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씨는 “환경이나 시험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도 했다. 사람의 실력은 ‘부모나 돈’이 아닌 노력이라는 걸 증명한 것. 그 결과 그녀는 도쿄올림픽 입성보다 더 큰 영광을 지금 취득했고 좌절의 늪에 빠진 말산업계에 경종을 울렸다(사진 제공= 김한솔 씨).
어려운 환경 극복하고 재학 중 5개 자격 취득…공부 계속 하고 싶어
아버지 유고 후 제주 정착…말 찾다가 권승주 조교사 만나 입학 결심

“실무 경험 늘리며 재밌게 공부해…교수님들 가르침에 특별히 감사드려
말과 함께 사람 치유…말 복지에 힘써 좋은 영향 끼치는 지도자가 목표”

그녀의 페이스북은 온통 말과 동물 복지 관련 자료, 영상으로 가득하다. 최근 시국과 관련한 게시물을 열심히 공유한 자욱도 선명하다. 직접 만든 요리도 자랑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영상도 있다. 한국교회와 관련한 공유물도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SNS는 주인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그녀에게 삶은 곧 말과 종교 그리고 가족으로 점철됐다면 과장일까.

“돈도 부모도 실력”이라며 일갈한 또래의 ‘그녀’와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사실 그녀에게는 그런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1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제주로 갔다. 서울을 오가며 2년간 고생도 많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찾아온 건 제주에서 만난 말(馬). 한 목장에 취업했고 이를 계기로 말산업 종사자들을 만나며 뒤늦게 서라벌대 마사과에 입학했다. 독하게 공부한 그녀는 재학 중 무려 5개 자격을 취득했다. 은 화제의 주인공 김한솔 씨(24)를 10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기자 말.

- 축하한다. 이번 자격시험에서 2개 부문에 동시 합격했다. 올해만 총 5개 자격을 취득했다.
“올해 초 응급처치자격증과 한국마사회가 주관하는 민간자격증인 승마지도사 그리고 말산업 국가 자격인 말 조련사와 재활승마지도사를 취득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은 필기와 실기, 구술까지 합격하고 내년 연수를 앞두고 있다.”

-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주로 떠나 말과 인연을 맺었다.
“18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바로 제주도로 떠났다. 그때 말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말의 특별한 매력에 빠졌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결정해 6개월간 편집디자인과정 학원을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서울과 제주도에서 광고회사와 프리랜서로 2년 가까이 일했다. 제주에서 처음 접하게 된 말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성이시돌목장 경주마생산팀에 들어가 두 달가량 일했다.”

- 서라벌대 마사과에 진학한 계기는.
“근무 조건이 좋던 제주공항에서 일을 하면서 휴무 때마다 승마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말도 타고 재활승마도 하다가 제대로 말과 재활승마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아는 승마 교관님 소개로 권승주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면접 때 박금란 교수님과 추호근 교수님을 뵙고 제 꿈을 펼칠 수 있겠다 생각해 입학을 결정하게 됐다.”

- 5개 자격 취득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2년 동안 계속된 자격증 준비에 많이 지쳤던 걸로 기억한다. 필기를 준비할 땐 책상에 끈질기게 붙어있다가도 실기 준비를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코스 연습과 말에 대한 전반적인 실기를 꾸준히, 틈틈이 준비해야 했다.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학교에서 교수님들과 또 동기들, 선배님들, 후배들과 같이 서로 힘을 내자며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운 추억이 됐다. 졸업을 앞둔 지금은 재학 때처럼 빡빡한 일정과 계획이 없는 게 조금 어색하게도 느껴진다. 앞으로도 꾸준한 자기 계발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자격 취득 과정에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자격을 준비할 때 특별히 노하우가 있었다면 말과 관련된 모든 자격증의 필기와 실기를 준비하면서 시험과 시험장에 익숙해지려고 준비했다는 점이다. 또 교수님들이 추천해주신 실습장을 방학 때마다 가서 실무 경험을 늘리면서 스스로 승마장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말 관련 법규와 말 보건 관리 같은 내용도 공부하니 더 재밌고 평생 기억에 남을 학습을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신 추호근 교수님과 전문적인 이론과 경험을 알려주신 박금란 교수님과 류정수 교수님, 권승주 교수님들의 가르침에 감사드리고 싶다.”

