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혁신 무효화 비상 대책 공동위원회 관계자들이 1월 8일 오전 8시부터 한국마사회 입구에서 2017 경마 시행 계획 전면 백지화 촉구 제5차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비들이 정문 통과를 막아 행진 계획은 철회됐다(사진 제공= 경마 혁신 무효화 비상 대책 공동위원회).
2017년 경마시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전면 백지화하라는 주장이 거세다. 경마산업 유관단체인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회장 홍대유, 이하 조교사협)와 한국경마기수협회(회장 황순도, 이하 기수협) 그리고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위원장 신동원, 이하 관리사노조)은 ‘경마 혁신 무효화 비상 대책 공동위원회(이하 경대위)’를 구성하고 경마혁신과 부가순위상금에 대한 한국마사회와의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고 했다.

‘매출연동제’로 문제가 집약된 2017년 경마계획은 특히 마필관리사의 기본 생계와 세 단체의 존립이 걸렸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양호 회장이 직접 나서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한결 같다. 이들 세 단체는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연초부터 경마 시행일 아침마다 한국마사회 입구에서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도 개최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대립의 골…근본 문제는 무엇일까.

매년 반복되는 대립…근본 문제는 ‘불통’과 ‘인식’

3개 단체 강경 투쟁 의지…2007년 경마 중단 사태와 데자뷔
부가순위상금 2020년까지 단계적 폐지·매출연동제 핵심 쟁점
야간경마·기수면허권박탈 등 현실 고려하지 않은 제도도 부각
경마 시행체와 유관 단체 서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전무 아쉬움
해결 방안은 결국 ‘소통’…경대위, “이양호 회장 만나고 싶다”

1월 6일, 오전 8시, 한국마사회 입구에서는 2017 경마 및 상금 지급 계획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경대위 측은 경마 시행일인 금토일 아침마다 집회와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부가순위상금 폐지 철회’, ‘경마 상금 매출 연동 지급(매출연동제) 계획 철회’ 등을 촉구하며 한국마사회가 유관단체와 성실하게 협의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마사회 노조 역시 ‘매출 하락 근본 해결이 마른수건 짜내기?’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대위 측은 지난해 말 한국마사회와 ‘협의’한 2017년 경마혁신 및 시행 계획은 ‘합의’가 아닌 일방적 통보라며 반대했지만, 마사회 측은 “파행을 하든 알아서 하든” 이라며 신뢰와 믿음 그리고 소통의 의지를 저버리는 행위를 계속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른 조치로 관계자들의 방송 인터뷰 거절, 마사 출입 기자들에 대한 인터뷰 잠정 중단 사태까지 벌어진 상황.

사실 경마 시행 계획 발표를 앞두고 이런 일은 매년 반복됐다. 2007년도에 경마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당시, 이에 반대한 마필관리사노조는 마주협회와 함께 경마 중단을 했었다. 당시 마필관리사노조 측은 먼저 ‘매출연동제’를 제안하기까지 했었다. 현명관 전 회장은 부임 직후인 2013년 12월, 직속 T/F을 구성했고 이듬해 6월 경주 체계 부문 경마혁신 추진 전담 TF를 만들어 경마 혁신에 관한 의견 수렴과 설명, 실무 협의회 등을 열었지만, 생산자협회와 마주협회, 경마소비자협회까지 반대하며 경마가 중단될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었다.

법원에 ‘경마방해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일부 단체들과 정상 시행을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경마 중단 없이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한국마사회 측 역시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며 2차, 3차 혁신안을 수정하고자 각계 단체와 의견을 계속 수렴하는 행보를 보였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했던가. 같은 일이 올해 또 벌어질 조짐이다. 매년 반복되는 경마 중단 위기 사태의 근본 문제는 무엇일까. 한국마사회 측은 지난해 12월 11일 2017년도 경마시행계획을 발표하며 제3차 경마혁신안을 포함했다. 이 안에는 올해 경마계획과 경마 상금 지급계획이 담겨 있다. 경대위 측은 시행 계획 등을 “합의 후 시행”을 주장했지만, 논의 과정을 거친 ‘협의’ 이후 마사회 측이 일방적으로 ‘합의’했다고 하는 불통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혁신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며 경마시행계획이 한국마사회의 고유 권한이더라도 소통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 계획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유관 단체의 존립과 이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


이번 문제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부가순위상금’의 단계적 축소다. `부가순위상금`은 1993년 개인마주제로 전환한 이후 조기협회 지원금 및 복리후생 지원금 형식으로 지원하다 1995년 ‘경주협력금’으로 신설, 2011년부터 항목 변경해 조교사와 기수, 관리사의 생계와 복리후생 지원 명목으로 지급해왔다.

