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9일 일요일경마 제9경주 1800m 레이스로 펼쳐진 제33회 일간스포츠배 경마대회에서 한국경마 유일의 여성 경마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신영조교사가 관리하는 경주마가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차지 했다. ‘파워시티’(마주 최종환, 거세마 4세)가 우승, ‘뉴화이트삭스’(마주 김창식, 수말 3세)가 준우승 했다. 우승 상금 1억1천만원, 준우승 상금 4천2백만원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파워시티’가 탁월한 순발력으로 선두에 나섰으나 인기 1,2위의 ‘뉴화이트삭스’와 ‘메니머니’가 강하게 치고 나오며 이내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맞은편 직선주로에 들어서며 ‘뉴화이트삭스’와 ‘메니머니’가 크게 거리를 벌리며 레이스를 전개했다. 두 경주마의 3코너 통과 기록은 1분 7초대였다. 1800m를 선행버티기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하며 최고기록을 세웠던 ‘포킬풀어브머니’가 같은 구간을 1분 10초 4에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질주했다. 4코너에 접어들며 ‘메니머니’의 걸음이 무뎌지는 틈을 타 ‘뉴화이트삭스’와 3위권에서 기회를 노리던 ‘파워시티’가 강하게 탄력을 붙이며 새로운 선두 경합 구도를 만들었다. 막판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팽팽한 접전 속에 뒷심을 발휘한 ‘파워시티’가 목 차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주 기록은 1분 55초 9였다. 준우승 ‘뉴화이트삭스’의 뒤를 이어 ‘부전자전’이 10마신 차로 3위를 기록했다. 초반 선전했던 ‘메니머니’는 5위에 그쳤다.

경마대회 우승으로 1등급 경주의 산뜻한 출발을 알린 ‘파워시티’는 오크스챔피언 ‘유로파이터’와 2004년도 일간스포츠배 우승마 ‘어울림영웅’을 배출한 ‘아처시티슬루’의 자마다. 이번 우승으로 14전 8승 2위 2회를 기록해 승률 57.1%, 입상률 71.4%를 기록하게 됐다. 데뷔 후 2연승을 거두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이후 골연골증으로 인한 공백과 치료를 거치며 짧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근성 있는 걸음을 보여주는 경주마로 1등급 국산마의 준족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신영 조교사는 이번 일간스포츠배에 출전한 ‘파워시티’와 ‘뉴화이트삭스’가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며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비록 아깝게 우승을 놓쳤으나 ‘뉴화이트삭스’ 역시 초반 빠른 전개와 치열한 경합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지치지 않는 근성을 발휘해 향후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2013년 과천시장배에서 우승 한 ‘라온모리스’ 이후 오랜만에 경마대회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었다. ‘파워시티’의 우승으로 이신영 조교사는 시즌 33승을 기록하며 다승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됐다.

너무나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신영 조교사가 위치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시작은 기수시절부터였다. 아무리 당당한 그녀였지만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 앞에서는 좌절도 맛봐야 했다. 노력으로 안 되는 타고난 신체적 한계와 몇 번의 대형 낙마사고로 인해 절망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거칠기로 소문난 경마계에서 이러한 그녀의 부진에 책망도 함께 따랐다. 주눅이 들어 말을 타면 또다시 성적이 안 나오고, 또다시 질책을 받고. ‘한 성격하던’ 이신영 조교사였지만 반복되는 악순환에 강점이었던 자신감마저 바닥을 칠 정도까지 이르렀다.

최고의 기수가 될 거라며 경마판에 발을 들였던 때와는 달리, 조교사로 데뷔할 시기의 이신영 조교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 세계를 충분히 경험한 그녀는 마음을 비우고 바닥부터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다. 너무나 쓰고 힘겨웠던 지난 경험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기복이 워낙 많은 경마 세계에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수없이 좌절을 맛보게 했던 경험 덕분이었다. 지금도 크고 작은 사건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고 돌아보는 것을 일상화했다. 이신영 조교사의 거침없는 질주가 한국경마의 세계화에 주춧돌이 되리라 믿는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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