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학생은 단순한 재활승마지도사가 아니라 재활승마의 시스템을 더 개발하고 연구해 발전시켜나가는 직업을 꿈꾸고 있다.
대중에게 진솔한 승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국마사회는 올해 ‘유소년승마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19편이 선정됐습니다. 은 19편을 연재합니다. 그 열한 번째 순서로 우수상을 받은 정지영 태장중학교 학생의 ‘승마가 내게 준 선물’을 소개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

“승마가 나에게 준 선물 4가지와
말 타면서 배운 끈기와 노력으로
재활승마지도사가 되고 싶다.”

지금부터 말을 만난 후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발자국으로 되짚어 보며 글을 써보려 한다.

나의 첫 번째 디딤 발자국은 ‘내 마음에 꽂힌 매력의 말 화살’이다.

9살 때 제주에서 승마체험을 한날, 적었던 일지의 한 부분을 쓰겠다.

‘오늘은 말이라는 나보다 큰 동물의 등에 처음으로 앉아보았다. 이때 나의 심장은 흥분해서 쿵쾅쿵쾅 뛰었다. 말 목에 손 올려놓고 쓰다듬은 순간 내 손으로 말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고 그 순간 나는 행복했다. 나는 말이 달릴 때 하늘을 날아가는 느낌을 받으며 퉁퉁 튀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뒤에도 그 감동이 계속 남아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정식으로 ‘승마’라는 스포츠를 배우게 해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했다. 부모님은 계속되는 나의 부탁에 몇 개월 뒤 승마를 시켜주셨고 나는 이렇게 승마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막상 승마를 시작하고 난 뒤에, 많이 써보지 않은 다리를 쓰는 것과 속보를 할 때 말이 퉁퉁 튕겨서 가만히 균형을 잡아 앉아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가끔 승마하기 힘들어서 혼자서 그 고비를 넘겨야 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남모를 고비를 이겨서 넘기고 넘기다 2년이 흐른 어느 날, 처음으로 박상철 코치님을 만났고 그 뒤로 장애물을 배우게 돼 갈수록 흥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애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어느 날 좋기로 소문난 어떤 말을 타고 장애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때 코치님께서는 그 말의 실력을 믿고 계속해서 장애물의 높이를 올리셨으나 결국 1.2m 높이까지 됐을 때 처음 뛰어보는 높이라 다리에 힘이 풀려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던 말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놀라있었다.

그 뒤로 나는 왠지 모를 끈끈한 정이 들어서 그 말의 마방에 자주 놀러 갔다. 평소 까칠하던 그 말은 그 일이 있고부터는 무척 잘해줬고 나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그 말의 정식주인이 됐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산 지 15년이 된 15살 청소년이지만, 말과 우정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지는 5년밖에 되지 않는 파릇한 5살 어린이이다.

지금 이런 파릇한 새싹인 어린이의 말은 바로 ‘필그림’이다. 고귀한 보석과 같은 이름인 필그림은 딱 성격과 이름이 어울려서 나는 필그림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무엇을 하든지 사람에게는 하기 싫고 넘기 힘든 산인 고비가 오기 마련이다. 그 고비를 넘고 나서도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험한 고비를 딛고 일어섰을 때 비록 성공한다는 것을 승마를 통해 조금은 깨달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을 때는 처음 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며 어떤 어려움이 막아서도 도망가지 않고 다시 부딪힐 것이라고 결심하고 있다.

내가 두 번째 디딘 발자국은 ‘혼자서는 떨리지만, 함께 나누어 즐겁다’이다.

박상철 코치님한테서 여러 말로 장애물을 열심히 배우다가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생활체육 허들을 처음으로 나갔다. 아직도 그때의 상황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허들대회 당시 11월이라 몹시 추워 손과 발을 위해 핫팩은 필수였고, 연습마장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 제대로 타기도 힘들었다. 긴장도 되는 터라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필그림’의 여러 차례 도움으로 안전하게 뛰어서 입상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말을 재미있게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처음으로 승마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 뒤 ‘필그림’으로 생활체육에서 80, 90cm를 나가다가 여러 말과 호흡을 맞추며 엘리트 경기에서 마장마술 D class, 장애물 B class까지 나가면서 실력과 경험을 쌓았다. 그중 장애물 D class만 3년 동안 뛰었다.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은 계속 클래스를 높여갔지만 나는 높이를 올리는 것 보다는 낮은 장애물에서 기초로 경험과 실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본기 있는 낮은 클래스만 나간 것이다.