한국마사회 측은 2020년에 이 상금을 폐지하되 올해부터 전년 대비 8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그리고 축소분은 순위 상금, 출전 장려금, 위탁 인건비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대위 측은 “조건 없이 수용 불가”란 입장이다. 조교사의 경우 약 22억 원, 관리사의 경우 약 228억 원의 손해가 나 관계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상금 책정 문제 역시 기본 인상율과 책정 방식을 두고 마사회와 경대위 측의 간극은 넓다. 마사회는 기본인상율 방식으로 뒤늦게 매출연동제를 적용, 매출액 증감율과 물가 및 인건비 상승률 등에 따라 마주 0.7%, 조교사와 기수는 1.4%, 관리사는 2.8%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대위 측은 매출연동제의 폐지를 요구하며 조교사와 기수는 4.5%, 관리사는 5.1%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금 책정 방식의 절차 과정도 문제 삼고 있다. 마사회 측은 매출연동제를 2016년도 계획안부터 시작해 이미 합의한 문제라고 하지만, 마사회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줬고 공론화하거나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으며 유관 단체와는 합의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대위 측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날 때 보상은 없고 매출이 줄어들게 뻔해지자 마사회 직원들은 정부 지침대로 3.5% 인건비를 인상하면서 소요 경비를 줄이고자 상금만 줄여 경마를 하려는 꼼수”라며 “매출이 늘 때는 마사회만 잔치하고 매출이 줄 때 고통 분담을 우리에게만 넘기니 소통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마 상금 지급 체계 역시 부경처럼 지급 주기를 월에서 주로 단축하고 지급 대상을 협회가 아닌 개별 지급으로 한다는 개편안 역시 경대위 측은 “의미 없는 안”이라며 조건 없이 수용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야간 경마 확대 시행 외에도 기수 면허 제도도 잘못돼 경마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소 6~70명의 기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조교사보다 적고, 마카오나 싱가폴 등 기수 학교가 이제는 사라진 곳에서 외국 기수를 데려오는 문제도 지적됐다. 곧 시행될 트랙라이더 도입 제도 역시 기수들의 조교, 순치 문제 그리고 기승료 현실화 문제와도 얽혀 있다. 일각에서는 재결 과정에서 정부가 파견하는 전문가와 학계, 경마 전문가 공동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수협회 관계자는 “마사회가 매년 1억8천만 원을 투자해 기수를 양성하는데 기수 면허 제도 등을 악용, 처우가 나빠지고 있다”며, “한국마사회와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교사협회 관계자 역시 “지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모두가 감정이 격한 상태”라며, “제도의 진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가 계속돼 불만을 느끼는 관계자들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부정 사례가 더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마사회 일부 인사가 회의 자리에서 “말 똥 치우는 사람들이 돈을 그렇게 많이 받으면 됐지 (합의하기 싫으면) 때려치우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막말도 했다고 밝히며 “신임 회장님이 소통을 강조해서 기대하고 있는데 아무리 연락해도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해 다른 의지를 각 단체가 공동으로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개별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미 발표가 끝나고 소통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조교사협회와 기수협회 그리고 마필관리사노조는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중지를 모은 것. 경대위 관계자는 “매출연동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마주인데 조만간 마주협회와도 뜻을 모으길 바란다”고 했다.

해결 방안에 대한 제스처도 열어 놨다. 바로 소통. 경대위 측은 공통적으로 대화의 재개를 원하며 신년 하례 때 얼굴만 잠깐 본 이양호 회장의 소통 행보에 기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대위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너무 철벽이어서 이제는 소통이 되고 숨통이 트이겠구나 싶었는데 그 중간에서 커트 시키는 거 같아 안타깝다. 현명관 회장은 부임 후 시찰이라도 해서 인사라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신년 하례 이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양호 회장이 대화의 창을 열어준다면 안정적 경마, 질 높은 경마를 위해 노력할 분위기가 조성됐다.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경마 혁신 무효화 비상 대책 공동위원회 관계자들이 1월 8일 오전 8시부터 한국마사회 입구에서 2017 경마 시행 계획 전면 백지화 촉구 제5차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비들이 정문 통과를 막아 행진 계획은 철회됐다(사진 제공= 경마 혁신 무효화 비상 대책 공동위원회).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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