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서울-부산 사이, 서울-광주 사이, 경기도 등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4번째 경마공원 건립 계획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장외매출 비율을 2013년까지 전체 매출의 50% 이내로 조정하고 도심지역의 장외발매소를 단계적으로 외곽이전 또는 축소해야 하는데, 마사회는 장외발매소를 최종 14개로 줄이는 대신 경마공원의 추가 건설을 대안으로 구상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마공원 추가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현재 3∼5곳의 지자체가 러브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후보지의 한 곳으로 거론되는 전라남도는 말 산업 육성 종합계획 수립과 함께 말 관련 산업 유치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마사회측에서 경마공원 설립을 확정할 경우 유치전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충청북도와 공동으로 경마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청원군에서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 뛰어난 입지 조건을 내세우며 테마공원 형태의 경마장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재욱 청원군수는 지역언론을 통해 경마공원을 유치할 경우 연간 1800억 원 정도의 세수가 기대되는데, 이 중 도세(레저세)를 빼더라도 군이 500여 억 원을 확보할 수 있고 군의 재정자립도는 46%로 현재보다 10%포인트 정도 향상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유치경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경마공원 관할 지자체인 서울과 경기도에 지방세 8600억여원, 부산과 경남에 2580억여원, 제주도에 600억여원을 납부했다. 경마공원이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재정 충당에 큰 역할을 하자 제4의 경마공원 조성지로 추정되는 충청권과 호남권, 영남권 등 지자체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되었고, 추후 본격적인 경마공원 건설 계획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지자체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방 경마공원 모두가 정치적인 논리에 이끌려 건설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제주경마공원의 경우 천연기념물 조랑말의 보호육성 및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했지만 이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경마의 경우 교차경주가 없어진다면 당장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천연기념물의 순종 보호육성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부산과 경남도가 경계선까지 변경하면서 건설이 되었다. 교통이나 주변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자체의 세금 나눠먹기가 우선시 되어 기형적인 경마장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예로보면 부산경마장에서 시행되는 경주는 서울경마장처럼 전국의 모든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 생중계가 이뤄져야 상식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 생길 제4경마공원은 정치논리를 완벽하게 배제한 채 오직 마필산업 발전과 축산업 발전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마필산업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제4경마장 건설계획을 발표해놓고 이후 진행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시시각각으로 통제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옥죄어 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경마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것은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이것저것 따져보아야 할 것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지금쯤은 어떤 형태든 정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계획만 발표하고 그 계획이 어떻게 실천될 것인지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으니 마필산업 종사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사감위의 날선 통제와 규제에 그나마 스포츠토토 등 관련업계에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경마산업분야만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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