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선 한국마사회 말보건원 차장·서인석 조교사 특별 인터뷰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며 우리의 심신도 함께 지치고 있다.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말들도 더운 날씨에는 취약하다. 인간은 두 손을 이용해 찬물이라고 끼얹겠지만, 말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초지에 방목돼 있는 말들은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쉬기라도 하겠지만, 좁은 마방에서 갇혀 있는 말들은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말도 사람도 무기력질 수 있는 무더운 여름, 말들의 여름나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말 전문 수의사와 조교사에게 들어봤다.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에서 말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정복선 수의사는 말도 인간과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인간이 더우면 말도 덥고, 인간이 싫은 건 말도 싫다는 것이다.

-말은 추위보다는 더위에 더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말들이 다른 가축보다 더위를 더 타는 건가.
가축들은 더위에 취약하다. 특히, 집단 사육하는 가축의 경우는 더욱 더위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군 생활과 같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루 일과 등이 딱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워도 함께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 만약 말들에게도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초지에 나가 나무 밑에서 가만히 있을 거다. 18시간 24시간 풀을 뜯으면서 말이다. 실제로 여름에 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늘에 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그러다가 밥 먹으라고 포대를 흔들면 뛰지 않고 천천히 와서는 먹고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사육되는 말들은 자기가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새벽에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하고. 경주를 뛰어야 한다. 하루 일과에 맞춰 생활하다보니 운동 부화가 걸릴 수도 있는 거다. 게다가 더위까지 이어지면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럼 말들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말들이 머무르는 공간인 마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라고 특별한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마방 자체가 말이 원해서 들어가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지만 여름철 말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통풍을 잘 시켜주고, 실내온도를 최대한 떨어뜨려줘야 한다. 그리고 습도도 낮으면 좋다. 현재도 마방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선풍기 등을 틀어서 마방의 공기를 빨리 순환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아파트 같은 경우도 뒤편에 산이 있거나 남동향일 경우, 바람이 잘 통해서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한 집들이 있다. 그런 것처럼 공기의 순환이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뜨거운 공기를 내보내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는 거다.
해외 말산업 선진국에는 에어컨 전용 마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마방이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햇볕을 가리는 차광막을 많이 설치해 말들의 체온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여건상 에어컨 설비는 쉽지 않아 보이고, 차광막은 설치하면 괜찮을 것 같다.

-더위로 인해 말이 겪을 수 있는 질환은 무엇인가?
더울 때 운동하면 열사병 걸리듯이 말도 열사병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탈수 생길 수밖에 없다. 자동급수면 말들이 알아서 물을 먹겠지만, 떠주는 거라면 빨리 빨리 떠줘야 한다. 말들이 하루에 먹는 물의 양은 평균 7갤런(약 26.5L) 정도다. 하지만, 더운 날에는 땀 등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약 3배인 20갤런(75.7L)의 물을 마신다. 운동을 하게 되면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수분이 더 많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고 운동하고 나서도 쿨링 다운을 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햇볕이 내리쬘 때에는 운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열사병, 탈수 이외 피부병도 생길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운동을 하고 난 뒤, 땀이 나고 그 땀으로 인해 안장부터 패드까지 다 젖었는데 제대로 말리지 않을 경우 피부병이 발생할 수 있다. 군대에서 안 생기던 피부병 생기는 것과 비슷한데 제대로 건조하지 않아 생긴 곰팡이균 등이 안장이나 패드 등을 통해 다른 말에게도 옮길 수 있다.
말린다는 게 특별한 게 아니다. 햇볕에 잘 건조시키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는 장마철이 있어 일선 현장에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다. 안장과 패드 등이 이미 젖었는데 운동은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강행하다보면 피부병이 발생할 수 있다. 운동한 말들을 샤워시킨 후 건조시켜주는 것도 피부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충분히 말리려면 광열기에 넣어주면 좋겠지만, 여력이 안 되는 곳도 많다. 그리고 말들을 씻길 때 유의해서 할 필요도 있다. 특히 비온날 운동 후 흙먼지가 다리에 붙었는데 제대로 씻기지 않았을 경우 다리가 탱탱 붓는 봉와직염 등이 생길 수 있다.

▲서인석 조교사는 여름을 대비해 아이스 팩들을 준비해놨고 한다. 시시때때로 아이스 팩으로 말들의 다리를 감싸서 시원하게 해준다고.. 아이스 팩을 다리에 채우고 그 위에 물을 뿌려 주면 시원하기 때문에 말들이 가만히 있는다고 한다. 서인석 조교사가 다리에 아이스 팩을 채우고 그 위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탈수 증세를 보일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들도 뛰고 나면 호흡수, 심박수가 증가한다. 보통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까지 있으면 정상 호흡으로 돌아오기 마련인데 마체에 이상이 있으면 그 상태가 지속된다. 평상시 말들의 호흡하는 모습을 보면 티가 잘 안 난다. 그런데 이상이 있을 경우, 호흡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평소 체온, 심박수, 호흡수를 잘 측정하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도 한여름에 더위를 먹으면 맥아리가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 때 심박 측정해보면 빠르다. 탈수 증상을 보이면 물을 입으로 넣어주거나 수액 처치를 해주는 게 좋다. 물을 줘서 직접 먹으면 제일 좋은데 더위를 먹으면 잘 먹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수의사를 불러 수액 처지해주는 게 최선이다. 탈수 증상을 보일 때는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해줘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수의사가 가까이 있지 않는 말 생산농가나 승마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처음 마방에 들어 온 말이 아니라면 평소 말들이 어떤 행동과 모습을 보였는지 알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래된 교관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방이 필요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거다. 말도 개체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어떠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말 가운데는 예민한 얘도 있고 무던한 얘도 있다.

