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규 마구간승마클럽 대표·대한청년기마대장 특별 인터뷰

고성규 대표와 아내 윤미라 씨가 모처럼 현대 승마복을 입었다. 고성규 대표는 “전통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사진 제공= 고성규).
“제2차 종합계획에 말 전통 문화 융성 위한 노력 담겨 있어야
세계 말 문화 기행·광화문 기마대 창설·기마문화촌 숙원 사업
‘유전무죄’ 말산업…전통 지키는 일 어렵지만 부끄럽지 않아”

(지난주에 이어 계속)

- 우리 말 문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아직 미미하다.
말산업육성법을 만들 때 ‘문화’ 부분이 빠졌다. 산업을 융성시키려면 문화가 근간이어야 하는데 선진국의 프로그램, 과정만 그대로 가져왔지 ‘마인드’가 없다. 문화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한다. 문화에서 돈이 되는 건 스토리다. 재구매력이 있으려면 그 스토리에 생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파발에서 한 파발제 축제에 대중가수만 부른다. 축제와 지역 특색을 살려 주민이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데 문화 의식이나 수준이 낮다. 우리만이 갖고 있는 말 문화를 콘텐츠로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기마 민족이라면서 전통 마구 하나 복원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그간 선진 기술을 들여와 벤치마킹도 하고 실험도 하고 축제도 했으나 성과도, 효과도 없지 않았나. 제2차 종합계획 때는 이제 우리 것으로 도전해봐야 한다. 어느 국가, 사회, 민족이든 문화를 배제하고는 발전할 수 없다. 전통문화를 무시하고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제대로 설 수 없다.

- 세계 말 문화 기행 다큐 제작 외에 숙원 사업이 더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보유한 사람을 찾아 지원해야 할 때다. 먼저 영국처럼 기마대를 만들어 전통복을 입고 광화문사거리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관광객에게 우리 말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일종의 전통 복원 사업으로 기마대는 ‘움직이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것이다. 기마민족이라는 우리 전통 문화에 말이 빠지는 건 국가 위엄을 포기하는 일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라마를 활용하고 말 관련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수병으로 선발 활용하고 특기를 살리면 된다. 수도권 내 승마장이나 원당목장을 활용, 훈련장을 마련해 운송만 하고 통제하면 된다. 우리 말산업을 대외에 홍보하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 문화 경쟁력을 위한 기마문화촌도 그 연장선이다.
마구간승마클럽에 50개국 대사들을 초청한 적이 있는데 하나같이 한국의 ‘정적’ 문화, 즉 부채춤이나 사물놀이에 신물이 난다고 했다. 동적인 문화를 보고 싶다고 해 대북을 치며 그들의 가슴에 있는 걸 끄집어냈다. 북소리를 통해 심장 그리고 발굽 소리를 연상케 하니 매우 좋아했다.
콘텐츠를 잘 만들고 기마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일종의 ‘기마문화촌’도 꿈꾸고 있다. 사극 등에 출전 대중예술인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문화 경쟁력을 갖추도록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곳이다. 파주에 있는 액션 스쿨처럼 기마 스쿨 과정을 만들어 말 문화 선두 주자들을 양성하는 일이다.

- 우리 말 문화, 왜 이리도 후진적인가.
말산업 분야 가운데 가장 빨리 알릴 수 있고 만들면 바로 팔릴 수 있는 게 바로 문화다. 승마장 늘리는 것도 농가 지원도 한계가 있지만,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영상 등을 입히면 장기적으로 홍보도 가능한, 교육 콘텐츠이자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품종을 개량해 수출하는 데는 3~40년이 걸리고 유럽과의 경쟁력에서도 뒤진다. 승마장 운영 개선을 위해 시군 단위로도 개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운영이 어렵고 자부담이 더해지니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말 문화 콘텐츠는 교육과 드라마에도 적용할 수 있다. 노하우를 늘리면 6차산업의 대표 모델로 각광받을 것이다.
우리는 그간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풀려고만 했다. 문제는 결국 각 부처 통합을 위한, 말산업을 전담하는 ‘말산업육성과’를 만들어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교육, 보건, 문화 등 각 분야와 얽혀있고 현장에서는 행정이나 서무를 잘 모르니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장기적인 사업은 뒷전이다. 소신 있는 독지가들도 대학에만 기부하지 말고 문화에 기부할 때도 됐다.
우리 말, 우리 것이 그렇게 창피한가. 중국의 동북공정도, 일본의 독도 문제도 비판하면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가. 그러니 외국이 우리를 우습게 본다. 당장 우리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수천 년 전부터 자국의 전통 문화를 지키며 업그레이드한 선진국처럼 국가가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관리하느냐에 문화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굿간승마클럽이 인근 고양시로 이전한다.
현재 양주시 소재의 마굿간승마클럽이 고양시 화정 인근으로 이사해 새롭게 출발한다. 농어촌형 승마시설로 고양시의 유일한 민간 승마장이다.
체험 전문 마장으로 고구려 체험 승마, 학생과 단체 위주 기마문화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말의 이해, 동서양 말 비교, 역사 속 말, 선조들의 말, 군마의 특성과 기능을 설명하고 습성을 이해하며 체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실제 전마도 타고 지상에서는 마상궁도 하고 창 던지기 체험도 가능하다. 단순히 말만 타는 것을 넘어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전통문화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늘 배가 고프다.
어제 비가 많이 왔다. 둘 곳 없어 바깥에 내 놓은 북이 모조리 젖었다. 속상하다. 그 많은 공연을 다니면서도 제값을 받은 적 한 번 없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데도 보수는 깎이고 공연을 해주고도 욕먹는 현실이다. 무릎은 부서지고 온 몸이 망가지면서도 결국 이용만 당한다.
목숨을 걸어도 안 되고 살림은 다 거덜 나는 게 현실이다. 굶어죽지 않고 겨우 버티고 있다. 말산업도 ‘유전무죄’다. 말똥 치우는 아내를 보면 남편으로서 할 말이 없다. 운영이 안 되니 제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 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위정자들은 화살이라도 만들어줬는가, 말똥이라도 치워줬는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데 전통문화를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풍토를 깨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얘기했다. 우리 전통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부끄럽지 않다.

▲고성규 대표와 아내 윤미라 씨가 모처럼 현대 승마복을 입었다. 고성규 대표는 “전통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사진 제공= 고성규).
▲그에게는 3대 숙원 사업이 있다. 우리 전통 말 문화의 국내외 홍보를 위한 세계 말 문화 기행 다큐 제작과 광화문 기마대 창설 그리고 기마문화촌을 만드는 일이다(사진 제공= 고성규).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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