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테마파크는 무엇인가

특정 주제나 소재를 기반으로 연출되는 시설을 ‘테마파크’라고 한다. 전국 어디를 가든 각종 테마파크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말을 소재로 하는 테마파크도 국내에 몇 곳 있다. 그럼 말테마파크는 무엇을 담아야 하고,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던 찰나에 출장차 방문한 부산에서 작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방문했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평일에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경마가 열리는 날은 첫 방문이었다. 관람대 정문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순간적으로 이곳이 평소 알고 있던 경마공원인지 착각이 들었다. 정문 입구부터 들려오는 어린아이들의 왁자지껄 소리는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혹시 오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실시하는 특별 이벤트가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이 방문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확인 결과,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낯선 분위기를 뒤로하고 당일 경주에 출전할 경주마들이 주로에 들어서기 전 경마팬들에게 선을 보이는 장소인 ‘예시장’으로 향했다. 예시장 정면에 ‘부산경남대표가족공원’, ‘세계 최고 말테마 파크’라는 두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제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무엇을 모토로 경마공원을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내 다른 경마공원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인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순간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 명의 방문객들에게 방문 경위와 소감 등을 물었다. 대다수가 경마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경마가 열리는 장소에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듯했다. 말과 기수들이 들어오는 결승대 앞은 어린아이들을 목말 태운 아빠와 한 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있는 엄마, 말들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공원 전체가 말테마파크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속에 방문객들이 녹아든 모습이었다.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 방문객들의 얘기를 들었다. “일 년에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한다”, “부산 사람 중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경마를 보러 온 건 아니지만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게 좋다” 등등 예상과 다르게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관람대를 중심으로 더비랜드, 포니랜드, 호스트리랜드, 호스아일랜드, 에코랜드, 승마랜드 등 다양한 존이 위치해 있다. 이 공간을 활용해 경마를 즐기기 위한 고객을 넘어 가족, 연인들을 위한 수요도 충족시키고 있다. 경마공원의 특정 구역만을 ‘말테마파크’라고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려 했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은 연출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경마를 즐기기 위한 고객과 나들이 나온 고객을 따로 하는 게 아니라 말테마파크라는 큰 틀에 모두를 품은 셈이다. 사실 어떤 소재의 테마파크든 해당 소재로만 공원 전체를 채우기란 쉽지 않은데 상당한 묘책이지 않았냐는 생각이다. 물론 공원 구석구석에 배치된 말 소재 동상, 모형, 그림들은 공원 내 말이 있지 않은 장소라도 말테마파크란 사실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현재 ‘말테마파크’ 운영이 한국마사회의 매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무리다. 하지만 부산시민, 경남도민들이 거부감 없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방문하고, 자연스럽게 말과 친숙해진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부산 사람이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란 한 방문객의 말처럼 지역사회와 소통을 통해 한국마사회가 지역을 위해 공헌한다는 이미지 구축도 꽤 긍정적이다.

다른 지역 렛츠런파크보다 뒤늦게 설립됐지만 가장 국민에게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방문한 한 방문객은 “부산 사람이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며, “자신은 한 해에 적어도 5번 이상은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더비랜드 앞 전경.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부산경남대표가족공원’, ‘세계 최고 말테마 파크’를 표방하고 있다. 결승대 앞에서 말과 기수를 기다리는 가족 고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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