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스포츠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紙는 5/6일자를 통해 ‘마인 댓 버드’의 우승을 대서특필하고, 표지 인물에 선정했다
캘빈 보렐(Calvin Borel) 기수, 더비와 오크스 모두 우승 진기록
인기 1위 ‘아이 원트 리벤지’는 무릎부상으로 출전 포기

우리시간으로 3일 미국 켄터키주 처칠다운즈 경마장에서 펼쳐진 제135회 켄터키더비(2,000M)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거세마 ‘마인 댓 버드’(Mine That Bird)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인기 18위에 불과했던 우승마 ‘마인 댓 버드’의 이날 단승식 배당은 51.6배로, 지난 2005년 우승마 ‘지아코모’(단승식 배당 51.3배)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대회 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기록되고 있는 1913년 우승마 ‘던레일’(단승식 배당 92.5배)의 다음가는 대이변이다.
여기에 준우승마 ‘파이어니어 오브 더 나일’과의 쌍승식 배당도 1037.4배, 1위부터 4위까지를 순서대로 적중하는 방식의 사쌍승식(superfecta)은 무려 278,503.2배라는 로또 배당을 연출했다.

캘빈 보렐 기수의 기승술 “빛났다”
현지에서는 이번 대회 결과를 놓고 쇼크 그 자체라는 반응이지만, 그에 반해 ‘마인 댓 버드’의 경주 내용은 완승에 가까웠다. 특히 기승한 캘빈 보렐 기수과 빚어낸 하모니는 대회 우승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4코너 초입 지점까지만 해도 후미권을 유지했던 ‘마인 댓 버드’는 직선주로에 들어 선두권이 주춤하자 순식간에 선두권을 위협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안쪽 코스를 선택했던 ‘마인 댓 버드’는 역시 안쪽에 3,4두의 마필들이 한데 뭉쳐져 있었기 때문에 진로가 막히며 추입작전이 무위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이에 아랑곳않은(?) 캘빈 보렐 기수는 ‘마인 댓 버드’를 오히려 펜스 가장 안쪽으로 유도하며, 도저히 비집고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 틈새를 공략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인해 거의 진흙 수준으로 되어 버린 미끄러운 주로를 감안할 때, 자칫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끝내 캘빈 보렐 기수는 침착하고 대담한 말몰이로 그 틈을 파고드는데 성공했고, 지칠줄 모르는 탄력을 이어가 2위마와 6과3/4마신 차의 대승을 일궈냈다. 캘빈 기수의 기승술과 ‘마인 댓 버드’의 근성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마신차는 대회 사상 2번째에 해당하는 큰 격차다.

진흙 속에서 일궈낸 기적
켄터키에서 출생한 ‘마인 댓 버드’는 2007년 이얼링(1세마) 세일에서 경매가 9,500불에 불과했던 주목받지 못한 경주마였다. 2세 시절 북미 마이너리그로 분류되는 캐나다 우드바인 경마장을 무대로 첫 발을 내딛은 ‘마인 댓 버드’는 5전을 치르는 동안 3번의 스테익스 우승을 거두었고 캐나다 2세 챔피언에 등극하며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의 마주인 마크 앨런(더블이글 랜치사 대표)에 40만불의 가격에 매각되면서 고향인 미국에 입성했지만 브리더즈컵 쥬브나일에서 12위, 선랜드 더비에서 4위 등 이렇다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더비에서 그의 숨겨진 진가를 발휘하며, 통산수득상금 $1,791,581로 북미 3세마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꿈의 삼관” 도전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과거 지방 클레이밍 경주에서 2만불의 헐값에 매각되었지만, 이후 승승장구하며 불후의 명마로 성장한 ‘시가’(Cigar)를 연상케 하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3대(代)가 삼관경주 우승 진기록
이번 대회는 갖가지 진기록을 쏟아냈다.
‘마인 댓 버드’에 기승한 캘빈 보렐 기수는 2007년 ‘스트리트센스’와 호흡을 맞추어 더비를 처녀우승한데 이어 2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또한 그는 전날 있었던 켄터키오크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한 해 더비와 오크스를 모두 제패한 역대 7번째 기수로 기록되었다.
거세마의 우승도 화제거리다. 켄터키 더비에서 그동안 거세마가 우승한 사례는 올해 ‘마인 댓 버드’의 우승을 포함해 모두 9차례에 불과하다. 그중 최근 우승은 2003년 ‘퍼니 사이드’(Funny Cide)이며,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29년 ‘클라이드 반 듀센’(Clyde Van Dusen)이 마지막으로 더비를 우승한 거세마다.
“블러드 게임”이라는 경마의 본질상 적어도 혈통적인 측면에서 ‘마인 댓 버드’의 우승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의 부마 ‘버드스톤’(Birdstone)은 지난 2004년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당시 삼관 달성이 유력했던 ‘스마티 존스’의 연승을 저지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조부마 ‘그라인드 스톤’(Grindstone) 역시 1996년 켄터키더비를 우승한 바 있어 3대(代)가 삼관경주를 제패, 명가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
대회 전부터 우승후보들이 대거 출전을 포기하면서 상대적으로 더비우승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던 ‘아이 원트 리벤지’가 경주당일 무릎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이변은 예고되었다. 특히 인기 1위마가 경주당일 출전취소된 사례는 100년이 넘는 더비 역사상 처음 있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기록양산과 함께 역대 대회 7위에 해당하는 관중수(153,563명)를 동원,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2009년 켄터키더비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아직 별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오는 17일에 있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1,900M)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3관경주의 두번째 대회로 더비 우승마 ‘마인 댓 버드’를 비롯, 일격을 당한 ‘파이어니어 오브 더 나일’, ‘머스킷 맨’ 등이 설욕을 벼르고 있다.
과연 이들 간의 재격돌은 어떤 화제를 뿌릴지 벌써부터 전세계인의 관심은 볼티모어 핌리코 경마장에 쏠려있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5위 이하 생략)
순위 출발번호 경주마명 부마 기수 조교사 마주
1 8 Mine That Bird Birdstone 캘빈 보렐 베니 울리 더블이글 랜치社 등
2 16 Pioneer of the Nile Empire Maker 가렛 고메즈 밥 베퍼트 자얏 스테이블
3 2 Musket Man Yonaguska 에이바 코아 데릭 라이언 에릭 페인
4 7 Papa Clem Smart Strike 라파엘 베쟈라노 게리 스튜트 보 허쉬


(확정 배당률)
단승식(Win) ⑧ 51.6배
복단승식(Place) ⑧ 27.0배 ⑮ 4.2배
연승식(Show) ⑧ 12.9배 ⑮ 3.2배 ② 6.0배
쌍승식 ⑧⑮ 1,037.4배 삼쌍승식 ⑧⑮② 20,750.3배 사쌍승식 ⑧⑮②⑦ 278,503.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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