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이 담긴 유일한 사진.
이 창간한 2013년 6월 24일 이후 매달 한 번은 제주도로 출장을 가다보니, 3주년을 맞이한 지금은 제주 방언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시내 웬만한 길은 ‘네비’없이 잘 찾아다닌다. 여전히 말은 안(?) 타고 있지만, 제주에 정착한다면 말을 가르쳐주겠다는 고마운 취재원들이 많다.

사자성어를 읊조리는 ‘취재수첩’은 갑질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지만,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말이 있다. 기자에게 취재원들은, 특히나 말의 고장 제주에 있는 취재원들은 명마(名馬)를 알아보는 훌륭한 조교사, ‘백락’ 같은 존재다. 기자가 백락이 아닌 건, 취재원들이 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 모 언론사 기자의 갑질로 국장급 공무원이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지만, 어느 분야건 기자는 갑이 아니다. 기자 역시 항상 취재원들을 갑으로 ‘모시며’ 취재했다. 한 명의 독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게 하늘이기 때문이다. 늘 그 원칙을 잊지 않았다.

반면, 일방적이고 고의적으로 피해를 양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자비조차 없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과 진실,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는다. 펜으로, 글로 누군가를 고의적으로 찔러 죽이는 건 속칭 ‘기레기’들이나 하는 짓이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방위란 게 있다.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파렴치한 추행과 폭행을 일삼는 목사들을 고발하고, 가정 파탄은 물론 한 개인의 영혼을 영원한 지옥으로 몰아가는 이단자들을 상대하며 온갖 회유와 협박 심지어 폭력까지 겪었던 기자다. 그들의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똑똑히 목도했기에 두려움 따위는 없다.

지난주 경북 특구 간담회 취재 차 출장 중에 진실로 오랜만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기자라는 호칭 대신 ‘아저씨’니 ‘당신’이니 하며 소송을 걸겠다는 협박 전화다. 성추행 목사나 이단도 아니면서 기자를 협박하는 이유를 물으니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또한 다들 알다시피, L씨는 공식 SNS에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유포하며 언론사를 상대하기로 나선 듯하다. “전임 회장이라는 사람이 협회에 할 짓이 아니다”, “그 사람은 원래 뭐든 딴지거는 X라이로 도에서도 평가가 안 좋다”, “이런 일에 언론이 나설 필요도 없다”, “그들이 너무 나갔다. 상황 파악하고 연락드릴테니 기다려달라”는 게 대부분 도내 취재원들, 그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었다. 말테우리인 L씨 역시 취재원으로 만나 친분이 있었고,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른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었다.

하지만, 협박 전화를 한 J씨의 경우는 다르다.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한 결론은 초기 말산업계가 엉성한 틈을 타 찌르고 보자는 식의, 몇몇 개인의 영달을 위한 과오의 반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리는 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그들이 원한 게 특정 협회의 공중분해를 넘어 말산업계 전체가 와해되는 것이라면, 기자가 확대 해석을 하는 걸까. 제목처럼, “말을 돌보는 사람보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더 어렵다”지만, 한 번의 실수나 문제로 타자를 정죄해서는 안 된다. 악의 특징, 죄의 본질은 돌이키지 않고 계속 반복하는 데 있다. 그래서 심판받는다. 언론은, ‘펜’은 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L씨와 J씨, 그 배후가 들먹였던 문제들을 그들 자신에게 적용하면 된다. 한라마협회는 물론이거니와 제주마생산자협회, 한국승용마생산자협회, 서귀포시승마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승마장연합회는 물론 E승마클럽, O목장이 제주도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았던 내역, 내륙 지역 한라마 판매 문제, 서귀포시 주최 승마대회 운영 내역 등을 낱낱이 취재해 밝히고 “우리 말산업계 현주소가 이렇다”고 공론화하면 된다.

오른뺨도 내밀어 주라지만,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 펜으로 할 수 있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목을 자르는 갑질이 아니라, 파상풍에 걸린 팔을 자르는 결단이다. 관행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말산업계 유일 언론이 할 수 있는 혁신의 또 다른 방식이다.

사족이지만, 기자에게는 꿈이 있다. 농업·축산업 등 소속 전문 매체들에 하는 것처럼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마사회가, 각 협회와 유관 단체가 기사에 해명 자료를 내는 일이다. 사익에 얽힌 한 개인 따위의 감정 도발이 아니라, 조직화된 단체의 공식 자료 말이다.

은 이제 겨우 세 살이지만, 사실 레이싱미디어(대표 김문영)는 오랜 저력을 기반으로 탄생한 지 18년이나 됐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기마민족 역사상 이런 우량아는 여태 없었다. 창간 3주년을 맞아 구마지심(狗馬之心)의 마음으로, 근육을 더 단단히 하며 많은 취재원들에게 현장의 소통 창구가 될 것을 다짐한다.

▲본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이 담긴 유일한 사진.

이용준 기자

[취재수첩] 민간단체의 한계가 ‘남’의 일일까.
특정 산업이 궤도에 안착할 시기면 여러 단체·협회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듣보잡’ 단체·협회들이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요청하고 나서 골머리를 썩인다는 후문. 2015년 11월 농축산부 소관 법인(비영리사단·재단) 현황을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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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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