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임주영 학생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주영 학생은 항상 한결같이 변치 않고 그 자리에서 우둑하게 있어 주는 말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며 평생을 말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한다.
“말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
내 삶의 파트너로 바뀌다.
미래를 말과 함께하고 싶어
말 등에 올라타는 이유를 말하다.”

내가 처음으로 말을 탄 건 아마도 4살 무렵 가족과 함께 떠났던 제주도 여행에서 아빠 품에 안겨 탔던 밝은 갈색의 제주마 같다. 그때의 날씨, 상황 그리고 심지어 장소까지도 너무 오래돼 기억이 잘나진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좋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좋다는 걸 끝으로 잊힐 줄만 알았던 말이 그저 동물원이나 승마장을 가야 볼 것만 같았던 말이 10년 후 나에게 한 발짝 다가왔다. 내 미래로 내 전부로 말이다.

15살 겨울, 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1년 앞두고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때였다.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때, 엄마께서 내 미래의 길잡이가 주셨고 엄마는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를 추천해주셨다. 엄마와 나는 승마와 학교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보고, 긴 상의와 고민 끝에 결국 남원에 있는 마이스터고등학교인 한국경마축산고로 진학하게 됐고, 나는 입학 후 말에 대해 기초부터 작은 것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 5시 30분부터 일찍 일어나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 하며 마방 관리 등 수업시간에는 인문 교과뿐만 아니라 마학, 마술학, 재활승마, 말조련 등을 배우고 실기 시간에는 마체 관리, 기초적인 기승부터 시작해 장애물 비월까지, 매일 말의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9시의 야식까지 챙겨주며 그렇게 매일매일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나의 학교생활이 이어지면서 나에게 말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동물이 아니라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깝게 말이다.

처음엔 그저 수업시간이라서 배우기 때문에 말을 손질하고 마방을 치웠는데 수개월 후엔 ‘더 예뻐야 해’, ‘더 건강해야 해’, ‘잘 부탁해’라는 마음으로 말을 손질하고 마방을 치웠고 처음 말을 타고 친구들과 함께 배우면서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오늘 잘 못 탔을 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 잘 안 가줄 때 그저 말이 밉고 ‘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거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거지’ 답답하고 짜증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고 더 오래 말을 타고 말 옆에서 생활하다 보니 말의 등에 올라탄 내가 무조건 말을 통제하면서 원하는 대로 타고 잘 안되면 화내고 벌을 주는 말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춤을 추듯이 말의 파트너로 배려하고 생각하며 부조를 넣고 안 된 이유, 안 가는 이유를 생각하고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조금씩 차근차근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물론 나 자신도 너무 뿌듯하고 좋지만 나와 함께 멋진 호흡을 맞춰 주고 아래에서 잘 따라와 준 말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말에 대한 내 생각은 점점 바뀌면서 항상 한결같이 변치 않고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있어 주는 말에 대한 나의 애정이 더 커지며 평생을 말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말들이 나에게 잘 따라와 주진 못했고 나쁜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치듯이 나도 그랬다. 2015년, 2016년 두 해 동안 말과 함께 생활하면서 발굽에 밟히고, 말에게 물리고, 차이고, 낙마도 하면서 흉도 생기고 깁스도 해보고 말이 밉기도 했지만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 입은 연인들이 사랑하면 결국 다시 화해하고 만나듯이 그렇게 다치고 힘들면서도 결국은 나는 다시 말을 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흉이 말 땜에 생긴 흉이라는 것도 까먹은 채 말을 더 많이 사랑해주고 생각해주면서 말을 관리해주면서 탔다. ‘이젠 안 떨어져야지’, ‘더 멋진 말과 나의 호흡을 만들어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더 열심히 타고 노력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는 안 올 줄만 알았던 3학년이 됐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3년 전처럼 ‘뭘 하지’, ‘어디 고등학교에 가지’, ‘내가 뭘 잘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가 과연 고등학교를 벗어나서도 말과 이렇게 매일 생활하면서 내가 꿈꾸는 직업인 승마코치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를 잠깐 고민했었다.