말과 함께 운동하며 대회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비록 떨리지만 함께 대회를 뛰는 말,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 같이 땀 흘리며 경쟁하는 동료가 있기에 힘내서 즐겁게 말을 타고 있는 것 같다.


▲‘필그림’이란 말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었다. 말과 함께 운동하며 대회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는 정지영 학생.

내가 생각하는 세 번째 발자국은 ‘승마는 말과 나의 연결고리’이다.

학교에서 ‘준마도 장수를 만나야지 하늘을 난다’라는 속담을 들었다.

평소 관심이 있던 말이 나오는 속담이라 뜻을 찾아보니 ‘훌륭한 조건이 되더라도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쓸모없는 것이 된다’라는 속뜻을 가진 속담이었다. 여기서 훌륭한 조건이란 준마를 말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장수를 말한다. 이것을 보다가 문뜩 속담의 겉뜻을 바꿔 본래 속담이랑 비교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속담을 바꿔보니 ‘장수도 말을 만나야지 준마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가 됐다.

내가 속담의 겉뜻을 바꿔본 이유는 본래 속담처럼 훌륭한 준마가 하늘을 날아갈 때는 도와주는 장수가 필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내가 바꿔본 속담처럼 먼저 장수에게 준마가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장수가 준마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훌륭한 실력까지 오기 위해서는 처음에 말의 가르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필그림’과 함께 운동하며 승마를 배우고 있는데 이 말은 내가 커서 준마에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도와줄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처음에 말을 탈 때는 말에게 많은 배움을 받을 수 있고, 또 나중에 말에게 필요한 배움을 얻어 훌륭한 장수가 됐을 때는 말에게 도움을 주며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승마로 사람과 말이 교감하며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해 ‘승마는 말과 사람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네 번째 발자국은 ‘화려하지 않지만 따스한 나의 꿈 재활승마지도사’이다.

자유학기제 행사 중에서 ‘꿈 발표회’가 열렸다. 개인으로 자신의 꿈을 PPT로 발표하는 대회였다. 내 친구들은 명확한 꿈이 없어서 무엇으로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나는 5학년 때 생긴 꿈인 ‘재활승마지도사’가 있어서 당당하게 대회를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재활승마지도사를 꿈꾸게 된 이유는 ‘좋아하고 있는 말과 함께하며 보람된 꿈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일반 사람들보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말을 타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재활승마를 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중 2월 26일 나는 재활승마 봉사하기 위해 같이 말 타는 이민석 오빠와 과천에 교육받으러 갔다. 나중에 커서 재활승마와 관련된 일을 하려면 현재 재활승마 시스템을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관련된 봉사라도 하며 재활승마에 접해보고 싶었다.

열심히 들은 봉사활동 설명내용을 정리하면 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간단했다. 말 리더, 사이드 워커 2명 총 3명이 장애인 한 명을 태우고 담당 코치의 지시를 받으며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직접 확인한 결과, 재활승마라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 않아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이나 시스템이 조금 빈약한 것 같았고, 말을 제대로 모르는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도 부족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단순한 재활승마지도사가 아니라 재활승마의 시스템을 지금보다 더 개발하고 연구해 발전시켜나가는 직업을 꿈꾸게 됐다.

그리고 이런 나의 소중한 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러한 세상에서 사는 장애인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 하지만 승마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장애인의 희망을 찾아줄 수 있다. 말은 편견 있는 사람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등에 올라가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동등하게 대우해 사람들의 의사를 들어준다. 그래서 나는 커서 말의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장애인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환한 등불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마지막이 아닌 나의 마지막 발자국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나는 글을 쓰며 네 번째 발자국까지 걷는 길 이야기 위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며 느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당시 말을 탈 때 넘어야 할 고비가 또 찾아와서 요즘 나를 계속 힘들게 하고 어떤 말이든 타는 것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기가 죽고 힘들어서 사실 ‘그만 탈까?’라는 슬픈 생각까지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발자국 이야기를 쓰며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것이지, 어떻게 매일 재미있고 매일 잘 풀리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말 타면서 힘든 일, 슬픈 일, 좋은 일, 기쁜 일, 행복한 일을 겪으며 내 몸과 마음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무한한 발자국까지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정지영 학생은 단순한 재활승마지도사가 아니라 재활승마의 시스템을 더 개발하고 연구해 발전시켜나가는 직업을 꿈꾸고 있다.

교정·교열= 박수민 기자 horse_zzang@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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