-마방에서 유심히 살펴볼 점은.
항상 유의해할 첫 번째는 먹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말들은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안 먹는다. 여름철에는 건초도 사료도 썩는다. 건초를 안 먹는 경우 건초를 살피고, 사료를 안 먹는 경우 사료를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일례로 여러 마리의 말들이 건초를 안 먹을 경우는 건초에 문제가 있을 테고, 한 마리만 건초를 안 먹을 경우는 그 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비교·분석해야 한다.
두 번째 물 공급이 잘 되는지 살펴야 한다. 자동 급수라면 물이 잘 나오는지 오가면서 한 번씩은 점검해야 한다. 자동 급수 시설도 물을 잘 안마시면 급수통 밑에 이끼 같은 게 생기기도 한다. 잘 보고 닦아줘야 한다. 자동급수가 아닐 경우 물통을 달아주는데 충분히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물통을 자주 갈아줘야 한다. 운동한 말들은 물을 더 줘야 한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물통이 깨끗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물을 먹고 싶지 않아서 안 먹는 경우도 있지만, 물통이 더러워서 안 먹을 수도 있다.

-더위와 말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관련이 있는가?
양 자체는 배고픈데 밥을 안 줄 수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품, 정량을 줘야 한다. 운동량이 떨어지면 조금 덜먹을 뿐이지 평소대로 먹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운동량에 따라 고열량 사료를 줄인 다든가 건초의 양을 조절한다든가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파격적으로 줄이는 건 아니고 적정 범위 내에서 조절하는 거다. 말이 먹이를 잘 먹는지 확인하려면 여러 번 자주 주는 게 좋다.

-여름철 말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일선 현장에서는 물을 뿌리곤 한다. 효과가 있는가?
효과가 있다. 체온을 식혀야 하는데 물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말들은 시원해하고 좋아한다. 물론 게 중에 얼굴에 물 닿는 걸 싫어하는 녀석들도 있다. 그러나 다리에 물을 계속 뿌린다고 해서 싫다고 하는 말은 없다. 자기들한테 좋은 거 해준다는 걸 알고 가만히 서 있다.

-국내에 말 전문가들이 없다보니 수의사들에게 생리적인 부분은 많이 문의를 할 텐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관들도 많이 안다. 차에 비대어 보면, 정비사만 차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도 운전하는 사람도 느낌으로 안다. 그만큼 직접 몸소 느끼는 사람이 중요하다.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질 때는 꼭 수의사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애완동물을 기를 때처럼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된다. 무더운 날씨에는 더위를 해소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큰 문제는 무지와 욕심에서 비롯된다. 무지는 인터넷 찾아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욕심은 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회복해야 한다.

정복선 수의사는 인터뷰 내내 말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며,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말들을 보살필 것을 강조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뿐.


일선 현장에서 말들과 함께 호흡하는 조교사와 승마 교관, 말 관리사 등이 말에 대해서는 잘 알거란 정복선 수의사의 말을 듣고,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현직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인석 조교사를 찾아 여름철 말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물어봤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말수영장은 문정성시를 이룬다. 수영을 잘하는 말들에게 더위 해소는 물론 약간의 훈련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말수영장의 수심은 3m가량으로 혹시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조교사나 말 관리사 등이 고삐를 잡고 도넛형 수영장을 함께 돈다고. 수영을 즐기고 있는 경주마 모습.

-서인석 조교사만의 여름철 말 관리 노하우가 있는지.
별다른 노하우는 없다. 말들에게 최대한 시원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름을 대비해 아이스 팩들을 준비해놨고, 시시때때로 다리를 감싸서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아이스 팩을 네 다리에 채우고 물을 뿌려 주면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30도를 넘는 여름철에는 말 몸통에도 시원하게 물을 뿌리던데.
정말 무더울 때는 다리뿐만 아니라 몸통에도 물을 뿌려 샤워를 시킨다. 우리가 등목하는 것처럼 하고 나면 말들도 시원해 한다. 보통 다리에 물을 많이 뿌려주는 거는 우리도 다리가 시원하면 전신이 시원한 것도 비슷한 원리이다.

-마사회 내에 말 수영장이 있다. 수영도 더위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물론이다. 더위 해소와 함께 훈련이 미진한 말들은 약간의 훈련 효과도 낼 수 있다. 말들의 흉부 발달과 폐활량 증대, 혈액순환 촉진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수영을 하면서 다양한 근육을 쓰기 때문에 훈련 효과도 낼 수 있는 거다.

-수심이 꽤 깊어 보이는데 위험하진 않는지.
말들은 수영을 잘한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기 때문에 조교사나 말 관리사가 고삐를 잡고 함께 바깥쪽에서 돈다. 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2~3바퀴 정도 돈다. 정말 여름철이 되면 말 수영장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복선 수의사는 말들에게 물을 뿌리며 샤워시켜주는 것도 체온을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물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말들은 시원해하고 좋아한다고. 물론, 게 중에 얼굴에 물 닿는 걸 싫어하는 개체들도 있다고 한다. 샤워 중인 경주마 모습.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