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 사설경마 중독자 이모씨, 양어머니 청부 살해 충격
- 기승 부리는 사설경마·불법도박 근절에 총력 필요

사설경마에 빠진 양아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거둬 길러준 양어머니를 청부 살해한 반인륜적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7일(월) 서초 경찰서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이모(34)씨가 지난해 3월 2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양어머니 유모(70)씨가 “유산을 물려지주 않겠다”고 하자 앙심을 품고 청부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씨는 인터넷 전과자 카페 등을 뒤지며 청부업자를 물색하다 ‘시키는 일은 다 해주겠다’는 글을 올린 박모(31)씨에게 모친 살해를 부탁했다. 이씨의 부탁을 받은 박씨는 전모(27)씨와 함께 지난해 4월께 교통사고를 위장해 유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뒤, 다음달 2일 경기 성남시 유씨의 집에 직접 침입해 유씨를 비닐 랩으로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이씨는 유씨의 집 주소와 출입문 비밀번호 등을 박씨에게 건네주며 범행을 적극 도왔고, 살해 대가로 1억 3,000만원을 이들에게 지불했다.
유씨는 1975년 경기 하남시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철물점 앞에 갓난아기로 버려진 이씨를 거둬 아들로 입양한 뒤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친자식이 없고 1980년대 말 남편과 이혼한 유씨에겐 이씨가 유일한 자식이자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사설경마에 빠져 학점 미달로 학교에서 제적됐고,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하고서도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가 유씨가 "경마로 재산을 탕진하는 아들에게 유산을 줄 수 없다.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결국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유씨가 숨진 뒤 보험금과 아파트, 점포, 예금 등 약 20억원의 유산을 물려받아 이중 15억5,000여만원을 또 다시 사설 경마로 탕진했다.
갑작스러운 유씨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유씨 지인들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씨가 박씨 등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씨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 받았다.
끔찍한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 각계에서 사설경마와 불법도박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과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바다이야기 파동으로 인해 출범한 사감위가 당초 목적인 불법사행성게임 및 도박, 사설경마 등에는 전혀 힘을 쓰지 않으면서 불법도박·사설경마의 확대를 해소해줄 수 있는 합법적 사행산업에 각종 규제를 양산해 오히려 불법도박·사설경마 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감위는 합법적 사행산업이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규제 속에서 일반 국민에게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마 등에 마녀사냥식으로 규제책을 양산해왔다. 특히 인터넷·모바일 베팅 중단으로 신분확인과 베팅상한선을 준수해온 경마팬을 사설경마로 내몰았고, 전자카드 도입을 강행키로 결정함으로써 경마팬의 국민 기본권과 개인정보 노출 불안을 야기시키고, 이를 염려한 경마팬이 사설경마의 유혹에 쉽게 현혹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사감위의 강력한 규제책 남발에 대해 이미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축산발전기금과 체육기금, 복지기금을 마련하는 합법사행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불법도박만을 키우는 역효과에 대해선 대부분이 인정을 한다. 사감위는 역효과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법기능이 없어 불법도박을 규제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사감위가 설립된 당초 의도는 분명히 불법도박 근절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결국 모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사감위가 합법적 사행산업만을 규제하려는 고집을 버리고 건전한 사행산업 육성과 더불어 설립 의도에 걸맞게 불법도박과 사설경마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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