15살 겨울에는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어디든 갈 텐데’였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말과 관련된 직업들이 아직까진 여자에게 많은 제약이 있고 학교에서가 아니라 사회로 나가는 것이니까 더욱 겁이 나고 몸이 망가지면 말을 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졸업 후를 더 많이 생각했었다. 마치 그 고민한 순간은 내가 말을 타다가 낙마한 순간 같다.

‘내가 다시 잘 탈 수 있을까’ 또 ‘낙마하면 어쩌지 무섭다’, ‘다들 보고 있는데 어떡하지’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말에 다시 올라타고 도전했었다. 그렇게 낙마를 하고 다시 말에 올라탄 순간처럼 졸업 후도 그렇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치면 어때’, ‘말 못 타면 어때’, ‘또다시 타면 되지 몸이 망가지면 어때’, ‘말 아래에서도 말과 함께 생활할 수 있잖아 도전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접해보지도 않고 타보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보통은 이렇게 말을 한다. “그렇게 위험하고 힘든 거라면서 왜 계속 타? 그냥 안타면 안 돼?”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한다. “너 치킨 먹으면 살찌는 걸 알면서 왜 계속 먹어?” 그럼 친구는 “맛있으니까 먹지”라고 한다. 그럼 또 나는 “그거랑 비슷해 살찌는 걸 알면서도 치킨이 맛있으니까 계속 먹는 것처럼 다치고 힘들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됐으니까 계속 타는 거지”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말을 해도 누군가는 이해 못 하고 그저 동물인데 왜 그렇게까지 감정을 가지는 건지 의아해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말이 그저 동물이 아니라 때론 의도치 않게 날 다치게 하고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할 때도 있지만 나에게 목표라는 걸 만들어주고 같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은 함께 이루고 그 성취감을 또 같이 나누고 교감하는 내 인생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말을 탄 지 아직 3년째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졸업해서도 얼마나 더 탈지, 중간에 그만둘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탈지 타지 못하게 될지 나도 모르는 거지만 말을 사랑하게 된 내 마음과 나의 확고한 생각은 변치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직업인 승마코치가 되기 전까지 내 파트너인 말과 함께 더 좋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내 파트너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숙지하고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에 또 다치더라도 더 성장하기 위해 겪는 잠깐의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승마코치가 되면 그저 사람들에게 말을 더 잘 타는 방법에 대해서만 가르쳐 주는 코치가 아닌 말과 호흡하고 말과 진정으로 교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특별한 코치가 되고 싶다.

3년 전엔 몰랐다. 내가 이렇게 말을 사랑하게 되고, 내 생활이 말로 가득 찰 줄은, 그저 흐지부지 고등학교 가고 대학 나와서 남들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살 줄 알았었다. 나에게 이렇게 확실한 꿈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를 함께 이룰 파트너가 생길 줄 몰랐었다.

승마코치라는 직업을 이루게 되더라도 그 직업이 내 말 타는 인생의 종지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에 관련된 것은 더 많이 경험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내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이렇게 되기까지 처음에 나의 미래의 길에 말이라는 길을 알려준 내 인생 멘토 엄마와 나를 등에 태우고 열심히 움직여주고 따라와 준 수십 두의 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또 내가 살면서 그때처럼 그렇게 힘들어하고 다치면서도 또다시 “왜 말에 올라타는 거야?”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난 그때와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고, 그리고 비록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힘든데 ‘왜 계속할까’라는 질문이 닥쳐오고 고난과 역경이 끊임없이 와도 또 같은 대답을 하고 나 자신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니까 사랑하게 됐으니까. 말은 나의 인생에 최고의 파트너니까.

▲임주영 학생은 항상 한결같이 변치 않고 그 자리에서 우둑하게 있어 주는 말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며 평생을 말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한다.

교정·교열= 박수민 기자 horse_zzang@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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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진솔한 승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국마사회는 올해 ‘유소년승마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19편이 선정됐습니다. 은 19편을 연재합니다. 그 열두 번째 순서로 우수상을 받은 임주영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학생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소개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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