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 각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 공약의 최대 화두였던 적폐청산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적폐 중에서도 부정적 선입견에 의한 편견은 큰 문제다. 부정적 선입견은 정치 사회 경제 사상과 이념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아는 것만을 과도하게 주장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모르는 부문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하거나 틀리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진영논리가 형성되고 갈등이 증폭되었다.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에 매몰돼 제대로 발전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산업분야를 꼽으라면 말산업을 들 수 있다. 말(馬)이라는 동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가축이다. 원시 농경시대부터 말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농사용으로 교통 통신 식용 생활용품 심지어 전쟁의 수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과 호흡을 같이 해왔다. 현대에 와서 말은 그 기능이 다소 축소되었다. 경마와 승마로 대표되는 스포츠, 지구의 북반구 인류가 즐겨먹는 말고기, 화장품 및 약품의 원료, 반려동물로써의 애완용 등으로 이용된다.

경마는 영국에서 시작한 ‘왕의 스포츠’(Sports of King)였다. 그러던 것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지금은 세계 120여 국가의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으로 발전했다. 영국 왕실은 지금도 20여 마리의 경주마를 소유하고 있는 마주이며 승마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 120여 국가가 시행하고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으로 각광받고 있는 경마가 한국에서는 왜 ‘경마=도박’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갖혀 정치권이나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국마사회의 규제 일변도의 경마시행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마는 1922년 일제에 의해 도입된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졌다. 해방 후 뚝섬경마장시절부터 자주 발생한 경마부정이 경마=도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한 한국마사회는 승부조작 등 부정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공정성강화’를 핑계로 한국마사회법은 물론 이 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정, 규칙 등을 통해 규제와 통제를 강화했다. 결국 한국경마는 세계 선진국 경마와는 달리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 경마의 본질에 입각한 올바른 발전방향을 찾지 못했다. 선진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들이 한국경마에선 불법이 되는 사례가 많다. 가령 미국 등 선진 경마국은 경마감독인 조교사가 마권을 구입하는 것을 제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마권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조교사는 마권을 구입해도 범법자가 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조교사가 마권을 구입하면 범법자가 된다.

외국에서는 경마실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준다. 그러난 한국에서는 사설경마(맞대기)가 횡행한다며 실시간 중계를 막고 있다. 예시장에 마주 등 경주마 관계자들이 모두 나와 시합에 나서는 경주마를 격려하며 일반 경마팬들의 질문에 ‘우승할 수 있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표현을 했다가는 정보제공 혐의로 범법자가 되고 만다. 이외에도 외국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을 사례들이 한국에서는 범법행위가 되는 것이 너무 많다.

승마도 마찬가지다. 귀족스포츠라는 편견에 갖혀 제대로 발전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때 골프도 국민들로 외면 당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애호하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거둬내지 못하면 한국의 말산업이 발전하기는 요원하다. 부정적인 편견을 없애려면 말산업에 족쇄처럼 채워져 있는 규제들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세계에서 차지하는 말산업의 상황을 잘 파악하여 올바른 말산업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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