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필 회장은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회했다.
특정 산업이 궤도에 안착할 시기면 여러 단체·협회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듣보잡’ 단체·협회들이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요청하고 나서 골머리를 썩인다는 후문.

2015년 11월 농축산부 소관 법인(비영리사단·재단) 현황을 보면, 약 750여 단체·협회가 있다. 말산업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활동이 전무한 이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한국말산업학회(회장 안중호), 한국말산업중앙회(회장 윤홍근), 한국재활승마학회(회장 김연희) 정도다. 명칭 변경도 있었다. 한라마생산자협회는 한라마협회로, 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는 한국장제사협회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이 시리즈로 단체장 인터뷰를 했던 한국승용마생산자협회(회장 이영윤)가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다. 말산업 전문가 교육을 받은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회장 이성복), 경기도말산업발전협의회(회장 김기천)도 출범했으며 특정 협회와 현장가들 중심으로 ‘협동조합’ 추진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들 단체의 공통점은 기존과 달리 실제 생산자들, 말산업 참여를 희망하는 농가들, 승마클럽 경영자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타 농축산계 단체들처럼 이제는 말산업계도 현장의 요구가 조직·구체화돼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열린 한중말산업교류회 정기총회에서 김상필 회장은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회했다. 민간단체의 한계에 직면한 것. 게다가 극소수 일부 회원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비방까지 했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필 회장은 한라마협회와 한중말산업교류회의 수장으로 농축산부 외에도 제주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예산을 따왔고 투명하게 협회를 운영했다. 한라마의 브랜드화를 위해 자기 사업도 포기하고 모범을 보였지만, 말산업계의 고질적인 ‘한계’와 ‘저항’은 변함없었다.

말산업계가 한층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특정 단체장의 ‘봉사 정신’도 중요하지만, 협회원들, 종사자들이 제 이권과 자존심을 내세우기 전에 대의, 즉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헌신할 줄 알아야 한다. 김상필 회장이 ‘한라마 육성’이라는 마지막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에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 대신 그 십자가를 함께 나눠지고 걷는다면, 전체 말산업은 속도를 낼 것이다. 사단법인이든 협회든 어느 단체든 마찬가지다. 그간 승마계를 포함해 말산업계는 갈등과 반목으로 이합집산했기에 성장이 더뎠던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성숙한 종사자들이야말로 산업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래야 말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달라질 모퉁이돌을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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