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7명의 수상자들 모습.
대중에게 진솔한 승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국마사회는 올해 ‘유소년승마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19편이 선정됐습니다. 은 19편을 연재합니다. 그 여섯 번째 순서로 장려상을 받은 이성호 교수(전주기전대학)의 ‘끝없는 배움 그리고 열정’을 소개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

“말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한 아이를 만나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며,
배우고 가르치는 순간들이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이 깊은 배움으로 남았다”

오랜 선수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 역시 유년 시절에 만난 승마 스승님에 대한 좋은 추억들과 그분들을 통해 배운 여러 기승술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고, 내 승마 인생 중 전반적인 것들의 기반이 됐다. 그런 많은 경험과 오랜 지식을 통해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사실 무언가 새로이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배움을 전해 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달리는 본능이 강한 말 위에서의 교육은 분명 타 교육보다는 조금 더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장성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매시간에도 ‘다치진 않을까’, ‘이런 비바람 부는 날씨에 말들이 예민해져 학생들이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여러 상황까지 생각하여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매시간 반복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고 어린 초등학생을 만나게 됐다. 말이 너무 좋다고 내게 말했다. 그저 말이 좋고 말과 함께 달리는 게 좋아서 그 자체가 행복해 보이던 아이였다.

어린아이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체구가 작은 어린 아들이 타기 위한 포니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방문을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제주도의 여러 곳을 말 찾는 목적 하나로 다니던 중, 드넓은 초지 위 말뚝에 허술하게 묶여 그저 유유자적 풀을 뜯는 말 한 마리를 보게 됐다고 한다.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 것이었는지 아이의 아버지는 그 말과 눈이 마주치고 그 깊은 눈을 바라보는 순간, ‘이 말을 아들과 함께 뛰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잘 훈련 받은 말도, 몸값 비싼 말도 아니었고 그저 제주도 푸른 초지에서 풀을 뜯고 뛰고 싶으면 뛰던 그런 말이었다.

결국엔 그 말을 사게 됐고 ‘영웅이’라는 제법 멋진 이름을 지어준 뒤, 어느 정도 시간 동안 훈련을 해서 아들이 가볍게 기승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말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았던 말이다 보니 기승 할 때마다 말과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아서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고 아이가 말에게, 그리고 말이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부조가 서로 통하지 않아 타기에 위험이 따른 것이다.

사실 말이란 동물이 하루 이틀 단시간에 간단히 순치되는 동물도 아니지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이와 아버지의 열정과 꿈에 투자해 주고 싶었다. ‘어린 나를 가르쳐 주셨던 스승님들도 같은 마음이셨겠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날부터 매일 꾸준히 시간을 내서 아이의 말 ‘영웅이’를 기승하며 차근차근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느끼는 부조에 말 또한 거부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말 또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쏟았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내고 서서히 말도 변화하며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웅이’는 아이와도 편안히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말이 됐고, 말과 아이는 그렇게 함께 성장해 나아갔다.

우리는 순간에 만족하지 않기로 하고 조금 더 큰 목표를 만들었다. 장애물비월 시합에 출전해 보는 것이었다. 조급하게 하지 않기로 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영웅이’에게 횡목을 평보로 하나하나 넘게 하는 것부터 알려주기 시작해 낮은 높이의 장애물을 넘게 하고 매 단계를 차분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도 자신감이 한껏 키워졌고 실력 또한 성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시합에 출전하게 됐고 더불어 좋은 성적까지 얻게 됐다.

아이와 ‘영웅이’란 말에게 안겨진 그동안의 큰 수확이었다. 말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매일 같이 지켜보며 함께 뛰었던 결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게 된 것이다.
그 이후, 개최되는 많은 시합에 출전하며 ‘영웅이’와 아이는 종횡무진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그의 애마 이름인 ‘영웅이’처럼 또래 아이 중에 최고의 승마 영웅이 돼가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에 지칠 법도 할 텐데 아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을 해왔고 훈련이라기보다는 말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날이 더 많았다.

아이의 뒤에는 늘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었고, 그의 열정을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결국 큰 결실을 이루어 내었고, 지금도 앞으로의 더 큰 결실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자신의 애마를 통해 ‘모든 것은 포기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노력하면 끝내 이루어진다’라는 기본적인 가르침을 느껴본 아이는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경험과 여러 상황 속에서도 지난날의 일을 기억하며 더 큰 추억을 계속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승마라는 분야에서만이 아닌, 승마를 통한 배움이 인생의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좋은 말(馬), 나쁜 말(馬)을 구분 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하얀 도화지 같던 말(馬)과 아이는 여러 스승님을 만나오면서 성장한 결과, 전국 소년체전에 대표선수의 자격으로 참가 할 기회를 얻게 됐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너무나도 기대되는 훌륭한 인재가 됐다. 이 모든 것이 정말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가 가져온 참된 보상이다.

나 또한 지금껏 짧지 않은 나의 승마 인생 안에서 많은 경험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가르쳤던 그 어린아이와 함께 해온 몇 년의 시간을 떠올려보니 단순히 말을 타고 가르치는 과정이 아닌 한 팀이 되어 큰 성장을 이루어 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언젠간 그 아이도 자신이 간직해온 소중한 경험을 누군가에게 설명해 줄 수 있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내게 이보다 더 값진 가르침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배움은 그 위치 상관없이 언제나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7명의 수상자들 모습.

교정·교열= 박수민 기자 horse_zzang@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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