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도사’가 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김재철 학생.
대중에게 진솔한 승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국마사회는 올해 ‘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19편이 선정됐습니다. 은 19편을 연재합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장려상을 받은 김재철 학생(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의 ‘내 삶의 최고의 스승, ‘말’과 함께한 시간’을 소개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

“사고로 다리 다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
‘승마’는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줘”

어린 시절 저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 위해 학교를 갈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공을 차고 친구들과 뛰어 놀던 초등학교 6학년 때와 달리 중학생이 되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부모님께서는 제주도 여행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 중에 푸른 초원 위에 서있는 말들을 보았습니다. 말이라는 동물은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으므로 신기함에 놀라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리고 말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 크고 맑은 눈에 그 많던 걱정이 씻겨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무언가에 이끌려 두려움을 떨치고 말을 탔습니다. 후에 전 세계에서 동물과 함께 교감하면서 경기하는 스포츠는 승마뿐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그때 그 느낌이 말과의 교감이 아니었을까 짐작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부모님께 승마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고 승마장을 다니며 말과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러 방문했던 리조트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길 바라셨지만 저와 여동생은 떼를 써 스키를 타러 갔습니다. 장비를 착용하고 열심히 스키를 타며 즐기던 중 동생이 보이지 않았고 동생을 기다리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드를 타던 누군가가 저의 무릎을 찍고 사라졌고 그로 인해 다리를 6개월 동안 쓸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성장판이 깨져 오른쪽 다리가 자라지 않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고, 자신감을 잃어 1년 가까이 좌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힘이 드는 순간 가족들의 관심과 따뜻한 배려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저를 응원하기 위해 애쓰는 가족들을 보면서 뭐라도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용기를 가졌습니다. 하늘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을 안겨준다는 말을 믿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 순간 어릴 때 제주도에서 보았던 말의 맑은 눈과, 말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눈빛으로 저를 위로해주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승마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저를 격려해주셨고, 동생은 저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함께 승마를 배웠습니다.

▲김재철 학생은 오른쪽 다리를 다쳐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승마로 극복했다.

말은 다리가 다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파트너였고,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 일상으로 도와줄 수 있게 도와주는 동반자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승마라는 스포츠로 하나가 됐습니다.

승마를 배우며 꿈을 키워가던 나이에 얻은 다리 부상과 좌절의 시간은 지금까지 저의 삶에서 가장 큰 시련이었고, 그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련을 이겨냈기 때문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어떤 일에든 열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3학년이 돼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면서 말산업의 ‘마이스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의 진학 경쟁률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내신을 올리기 위해 학업에 집중하였고 그 결과 성적이 많이 올라 한국경마축산고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진학했다고 해서 바로 말을 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을 타기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말과의 교감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마방을 청소하고 말에게 물과 건초를 주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새롭게 배우는 일들이었지만 말을 타기 위해서는 마방관리와 사양관리가 철저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아래 성실하게 임하며 말을 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말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말은 그저 내가 타고 부리는 동물이 아니라 내가 관리하고 아껴줘야 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말을 타던 날, 기존에 타던 말들과는 달리 쉽게 놀라는 말이 배정됐습니다. 말이 놀라 등자가 빠지고 그대로 떨어지면서 말 다리 옆으로 낙마를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말을 타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다리를 다쳤던 옛날처럼 다시 또 다른 곳을 다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될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말을 타는 모습을 보니 말과 함께하는 그 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느 날, 부러움의 눈길로 친구들을 바라만 보는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왜 말을 타지 않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아프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금방 거짓말을 알아채시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속마음을 모두 다 내보이고 두려워하는 저에게 선생님은 “지금 당장 전학을 가도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죽을 때까지 말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앞으로 네가 탈 말들은 더 무서운 말들이고, 지금 이 두려움을 이겨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날 다시 말을 타보자고 약속을 하고 선생님과 헤어져 잠들기 위해 방에 누운 그날 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잠을 설쳤습니다. 드디어 날이 밝아 선생님께서는 사람의 손길에도 잘 놀라지 않는 말을 주셨고, 말에 올라탄 순간, 말에 타고 있는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말도 그대로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말을 탈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느낀다는 것을.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말도 그대로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을 때까지 말과 함께하고 싶다.”

그래서 저는 저를 믿고 달려줄 말을 위해서라도 이제 다시는 겁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 후로는 저를 떨어트렸던 말인 ‘파르만’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마방을 치우고 털 관리도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그 후 다시 ‘파르만’을 탔고 말을 타던 도중 말이 놀라 튀었지만 차분하게 말을 잡고 다시 말을 탈 수 있었습니다. 지금 ‘파르만’과 저는 제일가는 파트너가 되었고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승마는 제게 너무 고마운 스포츠이고, 인생의 반환점이며,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원동력입니다. 고등학교에 와서 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면서 승마의 더 큰 매력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승마를 빼고는 저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승마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말과 함께 하기 위해 90kg이었던 몸무게를 75kg까지 감량하면서 몸을 만들고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며, 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교 공부에도 열심입니다.

지금 저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멋진 승마선수가 되고 또 승마 코치가 돼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말과 더 많은 교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말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합니다.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승마선수 및 승마 코치가 되고, 나아가 저처럼 아픈 아이들에게 승마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 아이들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말’이라는 최고의 스승을 소개해주고, 저의 행복을 저와 같은 힘든 시간을 겪는 아이들에게 전해줄 것입니다.


▲‘승마지도사’가 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김재철 학생.

교정·교열= 박수민 기자 horse_zzang@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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