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체험학습으로 말을 탔다.
승마장에 있는 말 중 ‘행운이’가 제일 좋다.
어른이 돼서 마당 있는 집에서 ‘행운이’ 같은 말을 키울 거다.”
나는 김천 율곡초등학교 3학년 김경원이다.
김천에 이사 온 지 1년이 됐다. 나는 계속 안양으로 다시 이사 가고 싶다. 왜냐하면 거기는 내가 태어난 병원도 있고 어린이집 다닐 때 친구, 유치원 다닐 때 친구,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나서 안양에서만 살았다.
엄마가 내가 아기 때 나를 외할머니 집에서 잠깐 키웠지만 그건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우리가 살던 아파트 화요일에 열리는 시장에서 떡볶이랑 떡꼬치 사먹는 걸 좋아한다. 시장에 가면 친구들이 떡볶이를 먹으려고 많이 모였다. 친구들과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도 탔다.
엄마가 다니는 회사가 안양에서 김천으로 이사했다. 그래서 엄마랑 나 그리고 동생 유경이도 김천으로 이사했다. 유경이는 지금 8살인데 초등학교 2학년이다. 원래는 1학년이어야 하는데 김천에 있는 유치원 뽑기에 떨어져서 7살 때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래서 글씨도 못 읽고 받아쓰기도 20점 받는다. 아빠는 김천에 회사가 없어서 우리랑 같이 이사를 못 왔다. 아빠는 금요일 밤에 김천에 와서 일요일에 다시 아빠 집으로 간다. 아빠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우리랑 잘 놀아준다. 그렇지만 다른 날은 아빠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슬프다.
우리가 김천으로 이사 온 날 엄마가 김천 구경을 가자고 했다. 자동차를 타고 호수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승마장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엄마가 “여기는 시골이지만 공기도 맑고 승마장도 있고 좋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왜 좋은지 몰랐다.
유경이는 좋아했다. 유경이는 아기 때부터 말 인형을 좋아해서 우리 집에는 말 인형이 엄청 많다. 아주 작고 딱딱한 인형 3개와 물렁물렁한 갈색 말 인형, 라푼젤에 나오는 하얀 말 인형과 신데렐라 인형 살 때 같이 들어가 있던 말 인형이 있다. 말 인형을 너무 좋아하니까 엄마가 안양에 있을 때 사람이 탈 수 있는 정말 큰 말 인형도 사줬다. 그런데 그 큰 말 인형은 이사 올 때 113동 이모네 집 아기 록희에게 선물로 주고 왔다. 113동 이모는 내가 3살 때부터 나랑 동생을 돌봐주셨다. 보고 싶다.
유경이가 말을 타고 싶어서 우리는 승마장으로 들어갔다. 쉬는 날이라서 말을 탈 수가 없다고 했다. 말구경은 해도 된다고 해서 말들이 쉬고 있는 곳에 들어갔다. 냄새가 많이 났다. 말이 10마리보다 더 많이 있었다. 진짜 말을 보니 신기했고 너무 커서 놀랐다. 록희에게 줬던 말 인형보다 훨씬 더 컸다. 말을 타면 높아서 무서울 것 같았다. 엄마는 다음에 다시 와서 타자고 했지만 난 ‘안 간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초등학교에 가서 많이 바빠졌다. 유경이도 처음 초등학교에 갔기 때문에 많이 바빠졌고, 돌봄 교실도 하고 태권도 학원도 가고 피아노 학원도 갔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여름방학 승마체험학습이라는 걸 신청했다. 원래 말은 “아주 부자들이 타는 거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한 달 동안 싸게 탈 수 있게 해줘서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유경이는 좋아했지만 나는 안 탄다고 했다. 말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정말 아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유경이랑 엄마가 승마장을 갈 때 나를 돌봐줄 이모가 없어서 나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가서 너무 무서우면 안타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승마장에 갔는데,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이 많이 와 있었다. 그리고 그전처럼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원장선생님과 코치선생님께서 말을 3마리 데리고 와서 말을 만져보라고 하셨다. 말을 만지니까 신기했다. 느낌이 부드러웠다. 꼬리도 엄청 길었다. 코치선생님이 말이 놀라면 안 되니까 말 엉덩이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말이 찰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제일 처음 구경한 말은 ‘호동’이였다. 호동이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태어난 말이다. 2007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나보다 오빠다. 그런데 승마장에서 제일 작아서 나는 호동이를 타고 싶었다. 그런데 원장선생님은 호동이를 1학년들만 타게 해서 나는 큰 말을 탔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옆에 코치선생님이 줄을 잡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그 다음날은 내가 호동이를 탔다. 왜냐하면 1학년들이 호동이보다 더 큰 말을 타겠다고 해서 내가 호동이를 타게 된 것이다. 호동이는 제일 작지만 빠르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이라서 천천히 가주는 거라고 했다. 말은 아이들이 타는지 어른이 타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께서 말 위에 올려주면 고삐를 잡고 입으로 “뚁뚁” 소리를 내면 말이 움직인다. 말을 멈추려면 “워워”하면서 몸을 뒤로 움직이고,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발로 말을 차야 한다. 처음에는 다 힘들었다. 말을 찰 때 나는 유경이처럼 힘차게 못 찼다. 말이 아플 것 같아서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코치 선생님은 “더 세게 차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말을 탈 때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안 된다. 일어나고 앉기를 계속 해야 한다. 다 타고 내리면 말에게 “태워줘서 고마워” 라고 인사를 했다. 마음속으로 ‘발로 차서 미안해, 어쩔 수가 없었어’라고 했다.
