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2주간 신규 장외 신청 4곳에 대한 현장실사 진행
8월말 ‘선정심의위원회’ 통해 신규 설치 여부 결정

10년 만에 신규 장외발매소 설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한국마사회가 서류심사를 통과한 4개 지역에 대해 2주간에 걸쳐 현장실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는 지난 6월 15일부터 오는 7월 24일까지 신규 장외발매소 대상물건 모집 공고를 진행했다. 모집규모는 소형장외 1개소와 일반장외 2개소 등이다. 신청결과 한국마사회가 요구하는 서류를 완비한 신청지역은 모두 4곳으로 나타났다.

즉 신청지역 중 해당 지자체의 동의를 얻은 곳이 4개 지역이란 것이다. 하지만 2개 지역은 지자체에서 지자체 재정확충을 위해 신규 장외발매소 설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2개 지역의 지자체는 일단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류심사를 통과한 4개 지역은 ‘정선 사북’, ‘김포 아라뱃길’, ‘파주 통일동산’, ‘홍성 서부’ 등이다.

▲ 지역상권 부활에 초점 맞춘 ‘정선 사북’
신규 장외발매소 모집 공고가 나가면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지역은 바로 정선 사북지역이다.

정선 사북지역에선 이미 지난 2015년 3월부터 사북지역 상인들이 주축이 된 사북번영회와 ‘폐광지역 관광특구조성추진위원회(공동대표 남경문·차주영·정해룡)’가 장외발매소 유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주민공청회를 열은 자리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사북지역 소상공인과 주민 대다수가 지역상권 활성화에 필요하다며 찬성표를 던져 사북을 중심으로 장외발매소 유치활동의 본격화를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당시 정선군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의식해 타당성 용역을 거쳐 유치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선군과 사북장외발매소유치추진위원회는 올해 4월 사북지역 장외발매소 유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장외발매소 유치 재추진을 밝혔다. 타당성 용역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사북지역이 장외발매소를 유치할 경우 향후 30년간 1106억 원의 세수 징수와 연간 109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정선군은 용역결과에 따라 장외발매소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올해 7월 정선군의회가 ‘정선군 마권장외발매소 유치계획 동의안’ 원안을 의결하면서 신규 장외발매소 유치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정선군은 신규 장외발매소 예정지로 사북 구 석탄회관 앞 3952㎡ 규모의 주차장 부지로 예정하고 있는데, 한국마사회 실사 시 주차장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경우 인근 사북 5거리 2층 공영주차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 ‘재정확보’ 위해 시장이 발 벗고 나선 ‘김포 아라뱃길’
김포에서는 모업체가 회사 소유의 아라뱃길 고촌읍 전호리 67의1 일대 4994㎡에 1일 2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지하 1, 지상 6층, 주차대수 280대 규모의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장외발매소 시설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 동안은 체육 및 각종 문화시설 등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포시는 업체의 사업제안에 대해 관련부서 설명회와 내부 검토에 이어 시의회 설명회를 거쳐 동의서를 발급했는데, 시의원들은 설명회에서 주차와 교통문제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을 뿐, 대체로 장외발매소 유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시는 경마장이 설립되면 총매출의 2.5∼2.7%를 세수로 편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연간 50억 원에서 75여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유영록 김포시장은 장외발매소 유치 동의서 발급과 관련해 경마의 사행성 등 지역주민들의 강력 반발을 우려한 공직사회의 반대에도 불구, ‘김포의 미래를 위한 재정확보가 더 우선’이라는 소신 결정이라 밝히며, 장외발매소 유치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연간 최소 50억 원 이상의 세수와 200여 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화상 경마장 유치에 동의를 해줬다”며 “시장이 세수확보에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장외발매소 유치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지역 여론이 관건인 ‘파주 통일동산’
파주 통일동산 부근 탄현면 성동리 711번지에 유커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관광호텔 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모업체가 호텔 내 장외발매소 유치에 나섰다.

파주시는 해당업체에 동의서를 발급하면서 ‘파주시의회와 인근 성동리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동의서는 무효’라는 전제조건을 달면서, 결국 주민 여론에 의해 동의서 자체가 무효가 될 소지를 남겼다.

