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레이팅 110이상의 우수 경주마 확보 시급
순수 국산마 ‘석세스스토리’ 세계 진출의 청신호 선사
생산은 기본, 인력·제도·시스템 선진화 노력 계속돼야

한국경마는 경제위기와 매출감소라는 경마산업을 둘러싼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세계와의 경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파트Ⅱ 승격이 확정된 한국경마는 세계 경마계에 이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경주마를 매개로 한 세계 경마산업은 보다 빠르고 지구력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는 경쟁의 장으로 진화해 왔다. 어느 나라가 더 잘 달리는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여 경주에 투입시키는가가 경쟁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질 좋은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은 어느 나라가 가장 질 좋은 씨수말을 생산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질 좋은 경주마를 생산-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세계경마의 흐름은 서러브레드의 시작을 알린 영국에서 태동기를 거쳐 스피드를 앞세운 혈통경마를 정립시킨 미국시대로 발전했다. 하지만 세계경마의 흐름은 또다시 항해를 계속하며 경제력을 앞세운 일본과 두바이로 움직여왔다.

한국 경마는 태동부터 일본 경마를 모델로 해왔는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현대경마의 선두주자인 미국경마를 새로운 모델로 한 다양한 변화들이 보이고 있다.

국적있는 경마시행을 기치로 말산업을 부흥하고자하는 마사회의 노력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주마 생산분야도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이미 경마를 위한 경주마 수급을 초과하는 생산단계에 이르렀고, 농촌경제의 대체산업으로 경주마 생산이 주목받으면서 말생산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경주마 생산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질적 향상 부문에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가 경주마 생산을 확대하면서 근소하게나마 거리별 타임을 줄여왔지만 제외국도 그만큼 발전을 이뤘고, 국내 경주마의 질적 향상이 더디게 진행된 것이다.

또한 국내 경주마의 질적 평준화도 그리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경마팬이 지속적으로 질낮은 경주편성에 대해 토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경주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해결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주마의 질적 평준화의 중요성은 모든 마필이 동일한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순위가 가려지더라도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현재 일부 능력마에게 과도한 부담중량이 주어지는 것을 방지해 능력마의 수명의 늘리고, 보다 박진감 있는 경마 제공으로 흥미 유발, 경주마간 경쟁 강화로 스스로 경주마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마사회는 한국과 미국 경주마 간 객관적 수준 비교와 선진 경마 시스템 벤치마킹으로 ‘한국경마의 국제화 추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한국경마 역사상 최초로 한국경주마의 미국현지 경주 출전을 계획·추진했다.

미국 원정을 추진하면서 한국 경마계는 질적 향상을 이뤘다는 자평을 하면서 어느정도 성적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가 높았지만 2회에 걸친 미국 원정은 실망스런 결과를 안기면서 결국 미국 원정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마는 파트Ⅱ 진입을 앞두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두바이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했던 국산마 ‘석세스스토리’가 두 번의 경주에서 모두 3위 입상을 하면서 한국 경주마의 위상을 드높였다.

‘석세스스토리’가 올해 두바이월드컵 우승마가 된 ‘캘리포니아크롬’과 맞대결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루면서 한국 경주마의 능력에 의구심을 가졌던 세계 경마인들의 선입견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 경주마의 평균적인 능력 수준은 세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씨수말과 씨암말 수준의 저하와 초기·후기 육성기술의 부족 등으로 인해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세계 경주마와의 경쟁을 통한 국제적 레이팅을 확보하는 노력이 부족했기에 한국 경주마들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주마 생산계는 한국마사회 주도의 경주마 생산단계를 지나 이제는 민간생산자들이 가능성을 가진 다양한 혈통의 씨수말과 씨암말을 도입해 한국 경주마 생산계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경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인프라 구축도 더욱 보강돼야 한다. 국가의 정책적인 문제와 경마산업을 주도하는 마사회의 관련제도 및 정책, 생산과 육성을 위한 전문인력, 우수 경주마 관리와 생산 재투입을 위한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해가야 하는 단계인 것이다.

최근 세계 경마시장을 살펴보면, 홍콩과 호주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경마발전을 담보하고 있다. 다른 경마선진국들은 세계 경제위기와 침체기를 맞이한 경마 사양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의 경마산업 현황을 살펴볼 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경마산업의 발전은 경마상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주편성과 연계한 경마상금의 운용정책을 보면 그 나라의 경마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경마상금은 경마시행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경마는 경마상금을 인건비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경마상금은 결코 인건비로 취급하는 협소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경마산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경마상금을 통해서 마주의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고 마주의 재투자가 이뤄짐으로써 농민들이 생산한 경주마가 원활하게 유통돼 전체 경마산업을 살찌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전문인력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근 마사회는 물론이고 일부 생산농가가 후기육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선진경마국의 전문인력을 초빙해 본격적인 후기육성을 추진중인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또한 후기육성을 위해 마련한 제주·장수목장의 인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면밀한 검토로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국 경마가 파트Ⅰ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노력을 바로 우수 경주마 생산임을 재차 강조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

파트Ⅰ 진입이란 목표는 어떤 한 단체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기초가 되는 경주마 생산부터 경마시행과 경마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것들을 차분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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