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에 들어선 말은 잠시 후 있을 실전 레이스를 대비해 최종 컨디션을 점검하게 된다. 걷기도, 가볍게 뛰기도, 달리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결코 처음부터 달리거나 뛰기 보다는 낮은 단계의 속도에서 높은 단계의 속도로 서서히 그 강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가장 먼저 가벼운 걸음의 ‘속보’로 시작해 충분한 몸풀기가 되고 나면, 빠른 걸음인 ‘구보’ 그리고 ‘습보’와 같이 그 걸음방식을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말이 주로출장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속보’를 충분히 밟고 나면, 적당한 곳에서 제2단계라고 할 수 있는 ‘구보’로 그 걸음방식을 바꾸어 출발지까지 이동하게 된다.

우리가 이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 바로 기수와 말의 호흡이다.

말이 속보에서 구보로 옮기는 즉, 걸음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위화감 없이 매끈하게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수가 “자, 이제 서서히 달려볼까”하고 조금만 신호를 주더라도 말은 무리없이 그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 과정이 순조롭다면, 결코 기수도 말을 제어하는 등의 불필요한 행동 없이 일정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며, 이 것이 말과 기수가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는 표본이다.

은 이제 막 경주로에 들어선 말(馬)이다. 주로출장의 첫 단계인 속보를 생략하고 바로 구보로 들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말에 기승한 기수의 자세가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말과 기수가 최상의 호흡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기수가 말의 고삐끈을 짧게 잡거나 혹은 당기거나 하지 않고 길고 느긋하게 잡고 있기 때문에 말을 전혀 자극하지 않고 있다. 또한 말도 턱을 당기고 균형있게 구보를 달리고 있어 레이스를 앞두고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의 말은 과 비교해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말이 턱과 목을 쑥 내민채 달리고 있어 구보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어수선한 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하지만 가 나쁜 경우는 아니다. 말의 귀를 주목해보면, 알 수 있다.

양쪽 귀가 모두 앞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기수의 지시에 순응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참고적으로 실전 레이스에서는 말의 귀가 뒤로 제쳐진 모습을 하지만, 그 것은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맞
바람으로 인한 것이지 기수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아서는 아니라는 점을 알려둔다.

의 말이 이처럼 턱을 내밀고 구보를 하는 것은, 과 비교해 달리고자 하는 욕구가 넘쳐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수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삐끈을 당기거나 하지 않고 말의 기분에 맞추어 주며 타협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의 모습과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의 말은 경주로 출장시 마다 항상 이러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하나의 개성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주로출장 첫 시간에서도 전술했지만, 주로출장에서는 절대비교가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즉, 그 말이 가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상대적으로 의 나쁜 케이스의 말을 보도록 하자. 의 말은 구보를 하면서 턱을 들고 있는데다 귀 부분에 주목해본다면 쉽게 비교가 가능하다. 이나 의 말은 귀가 앞으로
향하고 있는 반면, 의 말처럼 귀가 뒤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다소 반항적인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수와 말이 전혀 호흡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간혹 주로출장을 관찰하는 팬 중에서는 말이 구보나 습보를 할 때의 속도감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있지만, 필자는 속도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삼지 않는다.

물론 상태가 좋은 말은 구보를 거듭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스피드를 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재차 언급하지만, 주로출장은 레이스를 앞둔 준비운동의 차원이다. 주로출장에서 체력을 소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빠르게 달리는 경우에는 약간의 의심을 가져볼 만도 하다. 즉, 기수와의 호흡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말이 달리면서 자꾸자꾸 속도가 올라 버리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수와의 호흡이 불안정 하거나 말 상태가 좋지 않은 말은 구보에 들어가면 단번에 가속하는
경향이 있다. 목을 쑥 내밀듯이 하고 달리고 싶어하게 된다.

그래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때 기수가 “그만 달리자”라고 하면서 제어를 했을 때, 말이 무리없이 점차적으로 속도를 줄여간다면 관계가 없다. 하지만 기수의 지시에 역행하여 더욱 달리려 한다면, 와 같이 기수는 다리를 뻗어 제어하기 위한 무리한 반작용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말도 고개를 위로 쳐들면서 겨우 멈추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그야말로 최악의 호흡인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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