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례적으로 정 씨 공모 사실 명시…검찰, 3번째 구속영장 청구 고심
박근혜·이재용 재판 연일 열려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삼성 전 임원들 증인 출석…28일, 이재용·최순실 법정 첫 대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두 차례나 기각된 가운데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해 최 씨를 비롯한 9명의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싸 김수정)는 지난 23일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게는 징역 2년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는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법과 절차 위에서 군림하려 했고, 그릇된 특혜의식을 가졌다고 지적했으며, 국민과 사회 전체에 준 충격과 허탈감은 그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뚤어진 모정으로 결국 자신이 아끼는 딸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자신과 자녀 때문에 이대 교수와 재학생 등이 큰 고통을 받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해 책임 일부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사태’ 재판이 시작된 이후 최 씨의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기점으로 해 두 차례나 기각된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다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판부는 이대 비리 사건에서 정 씨가 직접적인 피고인이 아니었지만, 이례적으로 판결문에서 정 씨가 가담했다고 명시했다. 청담고 재학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해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방해하고, 김경숙 전 학장이 학점에 영향력을 행사토록 해 학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공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다만, 이대를 불법적으로 입학한 정황에 대해서는 정유라 씨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3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고심하고 있다. 이대 비리 사건을 판시한 재판부가 정 씨의 공모 관계를 명시한 만큼 구속해야 하는 명분이 확실해졌고, 유죄 가능성도 커진 만큼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며 체면을 구긴 검찰은 선뜻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또 영장이 기각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 논리를 넘어설 정도의 새로운 추가 증거 수집이 됐는지 여부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외 2인에 대한 뇌물 혐의를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6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을 증인으로 출석한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정 씨의 승마훈련을 비롯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하는데 세 사람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삼성의 승마 지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 합병 등을 청탁한 대가라고 보고 자세한 지원 경위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 사람은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부문 사장은 지난 19일 출석해 법정 증언이 자칫 자신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특검이 주장한 내용과 다른 사실을 말하면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 심리도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오는 28일 이재용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서 최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 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마주한다. 삼성그룹 뇌물 사건의 두 핵심 인물이 만나는 것이다.

최 씨는 지난 3월 열린 공판에서 삼성그룹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지원과 관련한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이후 마음을 바꿔 이 부회장 등 재판에서는 상세하게 증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돈을 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검찰 측은 최 씨에게 300여억 원의 돈을 지원받게 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두 차례나 기각된 가운데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해 최 씨를 비롯한 9명의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문에서 정 씨가 가담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사진 출처= 연합뉴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