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양재혁 국립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 학과장

▲국립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 보건관리 실습을 하는 모습. 수의학 박사 출신인 양재혁 교수는 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말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마학자(馬學者, hippologist)이자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사진 제공= 양재혁).
“일제강점기 도입 용어 더 어렵고 우리 말 잠식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재래마 제주마 연구하고파
지식 전달에 초점…잘못 알려진 것 바로 잡아야
대중과 말의 연결 다리, 마학자(馬學者)이고 싶어”

마학자(馬學者, hippologist), 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말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말산업 관련 국내외 컨퍼런스에 다수 참가해 논문을 발표했고, 논문 발표 실적도 남다른 정통 학자다. 수의사 출신으로 말을 연구하는 전문 지식에 인문학을 접목하고 있으며, 후학 양성에도 몰두하고 있다.

국립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 학과장이기도 한 양재혁 교수(47)는 올해 초 국내 서적 최초로 발과 발굽의 해부 생리, 질병에 관한 내용을 다룬 『말발굽학』을 발간했다. 이 책은 수의사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관리사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쓰였다.

양재혁 교수는 에 해부학과 발굽학과 관련한 내용을 연재한다. “말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곧 학자의 일”이기 때문. 먼저 해부학과 관련해서는 말의 외부 명칭, 전체 및 앞뒷다리 뼈대에 대한 내용을 알기 쉬운 용어로 정리했고, 편집부의 그래픽 작업을 덧입혀 독자에게 다가간다.

특히 경마계는 물론 승마계, 수의학계도 일제 잔재의 용어가 아직까지 쓰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칭이 다르고, ‘부조’니 ‘조교사’니 ‘제관대’니 하는 용어들은 일반 국민이 말산업을 이해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으로만 남아 있는 현재, 양재혁 교수는 해부학과 발굽학 관련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은 12월 9일 진행한 양재혁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소개하고 그의 기고문을 순차적으로 연재하고자 한다. -기자 말.

- 2013년 8월, 창립 후 가장 먼저 인터뷰한 학계 인사입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요.
“수도권에 집중됐던 우리나라 농림기관들이 지방 각지로 이전하면서 짧았던 경기도 시대를 마감하고, 농도인 전라북도혁신도시에서 제2의 창학 시대를 열었습니다. 더 좋은 시설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집중돼 학생들 교육 환경이 좋아졌고, 총장님 등 많은 대학 관계자 분들이 신설학과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학생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입학 정원 증원 등 올해 농수산대 입학 전형 변화가 있었는데 말산업학과 현황은 어떻습니까.
“전주로 캠퍼스를 이전한 뒤 고충이나 장점이 있다면.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과 신설 때보다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처음 생각보다 말산업의 발전 속도가 살짝 더딘 것 같습니다. 올해와 내년 2월부터 학생들이 졸업하는데 그 인력들을 받아줄 말산업 시설 등 전문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아지지는 않았습니다.

- 2013년 인터뷰 당시 경제적 측면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말산업 인재가 필요하다며 생산, 사양, 영양 등 기본과 관련한 전문 지식의 중요성도 언급하셨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말산업이 계획만큼 성장하지 못한 원인이 ‘산업화’의 부작용이라고 보는데 의견이 있으시다면.
“우리 대학은 당시 계획대로 대학커리큘럼을 완성했고, 말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계획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성장폭을 무리하게 높게 설정했거나 관련 후속 조치들이 미숙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농촌에 위치한 농어촌형승마장운영으로는 산업기능요원이 되지 못해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 예입니다. 그러나 부작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제야 좋은 시절이 곧 오려고 합니다.”

- 말 전문 수의사이자 마학(hippology), 말에 관한 학문을 하는 학계 전문가로 다양한 학회와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현재 우리 말산업 학계를 평가한다면.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될 무렵에 산업 분야와 기술 분야 등 다양한 학회들과 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 일단 긍정적 현상입니다. 행동하는 지성인들로서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에 본격적으로 해부학, 발굽학 용어 등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특히 어려운 고어의 명칭을 현대화, 우리말화하는 작업의 시작이라 의의가 큽니다.
“근대 경마가 한국에 들어온 지 100년이 됩니다. 경마에는 말(馬)이 필요하고 그 말을 말하는 말(語)도 필요하며 잘 돌보는 수의학 기술도 필요합니다. 용어는 짧은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단순한 게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경주마와 함께 도입된 용어들이 단순하긴 하지만, 용어가 더 어렵게 됐고 오랫동안 사용됐던 우리말이 잠식당했습니다.
결론은 원래대로 돌아가자는 취지입니다. 한글이 발명될 때 지식층인 한자를 아는 양반들이 반대를 했습니다. 이제 누구나 쉽게 용어를 익힐 때가 됐습니다.
연재 내용은 말의 외부 명칭, 전체뼈대, 앞다리뼈대, 뒷다리뼈대 그리고 발굽에 대한 지식을 담았습니다.”

- 3월에는 『말발굽학』이라는 전문 서적도 발간했습니다. ‘말발굽 지침서’인 말발굽학의 내용을 소개하신다면.
“고대 로마시대부터 ‘No foot no horse’,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발과 발굽의 해부생리와 발의 질병을 다뤘습니다. 을 통해 말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학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 1학년 학생들과 양재혁 교수(맨 우측)가 사료 공장 견학 후 기념 촬영을 한 장면. 양재혁 교수는 대중이 말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말과의 다리가 되고자 연재 기고 등을 통해 지식 전달과 실천에 나섰다. 은 양 교수의 해부학, 말발굽학, 현대 용어화 관련 기고문을 연재할 예정이다(사진 제공= 양재혁).

- 향후 학문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한국 유일의 재래마인 제주마에 대해서 더 연구하고자 합니다. 한국마사회에 있을 때는 서러브레드 경주마 위주로 연구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도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말은 우리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과업입니다.
또한 대중에게 더 다가가는 마학자이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마친화 과정일 수 있는데 말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과 말의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첫 단계로 책을 통한 지식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 잡고도 싶습니다. 또한 거의 16년이 지나도록 다 못 끝낸 저서들이 있습니다. 조만간 마치려합니다.”

- 내년부터 제2차 종합계획에 접어듭니다. 학계의 역할이 있다면요. 문제와 대안에 대해 정부와 마사회가 학계에 지원해야 할 점이 있습니까.
“대학은 인력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국내 몇몇 대학에서 말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말산업 전문기관에서 많은 학생들을 흡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학을 포기하거나 대학 생활을 중도 포기하고 아카데미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최근 우리 말산업계가 특히나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어려운 때입니다. 앞으로 발전 방향에 대해, 종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합니다. 다만 승마가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엘리트승마를 하는 게 아니라 생활승마를 하기 때문입니다. 승마에 상당히 부정적 이미지가 입혀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봅니다.”

▲국립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 보건관리 실습을 하는 모습. 수의학 박사 출신인 양재혁 교수는 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말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마학자(馬學者, hippologist)이자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사진 제공= 양재혁).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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