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 의원, 질의 통해 마사회 답변서 제출받아…의혹 제기 첫 공식 확인 의미
‘청와대의 마사회 인사 개입 가능성 높여’

한국마사회가 정유라의 승마 지원 방안을 검토하다가 중단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김현권 의원실이 국회 의정자료유통시스템을 통해서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공식 답변 자료에 따르면 정유라 승마 지원 방안이 한국마사회장에게 보고됐으나 최종적으로 세부 시행계획에는 검토·시행이 되지 않은 걸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한국마사회의 승마 지원 방안 검토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김 의원은 한국마사회 측에 ‘승마 장애물 종목 대표 선수단을 위해 마사회가 최초 수백억 원에서 150억 원, 60억 원, 40억 원 등으로 줄여가며 최종적으로 24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경위 및 협의 과정을 정리·제출하라고 질의했다.

이에 한국마사회 측은 ‘2016년 추진 기본 방향 중 하나로 1월 초 CEO에 보고됐으나, 그해 2월 세부 시행계획 수립 시 검토되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답변서를 제출했다.

마사회의 답변은 앞서 지난 6월 26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의원이 공개한 김영규 마사회 부회장과 박재홍 전 렛츠런승마단 감독의 녹취록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공개한 녹취록에는 승마협회가 마사회에 최초 650억 원을 요청했고, 김영규 부회장이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하자 150억 원, 60억 원 등으로 축소했다가 최종적으로 24억 원의 돈을 지원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이 24억 원 지원 요청 사실을 현명관 전 회장한테 보고 했더니, 회장이 검토해 보자고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고 그랬다는 게 주요 골자이다.

녹취록에서 언급된 금액은 한국마사회 승마진흥원이 2015년 6월 작성한 ‘도쿄 올림픽 출전준비를 위한 한국 승마 선수단 지원 방안 검토’ 보고서와 2015년 10월 대한승마협회가 작성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속에도 등장한다.

마사회 검토보고서는 장애물, 마장마술, 종합마술 등 전 종목에 걸쳐 선수 12명과 말 36마리 출전 시 600억 1,0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고, 이후 이를 토대로 대한승마협회가 재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승마협회 로드맵에선 삼성이 정유라 선수의 마장마술 종목을 지원하고, 마사회는 박재홍 전 감독의 장애물 종목을 지원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또한, 이번 마사회 답변서 내용은 정황상 청와대가 마사회 인사 개입을 통해 박재홍 전 감독을 사임하게 했을 가능성을 높였다. 지원 방안 검토가 시작됐다가 중단된 시기와 박재홍 전 감독이 귀국해서 사임한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월 9일 박 전 감독은 독일에서 본인이 할 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귀국했고, 이 시기는 현 전 회장이 승마 지원 방안을 보고받았단 시기와 겹친다. 아울러, 승마 지원 방안이 무산된 시기인 2016년 2월과 박 전 감독이 사임한 2월 26일은 대략 일치하는 셈이다. 박 전 감독은 “최순실의 압력 때문에 승마단 감독직에서 물러났다”고 계속 주장해오고 있다.

김 의원은 “마사회의 박 전 감독 처리 경과 자료에 담긴 2016년 1월 귀국부터 2월 마사회 사직에 이르기까지 박 전 감독의 행적은 1월 초에 현 전 회장에게 보고된 국가대표 승마단에 대한 24억 원 지원 계획이 2월 들어 세부계획에서 돌연 누락됐다는 마사회의 답변 자료와 정확하게 맞물린다”며 강력하게 청와대가 마사회 인사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밖에 청와대 인사 개입 가능성을 높이는 증언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 씨의 뇌물 협의 공판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개한 최진영 한국마사회 스포츠단 팀장의 진술 조서 내용도 청와대의 인사 개입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진술조서에는 “최순실이 직접 현명관 전 회장에게 박 전 감독을 그만두게 하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고 최순실이 청와대를 통해서 그만두게 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최 팀장의 진술이 담겨있다.

김 의원은 “최근 공판 내용을 보면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의 입을 빌려 2015년 7월 26일 삼성전자 임원이 맡았던 대한승마협회 부회장과 총무이사를 바꾼 데 이어 그 해 8월 7일 당시 72살의 김영규 씨를 마사회 부회장에 앉혔다”며 “공교롭게도 마사회의 국가대표 승마단 지원금액을 협의한 장본인들 모두가 최순실이 인사에 관여했던 인물들”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현 전 회장이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정유라를 위한 훈령장과 마방 제공 논란이다. 묘하게도 당시 정유라 선수에게 마방을 제공한 마사회 책임자는 다름아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센터장)로 재직했던 2011년부터 2013년에 이르기까지 한양대 대학원 체육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던 현 마사회 고위관계자였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정유라의 승마 지원 방안을 검토하다가 중단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김현권 의원실은 28일 국회 의정자료유통시스템을 통해서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공식 답변 자료를 공개하며 정유라 승마 지원 방안이 한국마사회장에게 보고됐으나 최종적으로 세부 시행계획에는 검토·시행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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