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인터뷰 - 유승호 한국마사회 국제경마부장

▲한국경마가 세계무대에 진출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WBC 1차 예선 탈락처럼 단지 그라운드를 밟고 참가에만 의의를 둔 정도가 아니다. 이미 모든 목표를 이뤄냈지만, 더 큰 꿈을 꾸고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메인스테이’가 두바이월드컵 예선인 카니발에서 국제 경주 사상 첫 우승을 한 뒤 유승호 한국마사회 국제경마부장(맨 오른쪽)과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한 장면.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30분 전,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 감독을 단독 인터뷰하는 기분이 들었다. 출전 2번 만에 월드컵 결승 무대 진출이라는 꿈을 이뤄낸 유승호 한국마사회 국제경마부장은 축하 인사에 “아직 즐길 여유가 없다. 준비할 게 많다”고 운을 뗐다.

준결승인 슈퍼 새터데이에서 아쉽게 5위에 그쳤지만, ‘트리플나인’이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제레이팅 105라는 공식 기록도 주요했다. 유승호 부장은 “트리플나인이라는 말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3위 안으로 들어왔다면 결승 진출은 더욱 용이했을 것”이라고 했다.

꿈의 무대를 앞두고 포기할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꿈의 무대를 갈망한 유승호 부장의 기지는 여기서 발휘된다. 아니, 이미 치밀한 작전은 준비됐었다. 바로 1차 출전 등록 당시 후일을 염두에 두고 2,000미터와 1,600미터를 동시 등록한 것. 현지 출전 선정위원회 관계자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국제적 이름에 걸맞은 대회가 되려면 출전 국가가 많아야 하고, 한국경마의 국제화 노력을 꾸준히 설득한 점도 주요했다.

결승 무대에서의 ‘반전’을 위해서 아직 할 일도 많다. 출전 신청 작업부터 더 나은 기수를 섭외하는 일까지 준비할 게 많다는 것. 결승 무대에서는 ‘메인스테이’ 우승 주역인 아일랜드 출신의 기수이자 그간 ‘트리플나인’에 기승했던 패트릭 코스그레이브 기수도 좋지만, 조금 욕심을 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수가 지원한다면 기수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원정 탓에 피로 누적도 염려돼 ‘트리플나인’의 현 상태를 묻자 컨디션은 괜찮다고 했다. 관건은 역시 1,600미터 경주 거리다. ‘트리플나인’은 3월 25일 두바이월드컵 시리즈 중 두 번째인 G2급 경주 ‘고돌핀 마일(Godolphin Mile)’에 출전한다. 1,600미터, 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다.

한국경마계가 전방위적으로 그간 노력해온 경마혁신과 국제화의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이번 두바이 월드컵 결승 무대 진출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트리플나인’이 획득한 국제레이팅은 논란이 있었던 우리 레이팅 제도에 하나의 기준으로 정립하게 할 성과 역시 빠뜨릴 수 없다. 75%를 차지하는 국산 경주마의 평가도 전반적으로 재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승호 부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말의 산업화가 이뤄지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결승에 오른 일에 필적하건만, 경마에 대한 항간의 인식과 주요 매체들의 무관심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는 “아쉽지만 반복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성과를 내고 도전한다면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두바이 현지에서도 한국은 여러 출전 국가 중 하나지만, 2년 만에 결승전 진출을 이뤄내며 약진하는 모습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1차 목표인 슈퍼 새터데이 진출을 이뤄냈고 꿈의 무대인 결승전까지 진출했으니 욕심도 생기는 법. 국내 경마팬들과 관계자들이 내심 우승을 바라는 목소리를 전하자 국제레이팅 115 이상인 말들과의 현실적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하늘이 점 지어 주는 일 아니겠는가”라고도 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는가 하는 질문에 “참 많은데 지금 정신이 없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두바이 원정대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귀국하자마자 지방을 다니며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계속된 두바이 원정 이동 탓에 시차 적응도 잘 안 됐을 것이다. 두바이 결승 무대 출전 후, 전후 모든 과정이 정리되면 우리 한국경마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과 그 많은 이야기들을 차후에 풀어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유승호 국제경마부장은 “금메달만 메달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 말이 도전한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와 다른 시스템, 검역 절차 등 전후 복잡한 과정을 극복하고 우리 말이 해외 원정에서 뛸 수 있었던 일은 한국마사회 모든 임직원들의 경마 혁신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했다.

▲한국경마가 세계무대에 진출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WBC 1차 예선 탈락처럼 단지 그라운드를 밟고 참가에만 의의를 둔 정도가 아니다. 이미 모든 목표를 이뤄냈지만, 더 큰 꿈을 꾸고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메인스테이’가 두바이월드컵 예선인 카니발에서 국제 경주 사상 첫 우승을 한 뒤 유승호 한국마사회 국제경마부장(맨 오른쪽)과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한 장면.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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