- 3회 시험 때도 채영훈 선배가 2개 부문 동시 합격한 이력이 있다. 서라벌대 마사과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 있다.
“서라벌대학교는 국가가 지정한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이다. 말산업계 각 분야에서 교수님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먼저 마사과 학장인 박금란 교수님은 재활승마와 관련한 여러 활동들을 하고 계신다. 한국재활승마학회에서 학술이사로 활동하면서 재활승마와 관련된 해외 연수로 수업 때 필요한 창의적인 이론과 실기들을 강의해주신다. 추호근 교수님은 현재 승마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지금도 선수로 시합을 뛰고 계셔 수업 때 저희들에게 승마와 관련된 전반적인 요소들을 직접 알려주시고 또 체험하게 해주신다. 무엇보다 따듯한 멘토가 되어주신다. 권승주 교수님은 현재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조교사로 활동하시면서 강의를 통해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알려주셔서 졸업해도 계속 듣고 싶은 강의를 해주신다. 마지막으로 생활체육지도자 과정의 탄탄한 이론을 맡아주신 이동훈 교수님의 명강의도 자랑이다.
우리 학교는 자격증 실기 준비에 필요한 웜블러드와 운동하며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으며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실내마장과 재활승마용 말들을 가지고 있다. 재활승마에서 봉사자, 리더, 지도자의 입장을 경험하고 진행하며 학생들이 직접 일반인 체험 승마의 보조강사도 하고 있다. 사회로 나가기 전에 충분히 실무적인 면을 갈고 닦을 수 있고 자격증 준비에도 전혀 차질 없는 환경들이 또 다른 자랑거리다.”

- 말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1학년 여름방학 때 승마장 실습을 가서 생긴 일이다. 내 부주의로 인해 크게 다쳤던 일이 있었다. 그때 당시 일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같이 현장에 있던 교관님 말씀으로는 갑자기 풀려난 말이 방목장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말의 고삐를 내가 잡고 해맑게 “제가 잡았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고삐를 잡자마자 말은 무엇에 놀랐는지 날뛰었고 리드끈을 잡고 있던 난 말의 뒷발에 복부를 맞고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진단 결과 췌장이 손상됐다. 다행히 수술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한 달간 약물치료를 받으며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사고 후 정신을 차린 뒤 내가 말의 안부(?)를 묻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꽤 황당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안전에 더욱 신경 쓰게 됐다. 무의식중에 했던 위험한 행동들을 다시 돌아보고, 후배들에게도 매번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당시 병원에서 발생한 모든 비용을 승마장 측에서 부담해줬다. 매번 불편한 곳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부모님처럼 안부를 물어 준 승마장 회장님, 대표님, 교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말산업계에서 어떤 꿈을 펼치고 싶나.
“동물을 많이 아껴야 사람에 대한 배려도 높아진다고 평소 생각한다.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말과 함께 사람이 치유 받고 또 말과 함께 하는 활동들 안에서 생명에 대한 배려들과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말에 대한 복지에 힘쓰고 싶다. 더 많은 분야를 공부하며 실무에서도 계속 경험하고 겪으며 멈춰있는 상태가 아닌 계속해서 제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
말산업에서도 꾸준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 제주대학교 체육 교육 쪽으로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도 생각하고 있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

-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제품을 사면 그 제품의 사용법과 주의 사항들을 숙지하고 있듯이, 한국 사람들 누구나 승마와 말의 습성과 행동들에 대해 숙지해 더 친근하고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김한솔 씨는 “환경이나 시험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도 했다. 사람의 실력은 ‘부모나 돈’이 아닌 노력이라는 걸 증명한 것. 그 결과 그녀는 도쿄올림픽 입성보다 더 큰 영광을 지금 취득했고 좌절의 늪에 빠진 말산업계에 경종을 울렸다(사진 제공= 김한솔 씨).
▲꾸준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그녀는 정체된 게 아닌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공부를 계속해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녀의 앞날에 평안이 늘 함께하기를 말산업계 모두가 응원할 것이다(사진 제공= 김한솔 씨).

취재 황인성·정리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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