▲엄마가 여름방학 승마학습 체험을 신청해 말을 타게 됐다. 처음에 힘들었다. 일어나고 앉기를 계속 해야 한다. 다 타고 내리면 말에게 “태워줘서 고마워”라고 인사를 했다.
체험학습이 끝나면 고양이와 강아지랑 놀았다. 너무 재밌었다. 나는 집에서 말들이 좋아하는 당근을 가져와서 호동이가 쉬고 있을 때 줬다. 다른 말들도 먹고 싶어 해서 나눠줬다. 그때 ‘캡틴’, ‘행운이’, ‘엘리샤’도 만났다. 엘리샤는 정말 빠른 말이라서 그때는 안 탔다. 행운이와 캡틴은 갈 때마다 우리를 태워줬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우리는 승마장에 못 가게 됐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여름방학에만 말을 싸게 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동생과 나는 엄마한테 더 타게 해달라고 했다. 말을 못 타면 너무 슬퍼질 것 같았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쿠폰을 사서 다시 말을 탈 수 있게 됐다. 야호!~~
그래서 우리는 계속 말을 타러 간다. 토요일 11시에 승마장에 가서 12시에 집에 온다. 여름에는 금요일 저녁 7시에 갔는데, 너무 추워서 지금은 토요일 낮에 간다. 집에서 놀다가 승마장 가려면 귀찮지만 가서 말을 타면 정말 재밌다. 그래서 계속 말을 타고 싶다.
나는 점점 말을 잘 타서 ‘엘리샤’를 타게 됐다. 유경이는 ‘행운이’를 탔다. 우리는 점점 잘 타게 돼서 점점 빨리 달렸다. 그런데 어느 날 엘리샤를 따라오던 행운이가 엘리샤처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유경이가 말에서 떨어졌다. 나도 놀라서 떨어질 뻔 했지만 엘리샤를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유경이도 말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세게 떨어지지 않아서 안 다쳤다. 원장선생님께서 나에게 행운이를 타라고 했다. 유경이는 캡틴을 타게 됐다. 행운이는 유경이를 한번 떨어뜨렸기 때문에 무서웠다. 자신감이 점점 없어졌다. 엄마에게 그만 타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유경이는 무섭지만 계속 탈 거라고 했다. 동생은 타고 내가 그만두면 엄마가 속상할 것 같았다. 나는 한 번만 참고 타기로 했다. 나는 행운이에게 “행운아, 조금만 천천히 달려줘. 부탁해”라고 말했다. 행운이는 그날 날 떨어뜨리지 않고 정말 잘 태워줬다. 엘리샤가 없으니까 그런 건지 내가 부탁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행운이’는 내가 아주 잘 못 타는 날에도 안 떨어뜨리고 잘 태워줬다. 말도 잘 듣고 정말 착한 말이었다. 유경이도 캡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됐다.
얼마 전에 승마장 강아지가 예쁜 아기를 낳았다. 아기 이름은‘사랑’이다. 동생은 사랑이랑 놀고 나서 엄마한테 자꾸 강아지랑 고양이를 사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안 된다고 한다. 털 때문에 기침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사는 우리 집 주인아저씨가 동물을 키우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마당 있는 집에서만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내 꿈은 화가이고 유경이 꿈은 가수다. 우리는 말을 아주 잘 타게 돼도 승마선수는 안 할 것이다. 왜냐하면 승마선수를 하려면 장애물 뛰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 말을 탈 거다. 나중에 엄마가 돈이 없으면 못 타게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른이 되면 마당 있는 집에서 유경이가 좋아하는 고양이와 강아지도 키우고 말도 키울 것이다. 안양에 있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구경시켜 줄 거다. 텔레비전을 보니까 자기 집에서 말을 4마리나 키우는 아저씨가 나왔다. 말이 4마리인 이유는 가족이 4명이기 때문이다.
‘행운이’는 내가 어른이 되면 늙어서 이 세상에 없다고 했다. 너무 슬프지만 말은 사람보다 빨리 죽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행운이는 아니더라도 행운이처럼 착한 말을 키우면 된다. 다음 토요일에도 유경이랑 말 타러 갈 거다. “안녕 행운아, 내가 곧 갈게. 기다리고 있어~ 난 너를 아주 좋아하고 사랑해. 나에게 자신감을 많이 줘서 고마워. 너도 나 좋아하는 거 맞지? 그럼 토요일에 보자~ 안녕!~”
▲내가 어른이 되면 마당 있는 집에서 유경이가 좋아하는 고양이와 강아지도 키우고 말도 키울 것이다.
교정·교열= 박수민 기자 horse_zzang@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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