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사북·파주 통일동산 등 일부 지자체 ‘변죽 울리기’
현재 신청은 전무, 24일 신규 장외발매소 신청 마감
변화된 한국 경마문화, 정부와 언론 시각은 `그대로`

10년만에 신규 장외발매소 설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일부 사업타당성이 없는 지자체의 장외발매소 신청사업자들이 변죽만 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는 지난 6월 15일부터 오는 7월 24일까지 신규 장외발매소 대상물건 모집 공고 중이다. 모집규모는 소형장외 1개소와 일반장외 2개소 등이다.

모집공고를 시작한 지 1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한국마사회에 신청을 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언론을 통해 신규 장외발매소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지역은 두 곳이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상인연합회와 군관계자 등이 TF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정선 사북지역과 최근 호텔 건립을 추진하면서 호텔내에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겠다는 파주 통일동산 등이다.

정선군은 지난 6월 30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고 군의회가 동의를 하면 정선군 차원에서 장외발매소 유치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선군은 사북읍번영회를 중심으로 한 장외발매소유치추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자체적으로 타당성 검토를 실시하는 한편 한국마사회를 방문, 유치신청 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 왔다.

정선군 관계자는 “마사회와의 업무협의 결과에 대해 유치위 등에 대해 설명했다”며 “유치위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사회가 실시하고 있는 공개모집을 군이 직접 신청해 줄 것을 요구해 의회 동의 절차 등을 거친 뒤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선군 사북지역의 장외발매소 유치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배후도시 인구가 적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입장이다.

유치위 관계자들이 카지노 손님과 연계한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경쟁사업인 경마와 카지노가 서로 고객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장외발매소 유치가 거론되고 있는 곳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통일동산 인근이다.

파주시에 따르면 한 업체가 최근 통일동산 인근에 관광호텔을 건립하는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이 호텔은 전체면적 5만9천244㎡에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로, 401개의 객실과 커피숍, 레스토랑, 편의점, 예식장, 연회장, 사우나, 의료시설이 조성될 예정인데, 이곳에 장외발매소가 포함된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의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파주시가 시의회에 이 업체의 사업계획 승인 신청과 장외발매소 설치에 따른 의견을 전달했지만, 시의원 대부분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장외발매소와 관련해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앞으로 탄현면 이장단 회의를 통해 설명회를 겸한 주민 의견을 들을 예정”임을 밝혔다.

한국마사회 상생지역본부 관계자는 “24일 신청 마감일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 신청을 한 지자체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일부 언론을 통해 장외발매소 신청을 추진한다는 곳이 있지만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 신청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지역에 장외발매소 신규 설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의 장외발매소 신규 설치 추진은 10년째 단 한 곳의 장외발매소도 새롭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마의 전체 매출중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장외발매소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과 외부압력으로 인해 신규 장외발매소 개장은 고사하고 이전과 리모델링조차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경마가 매출정체기를 지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2007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2011년에는 전남 순천에서 장외발매소 신규 개장이 일부 주민과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전을 추진하던 서울 서초 장외발매소는 법정소송까지 갔지만 2012년 최종 무산됐다.

서울 마포 장외발매소는 2007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된 뒤 정화구역 내에 포함되면서 2009년까지 운영되다가 폐쇄됐다. 2011년까지 운영했던 서울 성동 장외발매소는 이전 과정에서 건물주와 마찰 등의 문제로 결국 문을 닫았다. 또한 최근까지 용산 장외발매소와 대전 장외발매소의 이전·리모델링과 관련해 큰 난항을 겪어야 했다.

한국경마는 현재 3개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경남에서 서러브렛 경주를 시행하고 있으며, 제주에서 제주마·한라마 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개 경마공원만 가지고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하는 경마팬이 이용하기란 장소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국마사회는 전국적으로 30개에 이르는 장외발매소를 운영 중에 있다.

하나의 경마장을 신설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요구된다. 마사회는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인 이유로 경마장 신설보다는 장외발매소 확대를 통해 경마팬의 욕구를 해소해 왔다.

마사회는 장외발매소의 변화를 부르짖으며 지정좌석제 전면 시행과 리모델링, 편의시설 확대, 문화교실 대폭 강화 등을 통해 장외발매소의 건전화는 물론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장외발매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에 일정부분 일조하고 있고 있는 것이 바로 정부 정책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경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한국경마가 7월 1일부로 파트Ⅱ 국가로 정식 출발을 했다. 세계에서 한국경마에 대한 위상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것이다. 세계 경마선진국이 한국경마가 그동안 발전을 해왔으며 한국의 경마문화가 성숙했다는 것을 입증시킨 것이다.

한국경마의 성숙된 문화는 현장에 있는 경마고객 스스로가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고 인정할 정도다. 한국마사회와 경마관계자들의 노력이 앞으로도 더욱 필요하겠지만, 한국의 경마문화가 변화한 만큼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에서도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밝은 눈으로 국민의 여가 선영과 놀거리로의 경마산업을 바라봐야 한다.

장외발매소가 없는 지역에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 사설경마가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합법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야만 불법을 차단할 수 있다. 합법을 짓누르면 짓누를수록 풍선효과에 의해 불법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파트Ⅱ로 성장한 한국 경마산업의 위상에 걸맞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절실한 이유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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