출장을 30% 혹은 예시장을 60%, 주로출장을 40%까지 두고 있다고 하겠다.

주로에서 걷거나 달리고 있는 말의 모습은 경주직전이기 때문에 실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수와의 호흡도 그렇고, 속보나 구보 등 말의 다양한 걸음걸이는 실전에서 어떤 주행을 할지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유력한 재료가 된다.

또, 실제로 예시장에서의 평가가 주로출장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예시장에서는 “좋다”라고 생각했지만, 주로출장 시의 모습을 보고 “어~이건 아닌데?”라며 재검토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물론, 예시장과 주로출장시의 모습은 대개 일치하지만 말이다.

처음 단계에서 모든 말을 보기란 불가능

다만 주로출장을 보고 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약간의 한계가 있다. 예시장과는 달리 주로출장에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유심히 보고 “저거야!”라고 생각하는 동안, 다른 말들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물론 주로출장을 거듭 관찰해왔던 팬들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처음 단계의 팬들이 주로출장에서 출전마 전 두수를 보기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단계에서는 모든 말을 보려고 들지 말고, 예시장에서 “좋다”라고 판단했던 말 혹은 “파행”이 있었거나 “흥분”된 말, 그리고 평가가 애매했던 말들에 한정해 검토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어려운 법. 이 말, 저 말 다 보려다 아무 것도 잡지 못하고 끝나 버리기 보다는 확실히 나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로출장의 핵심포인트는 ‘절대비교’

이제, 주로출장에서 말 상태를 파악하는 요령에 대해 배워 나갈 것이다. 그에 앞서 주로출장에서 주안점을 두어야 할 사항에 대해 강조하고자 한다.

독자여러분은 과거 예시장편 강의에서 언급한 ‘절대비교’와 ‘상대비교’를 기억할 것이다.

‘절대비교’는 말의 과거상태와 비교해 그 말이 나타낼 수 있는 베스트와 워스트 상태를 구분짓는 방식이며, ‘상대비교’는 출전마들을 서로 비교해 나가면서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예시장에서는 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어느 방식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특히 주로출장에서는 ‘절대비교’ 측면에 보다 주안점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말도 사람처럼 개성이 있기 때문에, 좋은 상태일 때와 나쁠 상태일 때의 어떤 특유의 징후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로출장시 그러한 징후가 현저하게 두드러지기 때문에 ‘절대비교’는 당일 말 상태를 짐작하는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말이 오늘 주로출장시 매우 경쾌한 구보를 보였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A라는 말이 오늘 주로출장에서 구보를 했다는 사실 보다는 과거에도 그러했는지의 여부를 비교하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가볍게 속보를 걸었는데 오늘 구보를 했는지, 과거에도 구보를 했는지 등 과거와 현재의 비교분석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와 결부지어 당시의 경주성적을 함께 기억해둔다면, 여러분은 이미 주로출장을 통해 말 상태를 파악하는 요령의 7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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