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오류로 인한 경주취소, 경마 불신으로 이어진다! 괴리된 각종 팬행사에 경마팬 외면···마케팅 전략 되짚어 봐야

2월28일 일요일경마에서 한국마사회의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부산경마 제4경주와 서울경마 제8경주 등 2개 경주가 취소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발매 전산기기 장애가 발생한 것은 서울 제7경주(오후 2시55분)가 완료되고 부산경남(부경) 제4경주 마권이 발매되면서부터였다. 정상적으로 배당률이 표출되지 못하면서 마권발매 업무가 중단되고 말았다. 부경 4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와 기수들은 게이트를 앞에 두고 문제 해결 안내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당초 15시20분이었던 부경 4경주 출발시각이 15시25분으로 연장되었다. 그래도 복구가 되지않자 다시 경주는 5분 연장된 15시30분으로 재연장되었다. 그러나 15시30분까지도 고장난 전산시스템은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15시20분에 출발할 예정이었던 부산4경주가 인위적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이 경주에 경주마를 출전시키기 위해 한달 동안 열심히 훈련시키고 정성을 다해 온 관계자들의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다. 마주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은 열심히 경주에 임해 상금을 벌어들일 꿈에 부풀었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마사회는 부경 4경주를 취소하고 서울 8경주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서울 8경주는 15시45분에 열리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부산 4경주에서 10분을 연장했기 때문에 서울 8경주는 10분이 연장된 15시55분으로 연장되었다. 그러나 이시간까지도 전산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았다. 서울 8경주 역시 취소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레스츠런파크서울 부산 제주와 전국 30여곳의 문화공감센터(렛츠런ccc)를 찾은 경마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기기 장애 탓에 미리 구매했던 환불조차 불가능해지지 경마팬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졌다. 일부 경마팬들은 입장료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장난 전산시스템이 복구된 것은 16시 경이었다. 전산장애가 복구되면서 부경 5경주를 준비하던 기수들이 말에 올랐다. 부경 5경주는 당초 16시10분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5분 연장하여 16시 15분에 경주를 정상적으로 시행했다. 이어진 제9경주 동아일보배는 우여곡절 끝에 레이스가 진행되었다.

월 28일 부경 4경주, 전산장애로 인해 출발시간이 하염없이 늦춰졌다. 팬들은 손에 쥔 마권을 들고 초조하게 화면을 지켜보았고, 기수들은 말에서 내려 잔디밭에 모여앉아 망연히 재개 소식만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부경 4경주와 서울 8경주가 연속으로 취소됐고, 팬들은 환불조차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다행히 5경주 직전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28두의 경주마가 출발대조차 들어서지 못하고 마방으로 돌아갔다.


전산장애로 인한 경주취소는 불과 4개월 전에도 있었다. 11월 8일 서울 3경주가 종료된 후 4경주 시작을 앞두고 별안간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베팅금액조차 집계되지 않았고, 팬들은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에만 의지한 채 늦어지는 출발시각을 거듭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서울 4경주가 취소됐고 연이은 부경 1경주 역시 출발을 장담하지 못한 채 또다시 연장을 예고했다. 사고 발생 50여 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문제가 해결되며 부경 1경주가 진행됐으나, 팬들과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대처할 길이 없었다.

11월의 경주취소 후에도 전산장애로 인한 출발시각 연장은 몇 차례 발생해왔다. 경주취소는 되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출발시각이 연장된 탓에 팬들과 관계자들은 불안한 가슴을 계속해서 쓸어내려야 했다.

전산장애 상황은 현 마케팅본부장 취임 이후의 기간과 취임 이전 같은 기간을 비교해보면 취임 이전에는 단 한 건의 전산사고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주 전산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3월13일 일요일경마의 경우 부산 4경주 39억7천만원 서울 8경주의 경우 47억1천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2월28일 4경주와 8경주가 제대로 시행되었더라면 9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렸을 것이다. 최근 4개월 간 무려 세 번의 경주 취소와 잦은 출발시각 연장이 발생했다. 한국마사회는 전산사고라는 인재로 엄청난 돈을 날려버렸다. 그러고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경마공원은 10∼20분 사이에 수십억의 돈이 움직이는 엄청난 매출액을 기록하는 곳이다. 그것을 관리하는 한국마사회의 최첨단 시스템이 한두 번도 아니고 반복되는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은 결국 경마팬에게 한국경마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한 경주 창출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주마와 기수 등이 발주기 앞에서 모든 준비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이유로 경주를 포기하게끔 하는 것은 최상의 경주를 서비스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조만간 파트Ⅱ 승격을 완성시키기 위해 국제경마연맹 관계자들에게 한국경마가 파트Ⅱ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설명하고 증명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마 스스로의 위상을 낮추는 일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

한국마사회는 사업다각화와 한국경마의 국제화 추진의 일환으로 경주실황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그 횟수와 수출국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경주를 다른 나라에 수출해 부가적인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그동안 국내 마권매출에 수익을 의존했던 한국경마의 변화를 위해선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마매출면에서 세계 7위권에 위치하고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산오류로 인한 경주지연과 취소가 반복된다면 한국의 경주실황을 수입해 바라보는 세계 경마팬에게 한국경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밖에 없다.

현명관 회장 취임이후 한국마사회는 한국 경마산업의 위기 극복을 외치며 대대적인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피해갈 수 없는 경마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경마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경마장 곳곳에서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엄청난 군중을 경마장으로 유도한 야간음악축제와 회장이 고객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야외 레스토랑 같은 이벤트 등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섰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초청가수를 자랑했던 지난해 야간 음악축제는 표면적으론 수많은 관람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하루종일 경마장에서 경마를 이용한 경마팬에게는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별개의 행사로 여겨졌다. 그리고 늦은 시간 발생한 엄청난 소음으로 인해 경마장 주변 주민의 민원제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대적으로 펼쳐진 규모에 비해선 실효가 초라하다는 것이 중론이며, 마사회 직원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거액의 행사비가 들었지만, 한국경마의 제1의 주인공이자 경마매출의 일등공신인 경마팬을 위한 행사는 아니었다는 점과 당시 음악회를 통해 경마고객 확충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거의 전무했다는 평가다.

이런 마케팅이 현실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려하고 보기 좋은 행사들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경마팬의 시선은 그저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구경꾼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해 즐기려는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특색 있는 다양한 축제들이 경마장 곳곳에서 펼친다고 해도 경마팬이 외면하는 행사가 되어선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잦은 전산사고는 경마팬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관계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혔다. 베팅이 존재하는 경마에서 팬들의 신뢰도 하락은 결국 매출 하락과도 연계된다. 무엇보다 다음번에는 시행체를 믿고 경주마에 투자하고 관리해온 마주 및 유관단체 종사자들의 손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마사회 마케팅본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전산시스템을 총괄적으로 지휘 감독하는 권한은 마케팅본부장에게 있다. 마케팅본부장은 전산장애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마주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 경마정보 제공 전문인 경주마생산자는 물론이요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마팬들에게 어떠한 형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러한 비슷한 인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든 독자와 함께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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