파주시는 “아직 승인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동의서 발급은 호텔 승인에 따른 것으로 부대시설 중 하나인 장외발매소 출입은 외국인 전용이 아닌 내·외국인 모두 출입을 허용하는 시설로 승인됐다”고 밝히고, “농림축산식품부 동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주민설명회 등 관련 절차가 있어 최종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 통일동산 내 장외발매소 유치가 추진되면서 찬반이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찬성 입장을 보이는 주민들은 통일동산이 슬럼화 되고 있어 타개책으로 관광호텔과 장외발매소가 유치되면 관광객 수가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 입장을 보이는 주민들은 장외발매소를 도박장으로 규정하고 외국인 전용이 아닌 내국인까지 추입을 허용하는 것은 파주시민을 도박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파주시의회도 다소 반대의 기류를 보이고 있다. 호텔과 외국인 전용 장외발매소 유치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국인이 출입하는 장외발매소는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전용 장외발매소로 설치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 거센 반발에 부닥친 ‘홍성 서부’
홍성군에서는 개인 사업자가 천수만 인근인 홍성군 서부면 신리 일원 4만 6000㎡(약 1만 4000평)에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겠다고 신청했다. 현재 조성 중인 오토캠핑장 내에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고 승마장과 산책로 등을 갖춘 복합 휴양타운을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홍성군에 제출한 바 있다.

홍성군은 “장외발매소가 유치되면 연간 35억 원 이상의 세수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의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홍성군의 장외발매소 유치는 군의 승인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장외발매소 유치를 반대하는 측에서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홍성군은 사업 주체가 개인사업자라는 점에서 공청회 개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성군 장외발매소 유치 추진에 대해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화상경마장 반대 공동행동’이란 단체가 결성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군의원도 나타나고 있다.

▲ 장외발매소, 세수 목적 아닌 지역민 위한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국마사회는 2주에 걸쳐 신청지역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한다.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반복된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세심한 접근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실사를 거친 이후 신규 장외발매소 선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최종적으로 후보 지역을 선정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절차를 거치게 되는 만큼 최종 신규 장외발매소 설치지역 결정은 상당히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한국마사회의 장외발매소 신규 설치 추진은 10년째 단 한 곳의 장외발매소도 새롭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마의 전체 매출중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장외발매소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과 외부압력으로 인해 신규 장외발매소 개장은 고사하고 이전과 리모델링조차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경마가 매출정체기를 지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2011년에는 전남 순천에서 장외발매소 신규 개장이 일부 주민과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전을 추진하던 서울 서초 장외발매소는 법정소송까지 갔지만 2012년 최종 무산됐다.

서울 마포 장외발매소는 2007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된 뒤 정화구역 내에 포함되면서 2009년까지 운영되다가 폐쇄됐다. 2011년까지 운영했던 서울 성동 장외발매소는 이전 과정에서 건물주와 마찰 등의 문제로 결국 문을 닫았다. 또한 최근까지 용산 장외발매소와 대전 장외발매소의 이전·리모델링과 관련해 큰 난항을 겪어야 했다.

한국경마는 현재 3개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경남에서 서러브렛 경주를 시행하고 있으며, 제주에서 제주마·한라마 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개 경마공원만 가지고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하는 경마팬이 이용하기란 장소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국마사회는 전국적으로 30개에 이르는 장외발매소를 운영 중에 있다.

하나의 경마장을 신설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요구된다. 마사회는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인 이유로 경마장 신설보다는 장외발매소 확대를 통해 경마팬의 욕구를 해소해 왔다.

마사회는 장외발매소의 변화를 부르짖으며 지정좌석제 전면 시행과 리모델링, 편의시설 확대, 문화교실 대폭 강화 등을 통해 장외발매소의 건전화는 물론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장외발매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에 일정부분 일조하고 있고 있는 것이 바로 정부 정책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경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지자체들의 장외발매소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장외발매소 유치의 장점으로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만을 내세우다보니, 반대하는 입장에선 지자체 역시 장외발매소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세수 확보만을 위해 유치하려 한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장외발매소는 마권 발매만이 아닌 지역민에게 문화·여가·교육 등의 제공하는 문화공감센터로의 기능이 대폭 강화되어 있다.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이 아닌 마권발매에서 파생된 수익으로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해당 지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규 장외발매소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라면 이러한 문화공감센터(장외발매소)의 장점을 지역주민들에게 확실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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