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영 코치(좌측)가 학생들에게 말 장구의 사용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10살, 11살로 하나를 알려주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최대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 안산지역 학생들의 상처입은 마음 치유 돕는 학교
- 경쟁 위주의 학교 벗어나 자연에서 자아실현 성취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안산 지역은 특히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학생들로 세월호에 대한 그림자가 더욱 깊게 드리워져 있다. 트리플밸리 대표이자 ‘승마힐링학교’ 선생님인 박경남 교장은 세월호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안산시의 학생들이 자연에서 `힐링`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개교 이유를 밝혔다.

‘승마힐링학교’는 말과 교감하며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커리큘럼은 따로 없다. 대신 팀별로 모인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걸 정해서 활동한다. 몇몇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배우듯이 완벽하게 짜인 커리큘럼을 원하지만 승마힐링학교에서는 평소 학생들이 받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직접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한다.

승마힐링학교의 목표는 학생들이 말을 만나 인성, 예절, 자아실현을 자연스레 깨치는 것이다. 상위 10%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위하는 입시 위주의 학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성적 경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박경남 교장은 학생들이 승마장에서 기승 기술을 배우고 시합을 목표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건 말에 대해 흥미를 느낀 후에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경남 교장은 승마힐링학교의 운영을 예전부터 바라왔다. 이번 승마힐링학교도 단순히 교육부의 지침을 따른 것이 아니라 박경남 교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대상자를 찾았다. 인근 학교에도 제의를 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승마가 학생들에게 좋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책임 때문에 거부했다. 그러던 도중 안산 다문화, 다가정, 저소득 센터를 찾았고 그쪽에서는 흔쾌히 찬성했다. 이에 대한 허가절차를 밟던 도중, 경기도교육청이 ‘꿈의 학교’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은 어떤지 물었고 이에 만들어진 것이 ‘세상을 달리는 승마힐링학교’다.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꿈의 학교’는 300개 업체가 지원했으며 현재 50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꿈의 학교’는 지역주민이 직접 교사가 되어 동네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승마 이외에도 수상스키, 골프, 자전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기도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방과 후 아이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배우면서 학교가 다르고 반이 달라도 서로 알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꿈의 학교’의 금액은 경기도교육청이 모두 지원한다.

승마힐링학교는 80명의 모집인원에 1,019명의 학생이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박경남 교장의 원래 생각한 대로라면 지원서도 보고 학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도 해보려고 했으나 천여 건에 달하는 서류를 현실적으로 다 보기가 어렵고 특혜를 봐줬다는 등의 뒷말이 나올까 봐 추첨을 하기로 했다. 추첨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경찰,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지역 주민을 입회시키고 트리플밸리 관계자는 일절 들여보내지 않았다. 이에 추첨으로 일반가정 40명, 저소득 가정 40명의 학생이 뽑혔다.

개교식은 아이들의 꿈을 자기 스스로 심도록 돕는 ‘꿈의 학교’ 취지대로 12살 김주영 학생이 만든 UCC ‘트리플밸리 나라’를 방송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UCC 내용은 트리플밸리 나라에 사는 말 국민을 학생들이 지킨다는 것으로 승마장 직원과 학생들이 ‘강남스타일’ 춤을 추며 시작한다.

김주영 학생은 ‘트리플밸리 나라’ UCC는 말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의 생각을 가지고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학생의 꿈은 승마코치 아니면 해병대다. 말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고 나라를 지키고 싶기도 하다.

승마힐링학교 학생들은 세세하게 짜인 커리큘럼이 없어도 주체적으로 배우며 몸으로 학습하고 있다. 하루는 한 학생이 옛날 영화에서 봤다며 말을 안장 없이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의견에 따라 아무 장구 없이 말을 태워줬더니 ‘말이 따뜻했다’, ‘말등이 배겨서 몸이 반으로 찢어지는 줄 알았다’ 등 재미있는 의견들이 나왔다. 학생들은 말의 성별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아 직접 보여주며 가르쳤다. 반응은 뜨거웠다. 박경남 교장은 학생들이 비디오로 성을 배우는 것보다 말의 성기를 실제로 보며 참된 성교육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마힐링학교 이외에도 박경남 교장은 인근의 마필관리사의 꿈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생인 김태현 학생을 수습생으로 두며 안산 지역 학생들의 미래를 지원하고 있다. 김태현 학생은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간 과천경마장에서 기수의 꿈을 키웠으나 고등학교 2학년에 키가 170cm로 자라버렸다. 이후 김태현 학생은 기수의 꿈을 접고 마필관리사가 되기 위해 트리플밸리의 문을 두드렸다. 인터뷰하기 직전까지 말을 돌보느라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김태현 학생은 말을 관리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줄곧 배우고 싶었던 걸 배울 수 있어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경마장에서 실습한 다음, 한국마사회 시험에 합격해 마필관리사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원형마장에서 ‘꿈의 학교’ 학생들이 말을 타고 있다. 승마힐링학교에서는 말을 타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말과의 교감을 통해 학생들이 진정으로 승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윤화영 코치(좌측)가 학생들에게 말 장구의 사용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10살, 11살로 하나를 알려주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최대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 김주영 학생이 ‘순두부’에게 밴드를 해주고 있다. 수의 체험, 말 관리 체험 등을 통해 학생들의 말 관련 직업에 관한 인식 저변 확대를 돕고 있다.
▲ 학생들이 밖에서 땀 흘린 ‘순두부’를 위해 몸을 닦아주고 있다. 단순히 말을 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타고난 후에는 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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