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부안 아리울 승마장 대표 인터뷰

▲이영진 아리울 승마장 대표는 줄곧 일선 승마장이 정부의 예산 지원에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승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갈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스스로 자립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말산업은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승마 인구 저변 확대는 되고 있지만 그 상승세가 미미한 가운데 전국에 있는 여러 승마장이 재정난·경영난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서 승마장을 운영하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북 부안군에 위치하고 있는 ‘아리울 승마장’ 얘기다.

변산반도에 위치한 전북 부안군의 인구는 고작 5만 남짓임에도 불구하고 승마장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이영진 아리울 승마장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안군은 인구가 5만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농촌 지역이다. 이곳에서 어떻게 승마장 흑자를 낼 수 있었나.

난 승마의 ‘승’ 자, 말의 ‘말’ 자도 모르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말을 키우고 승마장을 운영하면서 초기에는 몇억의 빚을 지기도 했다. 하지만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승마장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일단 지역의 경찰서와 교육청을 찾아 승마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승마의 효과와 함께 승마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러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서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고 학생승마에 대한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은 주류가 된 유소년·학생승마의 선두주자로도 볼 수 있는데.
맞다. 난 6년 전부터 작은 말을 갖고 승마사업을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라마가 고집도 세고 안 된다고들 말했었는데 난 웃기는 소리 말라면서 한라마로 승마장을 운영했다. 당시에 난 써러브레드 한 마리도 없었다. 결국 내 말이 맞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말 관련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다녀온 걸로 아는데.
내가 일본 다녀온 것은 어떻게 알았나. 맞다. 지난 3월 8일 일본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왔다. 말 조련 기술과 마장마술 등을 배우기 위해 일본 크레인 승마장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올해가 벌써 3년 차로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다녀왔다. 그곳에서 세리마치 요시다카 교관에게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어떤 목적에서 연수를 다녀왔나.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금은 한국이 승마 초기 단계라 유소년 승마가 대세이고 주류이지만 앞으로는 마장마술, 장애물 등 전문적인 승마로 발전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국내의 승마는 몽골 스타일로 말만 타 지구력 종목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지만, 향후는 마장마술과 장애물이 각광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쉽게 말해 ‘벌마’에서 ‘승마’로 변화할 거란 말이다. 지금 현재 국내에는 마장마술 말들이 별로 없다. 그리고 마장마술을 가르칠 만한 사람도 없다. 난 이게 미래의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마장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우수한 마장마술 전문가들이 있는데 왜 일본까지 가서 배우는지.
한 5년 전 국내에서는 써러브레드를 써야 할 것인지 아니면 말을 수입해서 써야 할 것인지 고민들이 많았다. 그리고 선수들은 써러브레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에서 써러브레드를 갖고 마장마술 말로 전환해 쓰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직접 가서 봤더니 정말 전환 순치가 되더라. 그래서 3년 전부터 일본 크레인 승마장으로 연수를 받으러 가기 시작했다.

-세리마치 교관과는 각별한 걸로 알고 있다. 언어가 다르고 개인적으로 갔는데 어떻게 친해졌나.

일본어는 잘 못하지만 영어로 서로 대화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가서 세리마치 교관에게 한국의 실정을 말하니 그럼 4년을 해마다 오라고 하더라. 그렇게 하면 자기가 모든 걸 전수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벌써 3년째다.

-그래도 쉽지 연수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엄청 힘들었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깐 꿋꿋이 참고 배웠다. 세리마치 교관이 58년 개띠인데 날 가르치면서 엄청 혼냈다. 내가 적은 나이가 아닌데 이 나이 먹고 왜 혼나야 하는지 싶어 돌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강한 의지로 목표를 위해 참고 열심히 했다. 일본 젊은 선수들에게도 안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세리마치가 날 제자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친구나 마찬가지로 지낸다.

-그럼 연수의 교육 내용은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달리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써러브레드를 승용마로 전환 순치하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다. 사람이 편안하게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말에게 훈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4년 차인 내년부터는 하이클래스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경주마로 쓰이던 써러브레드가 마장마술 말로 전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도 마장마술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마장마술도 세리마치에게 직접 배웠다. 세리마치 교관은 일본 국가대표 코치이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장애물 종목도 리우 올림픽 출전한 선수들이 직접 날 가르친다. 한국에서는 돈을 싸 들고 가서 배워야 할만한 수준의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거다.

-그럼 교육 일과는 어땠는지.
보통 새벽 5시 40분까지 마장에 나간다. 말을 타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 조련하고 교육을 진행해 오후 3시쯤이 돼서야 들어온다. 어떤 경우는 오후 4~5시까지 탈 때도 있다.

-말산업 발전을 위해 말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일본은 승마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같은 건 전혀 없다. 지금은 농림부나 마사회에서 승마 발전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단 생각이다.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승마장 하는 게 솔직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시장이 직접 연구하고 개발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일선 승마장들이 지원에만 목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원해주면 고생해서 회원 하나하나에게 승마를 가르쳐 돈을 벌려고 하겠나, 정부에서 지원받아 편하게 가려고 하는 거지. 당장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면 어쩌겠는가. 거기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분명히 어려움이 올 것이다. 지금은 말산업이 다소 뒤죽박죽인 상태지만 언젠가는 정리되는 단계가 온다. 난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말산업이 농업의 범주에 들어오려면 농촌의 농업을 영위하는 농민들에게 이익이 와야 한다. 농민들이 말을 키우면서 그 현장에서 말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고 현실적으로 주머니에 돈이 들어갈 수 있는 정책이 세워지길 바란다.


▲이영진 아리울 승마장 대표는 줄곧 일선 승마장이 정부의 예산 지원에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승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갈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스스로 자립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말산업은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이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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